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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춘의 Re:Think]금융기관들이 알아서 고금리 상품 팔겠다는데 '과당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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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춘의 Re:Think]금융기관들이 알아서 고금리 상품 팔겠다는데 '과당경쟁'?
  • 매일산업뉴스
  • 승인 2023.10.2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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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김용춘 한국경제인협회 팀장/법학박사

공급자간 경쟁 치열할수록 가격은 하락하고 소비자 후생 올라
각국 정부 경제 정책 방향은 경쟁을 ‘지향’하고 독과점은 ‘지양’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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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금융위원회가 퇴직연금 원금리보장 고금리 특판 상품을 더 이상 판매하지 못하도록 규제에 나선다는 소식이 들려 왔다. 월급 이외에 딱히 수입을 올릴 것이 없는 수많은 직장인들에게는 좀 답답한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아니 금융기관들이 알아서 소비자들에게 고금리 상품을 팔겠다는데 왜 정부가 나서서 막는 것일까.

금융위원회가 이렇게 나서는 주된 이유는 과당 경쟁을 막아 시장이 왜곡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란다. 즉 금융기관이 소비자를 유치하기 위해 높은 혜택을 제공하는 행위는 시장질서를 교란하는 것이므로 규제하겠다는 것이다. 얼핏 들어보면 그럴싸해 보인다.

위에서 말한 시장질서를 교란하는 행위가 무엇인지 정확한 법적 정의는 몰라도 다들 대충 짐작은 할 것이다. 예를 들어 담합이라던가, 허위 정보 유포, 거짓·과장 광고, 소비자의 해제·해지권 제한, 손해배상 청구 제한 등과 같은 것이다. 이들을 시장질서를 교란하는 행위로 보고 규제하는 것은 지극히 타당하다고 보인다.

김용춘 전경련 팀장/법학박사
김용춘 한경협 팀장/법학박사

그러나 여기서 질문. 그렇다면 과당 경쟁은 무슨 말인가. 과당 경쟁이라고 하려면, ‘적정 경쟁’이 있다는 의미일텐데 과연 경제학에 그런 개념이 있는지 모르겠다. 경제학에서 ‘완전경쟁’, ‘유효경쟁’이라는 말은 들어 봤어도 적정 경쟁이란 말은 딱히 들어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자유시장 경제체제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가 바로 경쟁이다. 공급자간 경쟁이 치열하면 할수록 가격이 하락하고 소비자의 후생은 올라간다. 능력없는 공급자는 시장에서 도태되고, 유능한 공급자만 시장에서 살아남는다.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혁신도 일어난다. 그러면서 다시 소비자의 후생이 올라가고 나아가 국부가 증가하는 선순환을 하게 된다. 이것이 지극히 상식적인 경제의 성공 방정식이다. 대표적인 나라가 세계 1위의 경제력을 자랑하는 미국이다.

경쟁이 없는 시장은 생산성이 높을 수가 없다. 그래서 각국 정부의 경제 정책 방향은 경쟁을 ‘지향’하고 독과점은 ‘지양’하는 것을 기본으로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 정부는 마치 적정 경쟁이 존재한다는 것을 전제로 과당경쟁을 막겠다며 경쟁을 제한하는 정책을 편다. 예를 들어, 휴대폰 가격 할인율 규제, 도서정가제, 중소기업 적합업종 등이 그것이다.

반면 경쟁 제한 규제가 풀리면서 소비자에게 긍정적인 효과가 나오는 시장도 있다. 대표적인 것이 최근 허용되기 시작한 대기업의 중고차 판매. 기존의 판매자들에게는 고통스러울 수 있지만 이미 많은 소비자들이 시장의 변화를 조금씩 느끼고 있는 듯하다. 덕분에 중소 중고자 거래업체들도 많이 친절해 졌다. 차만 팔고 나 몰라라 하던 업자들이 사후 AS를 친절하게 해주었다는 소식을 심심치 않게 듣는다. 강력한 경쟁자가 등장하는 것만으로도 시장에는 큰 변화의 물결이 일고 있다.

필요한 경우 정부가 시장 규제를 할 수 있다. 다만 목표는 명확해야 한다. 소비자에게 이익되는 방향으로 해야 한다는 것. 이 원칙에 어긋난다면 시장 규제를 자제하는 것이 옳다. 더욱이 공급자가 제품과 서비스를 저렴하게 공급하겠다는데 이를 막는 것은 소비자를 위한 것이 아니라 기존 사업자들에게 경쟁없이 기존 이익을 보장해주는 것이란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밖에 없다.

물론 경쟁이 치열하다 보면 기존 사업자들은 큰 어려움에 직면할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이 자유시장경제가 작동하는 자연스러운 원리 아니겠는가. 도태된 사업자 그리고 관련 종사자들을 보호하는 것은 시장이 아니라 정부의 사회안전망이 할 일이다. 많은 전문가들은 말한다. 우리나라 금융시장이 낙후되어 있다고. 그 중심에는 소비자의 이익에 반하는 크나큰 규제 뭉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세상에 치열한 경쟁은 있어도 과당경쟁은 없다. 적어도 소비자의 입장에선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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