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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춘의 Re:Think]왜 일요일에는 대형마트에서 장보면 안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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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춘의 Re:Think]왜 일요일에는 대형마트에서 장보면 안되나?
  • 매일산업뉴스
  • 승인 2023.09.0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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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김용춘 전국경제인연합회 팀장/법학박사

규제 10년에 전통시장 살리긴 커녕 최근 3년 8천곳 폐업
시장경제에서 가장 중요하게 고려해야하는 요인은 소비자
대형마트 의무휴업일 안내문 ⓒ연합뉴스
대형마트 의무휴업일 안내문 ⓒ연합뉴스

매월 둘째, 넷째 일요일에는 대형마트가 문을 닫는다. 오전 0시부터 10시에도 영업을 하지 않는다. 2011년 대규모유통업법이 제정되면서 대형마트 영업시간을 제한한 탓이다. 이유는 전통시장과의 상생. 대형마트 때문에 주변 전통시장들이 다 쇠락한다는 것이다.

그 후 10여년이 지났다. 선진국에서 찾아보기 힘든 영업시간 규제 탓에 대형마트들의 실적은 뒷걸음질쳤다. 전체 유통산업 중 대형마트 매출 비중은 2014년 28%에서 2023년 13%로 쪼그라들었다. 그럼 전통시장은 성장했을까? 전혀 아니올시오다. 3년간 8,000곳이 폐업했다는 소식이 들릴 정도로 전통시장은 벼랑 끝에 내몰렸다. 대형마트의 빈자리를 채운 것은 온라인 유통시장이다. 2014년 온라인 유통시장 비중은 28%에서 2023년 50%로 급증했다.

결국 대형마트 규제 10여년의 성과표는 실패다. 오직 전통시장 상인들을 보호하기 위해 대형마트 관련 업자 및 종사자의 손해와 소비자의 불편을 감수하고 규제를 시행한 것인데 정책목표를 전혀 달성하지 못했다.

김용춘 전경련 팀장/법학박사
김용춘 전경련 팀장/법학박사

이에 현 정부에서도 지난해 대형마트 영업시간 규제를 규제 혁신 1호 과제로 선정한 바 있다. 그러나 10여년 전과 마찬가지로 소상공인들의 강력한 반대에 부딪혀 결국 좌초되고 말았다. 지금 유통시장의 공룡은 분명 온라인 유통 시장인데 유통시장 비중이 겨우 10% 남짓에 불과한대형마트에만 분풀이 하는 것 같다.

냉정하게 다시 생각해 봤으면 좋겠다. 과연 전통시장의 쇠락이 대형마트 때문인지, 아니면 변화하고 있는 유통시장의 큰 트렌드인 것인지. 만일 정말 대형마트 때문에 전통시장이 쇠락하고 있다면 대형마트가 없거나 폐점하는 곳에는 전통시장이 매우 활성화되어야 한다. 그러나 그렇다는 증거는 아직 찾아보기 어렵다. 오히려 대형마트 1개가 폐점하면 관련 일자리 1400개가 사라지고, 주변 자영업자 매출도 10%가량 감소한다는 조사결과도 있다.

그렇다면 이제 근거없이 명분만 남아있는 대형마트 영업시간 규제는 재검토해야 한다. 사실 시장경제에 있어서 가장 중요하게 고려해야하는 요인은 소비자다. 시장경제가 다른 경제체제보다 우월한 이유는 경쟁을 통해 소비자의 후생을 증가시키기 때문이다.

때문에 경제정책도 소비자에게 이익이 되는지 여부가 정책의 당위를 결정하는 핵심 기준이 되어야 한다. 소비자가 밤에 쇼핑하길 원한다면 밤에 쇼핑하게 해주고, 일요일에 장을 보고 싶다면 그렇게 하게 해야 한다. 그래야 시장에서 유효한 거래가 늘고, 소비자도 시간을 효율적으로 쓰고, 유통업자들도 더 나은 서비스를 더 저렴한 가격에 공급하려 경쟁하게 된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혁신이 일어난다.

시장에 주는 정책 목표는 심플해야 한다. 즉 소비자의 이익이 가장 중요한 정책목표였으면 좋겠다. 소비자에게 이익이 된다면 과감하게 규제를 풀고, 해가 된다면 규제하면 된다. 그래야 시장이 활성화되고, 혁신이 일어나고, 시장규모가 커지고, 국가경제가 성장하고, 일자리가 늘어나고, 국부가 증가하게 된다. 모든 정책 목표를 다 이루려고 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그럼 정책도 복잡할 뿐더러, 결과도 좋지 못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실전에서는 생각을 단순하게 해야 한다. 생각이 복잡하면 아무것도 못 한다.” 골프든 야구든 코치들이 항상 강조하는 이 말은 정책에도 유효하다고 본다.

그렇다고 전통시장 상인들을 철저히 외면하자는 말이 아니다. 어느 산업이든 변화의 흐름 속에 누군가는 어려움에 처하기 마련이다. 이때 필요한 것이 바로 사회안전망이다. 정책당국이 해야할 일은 소비자의 이익에 반하는 규제를 개혁하고, 필요한 곳에 필요한 지원이 가도록 하는 안전망을 구축하는 일이다. 시장 자체를 규제하는 정책은 최후의 수단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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