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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춘의 Re:Think]'밑빠진 독' 지방 공항 건설 멈출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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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춘의 Re:Think]'밑빠진 독' 지방 공항 건설 멈출 때가 됐다
  • 매일산업뉴스
  • 승인 2023.09.1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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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김용춘 한국경제인협회 팀장/법학박사

국내 공항 총 15개 중 10곳은 만성 적자
경제성 뒷전 선심성 공약으로 세금 낭비
무안국제공항 ⓒ연합뉴스
무안국제공항 ⓒ연합뉴스

전북 무안공항의 지난해 이용객은 2만9000여명으로 꼴지를 기록했다. 하루 이용객이 100명도 안 된다는 의미다. 국제공항이라는 이름이 무색할 지경이다. 일일이 다 조사해보지는 않았지만 아마 범위를 전 세계로 넓혀도 꼴지 수준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참고로 같은 기간 김포공항은 2500만명, 제주공항은 3000만명이 이용했다. 차로 30여분 걸리는 이웃 광주공항은 210만명이 이용했다.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이지 국내 공항 이용률은 처참하다. 국내에 있는 공항은 총 15개 중 10곳은 만성 적자에 시달린다. 김포, 제주, 김해 등 주요 공항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이 수익성이 없는 공항이라는 의미다. 여기에 천문학적인 건설비도 사실상 허공으로 날아갔다. 무안공항만도 국민 혈세가 3056억원이나 투입됐다.

좁은 국토에 이처럼 많은 공항이 필요한지 의문이다. 이미 우리나라는 고속도로망도 촘촘하고, 반도(半島) 국가임에도 철도망이 잘 갖추어져 있다. 그럼에도 마구잡이식으로 공항을 계속 건설하니, 그 비싼 공항 활주로를 고추 말리는데 쓰고, 사람이 없어 유령이나 돌아다니는 공항으로 전락하게 된 것이다.

김용춘 전경련 팀장/법학박사
김용춘 한경협 팀장/법학박사

이처럼 황당한 세금 낭비 사업이 계속되는 이유는 포퓰리즘 때문이다. 선거 때만 되면 지역 공항 건설 공약이 단골 메뉴로 나온다. 명분도 그럴싸하다. 날씨가 좋으니 공항의 최적지라느니, 교통 오지이기 때문에 공항을 지어야 한다느니, 지역 균형 발전 차원에서 우리도 있어야 한다는 온갖 명분을 내세운다. 공항 건설에는 주로 국비가 투입되는 지방자치단체들도 쌍수를 들고 동조한다.

경제성에서 대해서는 아무도 귀담아 들으려 하지 않는다. 오직 선심성으로만 판단한다. 경제성 평가도 부풀리기 일쑤다. 무안 공항은 이용객 수가 당초 사업 예측치의 0.5%에 불과하다. 민간 기업에서 이랬으면 무능한 직원이라며 당장 옷을 벗어야 했을 것이다. 그러나 포퓰리즘 공항은 짓기만 할 뿐 아무도 결과에 책임을 지지 않는다. 이처럼 실패가 반복되는데도 마치 마약처럼 번지기만 할뿐 근절되지 않고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지금 추가 공항 건설이 검토되고 있는 곳은 총 9곳에 이른다. 만일 9곳이 모두 건설되면 영토규모 109위 대한민국에 총 24개의 공항이 들어서게 된다. 그럼에도 포퓰리즘과 지역 이기주의에 취해 공항건설 주장만 있을 뿐, 안타깝게도 진실된 목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묻고 싶다. 자기 돈이라면 이렇게 하겠냐고. 누가 봐도 적자투성이 공항이 될 것이 뻔한데 투자하겠냐고. 답은 명확하다고 생각한다. 이성적으로 냉정하게 판단한다면 현재 대한민국 입장에서 신규 공항건설은 굉장히 신중해야 한다. 차로도 갈 수 있는 거리에 공항을 만들고 비행기를 타길 기대하다니 이 얼마나 어리석은 일인가.

국민의 세금을 ‘혈세(血稅)’라고 한다. 국민들의 피와 땀이 섞인 돈이기 때문이다. 단돈 10원이라도 허투루 써서는 안 되는 이유다. 올해 재정적자만도 70조원이 넘을 것이라고 한다. 정부와 정치권은 국민들로 부터 세금을 어떻게 더 걷을까를 생각하기 전에, 이런 선심성 예산낭비부터 과감하게 줄여야 한다. 경제성 없는 공항건설처럼 밑빠진 독에 국민의 피를 갈아넣는 일은 더 이상 없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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