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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춘의 Re:Think]또 규제개혁 가스라이팅 ... 새 규제나 만들지 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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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춘의 Re:Think]또 규제개혁 가스라이팅 ... 새 규제나 만들지 말지
  • 매일산업뉴스
  • 승인 2023.10.1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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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김용춘 한국경제인협회 팀장/법학박사

국회는 정말 말과 행동이 따로 노는 전형적인 'NATO"
기업하시 좋은 나라는 국회 쪽 안 쳐다보고 경영에 집중
더불어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가 지난 5일 국회에서 정의당 배진교 원내대표를 예방하고, '노란봉투법 11월 본회의 처리'를 약속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가 지난 5일 국회에서 정의당 배진교 원내대표를 예방하고, '노란봉투법 11월 본회의 처리'를 약속하며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마다, 국회마다 동일하게 외치는 구호가 있다. 바로 '규제개혁'이다. 다들 입으로는 여야 할 것 없이 한 목소리다. 이 목소리만 모으면 우리나라는 벌써 규제 선진국이 됐을 것이다. 그러나 기업인들은 말한다. 별로 규제가 개혁된 것 같지 않다고. 오히려 자고 일어나면 뭔가 새로운 큰 규제가 도입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만 있다고 한다. 그것이 수십년째 반복되어 왔기 때문이다.

사실 정부가 밝히는 성과만 보면 우리나라는 참 많은 규제가 개혁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해 6월 “규제개혁이 곧 국가성장”이라며 강력한 의지를 피력했다. 역대 정권처럼 '규제 전봇대', '규제 암 덩어리', '손톱 밑 가시'와 같은 자극적인 표현을 쓰진 않았지만, 규제개혁에 확고한 의지를 보인 것은 분명하다.

이에 따라 현 정부 출범 후 1년 동안 총 1000여 건의 규제를 개혁했다고 밝혔다. 경제적 효과만도 70조원이라고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물론 적지 않은 성과인 것은 맞지만, 기업들이 기대했던 근로시간 유연화, 화학물질 등록 규제 완화법안인 화평·화관법, 공정거래법상 동일인 지정제도 등은 아직 성과를 내지 못했다. 국회라는 높은 장벽을 넘지 못했기 때문이다.

김용춘 전경련 팀장/법학박사
김용춘 한경협 팀장/법학박사

참 신기하다. 각종 행사에서 국회의원들 축사를 할 때보면 늘 다음과 같이 말한다. “국회가 제 일을 못한다. 규제만 만든다. 규제공장이라는 비판이 많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 4차 산업 혁명 시대에 낡은 규제들이 산업현장에서 열심히 뛰고 있는 우리 기업인 여러분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것을 잘 안다. 우리 국회도 이런 비난 듣지 않도록 적극적으로 규제 철폐에 앞장서서, 국회가 우리 기업인들의 걸림돌이 아니라 든든한 후원자가 될 수 있도록 하겠다...” 정말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듣는다.

그러나 각론으로 들어가면 딴 소리하기 일쑤다. 이건 이래서 안되고, 저건 저래서 안 된다. 세상 모든 제도는 일장일단이 있는데도 보고 싶은 것, 듣고 싶은 면만 보고 오히려 규제를 강화해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경우에 따라선 합리적 이유도 제시하지 않은 채 당론(黨論)이기 때문에 안 된단다. 국회는 정말 말과 행동이 따로 노는 전형적인 'NATO(No Action, Talk Only)'다.

대표적인 것이 일명 ‘노란봉투법’이다. 분명 세계적 유례도 없는 규제법인데도 야당은 무조건 11월 국회 본회의에 상정하겠다고 으름장이다. 주요 내용은 노동조합이 파업을 하는 경우 피해자(기업)의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법이다. 왜 노동조합에 대해서만 이런 특혜를 주어야 하는지 제안자도 명확한 답변을 주지 못하고 있다. 외국에서 보면 코미디도 이런 코미디가 없는 법이다. 그럼에도 다수인 야당이 쪽수로 밀어붙이면 법안 통과는 기정사실이다.

지난달 9월 21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야당 의원들이 '노란봉투법' 상정을 요구하며 김진표 국회의장에게 항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9월 21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야당 의원들이 '노란봉투법' 상정을 요구하며 김진표 국회의장에게 항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 외에도 많다. 분명 명분상으로는 기업들의 ESG 활동을 돕겠다고 하는데, 막상 법을 뜯어보면 오히려 기업에게 부담만 늘리는 법안도 있다. 국회만 가면 규제만 덕지덕지 붙는 것 같다.

어쩌면 규제강화는 정치인들로 구성되어 있는 국회의 피할 수 없는 숙명일지도 모른다. 규제개혁을 외치기는 좋지만 각론으로 가면 국민들에게 별로 인기가 없다. 반면 기업을 때려잡는 규제는 생색내기가 좋다. 적어도 개별 국민들에게 체감할 수 있는 이익을 주진 않더라도,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카타르시스는 줄 수 있으니까.

기업하는 사람들은 두 손 모아 기도한다. 부디 연말까지만 무사히 넘어가 달라고. 그럼 내년에는 총선 국면이니 국회가 제대로 안 돌아 갈테니, 기업들이 우려하는 이상한 규제도 안 만들어 질 것이기 때문이다. 소비자와 투자자 눈치를 봐야하는 기업이 왜 정치인 눈치를 더 보는지 모르겠다. 기업이 국회 쪽은 쳐다도 안 보고 경영에 집중할 수 있는 나라. 어쩌면 그것이 ‘기업하기 좋은 나라’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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