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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를 위한 첫걸음]청바지의 변신은 무죄? 업사이클링보다 패셔너블로 유명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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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를 위한 첫걸음]청바지의 변신은 무죄? 업사이클링보다 패셔너블로 유명세
  • 김혜림 기자
  • 승인 2022.08.02 0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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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속 실천>행동하는 사람들(45) ㈜할리케이

1만벌 낡은 청바지 업사이클링해서 32만 5000㎏ 이산화탄소 절감
ⓒ할리케이
㈜할리케이의 김현정 대표가 지난달 28일 대구시 평리동 자재 창고에서 업사이클링한 제품을 보여주고 있다. 쌓여 있는 낡은 청바지들이 눈길을 끈다. ⓒ ㈜할리케이

[매일산업뉴스] ‘청바지의 변신은 무죄다.’ 버려진 청바지가 ㈜할리케이의 김현정 대표를 만나면 세계무대에서도 돋보이는 작품이 된다. 김 대표가 낡은 청바지를 업사이클링한 ‘더 베터 블루(the better blue)' 시리즈는 2018년 세계적인 공모전 ’레드닷 디자인‘ 콘셉트 패션부문에서 ’위너(winner)‘상을 받았다.

국내보다 해외에서 먼저 유명해진 할리케이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 지난달 28일 김 대표에게 전화를 했다. 대구에서 ‘오픈마켓 준비로 바쁘다’는 그녀의 목소리는 힘찼다. 동성로에서 오는 3일부터 9월13일까지 40일간 ‘지속가능한 라이프’를 꿈꾸는 브랜드들과 함께 할 팝업스토어를 연다.

2018년 ’레드닷 디자인‘ 콘셉트 패션부문 ’위너(winner)‘상을 수상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김현정 대표(오른쪽).ⓒ ㈜할리케이

김 대표는 “당시 수상소식을 전하자 모두 친환경(Green) 부문으로 생각하더라”면서 “할리케이는 그때나 지금이나 업사이클이 아닌 패션제품으로서 경쟁력이 있다”고 자신만만해 했다. 김 대표는 업사이클 제품이 지녀야 할 미덕으로 환경적 요소와 함께 멋진 디자인을 꼽았다.

미국 유학시절 액세서리를 직접 디자인해 판매했던 김 대표는 귀국한 뒤 고향인 대구에 정착했다. 아이들이 입던 청바지를 버리는 게 아까워 리폼을 시작하면서 그의 삶은 크게 바뀌었다.

헌 청바지로 가방, 아이들옷 등을 멋스럽게 만들어내는 솜씨가 수도권에까지 알려져 2015년 경기도 ‘광명업사이클센터’에 강사로 초빙됐다. 3년 동안 업사이클링을 강의하면서 청바지의 멋에 더욱 빠져 들었다.

2017년 10월 대구 한국업사이클센터에 입주한 뒤 본격적으로 업사이클링 디자인을 시작했다.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 수상을 계기로 브랜드를 런칭했고, 2019년 예비사회적기업이 됐다. 2020년에는 벤처기업 인증도 받았다. 현재 업사이클 패션 브랜드 '할리케이'와 비건 패션 브랜드 'HLK'를 전개 중이다. 

청바지를 해체하고 있는 시니어클럽 회원들. ⓒ ㈜할리케이

김 대표는 “청바지는 낡을수록 멋스러워지는 소재이기도 하지만 그냥 버리는 것은 지구에게도 미안한 일”이라면서 호호 웃었다. 그는 “제작할 때 32.5㎏의 탄소가 발생하는 청바지를 싫증나거나 좀 헤졌다고 버린다면 환경이 어떻게 되겠느냐”고 했다.

김 대표는 초기에는 주변 지인들 옷장 속 낡은 청바지를 털어왔지만 규모가 커지면서 현대백화점 등 기업과의 협업을 통해 청바지를 기부받아 새 생명을 불어넣고 있다.

낡은 청바지는 제각각의 헤짐과 그라데이션을 간직하고 있어 그 자체로도 개성 넘치는 소재지만 해체작업이 쉽지는 않다. 김 대표는 한 달 정도 걸리는 해체작업을 지역의 시니어클럽과 경력단절여성들에게 맡겨 ‘일자리 나눔’에도 앞장서고 있다. 지난해 1월부터는 연간 매출의 1%를 환경 보호 활동과 풀뿌리 단체에 기부하고 있다.

김 대표는 "사람과 사람, 사람과 환경의 상생을 도모하며 이를 통해 지속 가능한 삶, 윤리적인 소비 실천'을 목표로 삼고 있어 지역경제에 작은 힘이라도 보태고 있다"고 말했다.

할리케이는 지난 한 해 동안에만 1만여 벌의 청바지를 해체한 뒤 자투리 천과 아크릴 물감 등을 더해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가방을 만들었다. 32만 5000㎏의 이산화탄소를 절감한 셈이고, 엄청난 양의 의류 쓰레기 발생도 막았다.

김 대표는 “지난해부터는 청바지뿐만 아니라 황마로 만든 원두 포대도 활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우리나라는 ‘커피공화국’으로 불릴만큼 원두소비가 많다. 그동안 원두 포대는 산업쓰레기로 버려지고 있었다.

원두 포대와 비건가죽으로 만든 소품들 ㈜할리케이

할리케이는 지난해 3000여장의 원두 포대를 활용해 핸드백, 지갑 등을 선보였다. 초기에는 주변 카페에서 원두 포대를 얻었지만 지난해 5월부터는 커피&티 전문 기업 ㈜쟈뎅과 협약을 맺어 안정적인 공급을 받고 있다.

김 대표는 “청바지와 원두포대 외의 손잡이, 가방 끈 등 자재들은 닥나무로 만든 비건 한지 가죽을 사용하는 친환경제품”이라고 자랑했다. 일반 가죽만큼이나 질긴 한지 가죽은 폐기됐을 때 빠르게 생분해되는 지속가능한 친환경적 소재다.

김 대표는 “잘 사서 오래 쓰는 친환경적인 라이프를 지향하고 있다”면서 “일반 소비자들도 가치 있는 소비를 추구하면 기후위기 대응에 힘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할리케이는 올해 초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지속 가능한 패션 페어 ‘Who’s next IMPACT’, 뉴욕 국제 패션 박람회 ‘COTERIE’, 이탈리아 밀라노 리니아펠레 국제가죽박람회 등에 참가해 호평을 받았다. 아마존, 큐텐 재팬, Super Etage(독일) 등 해외유통망에서도 이미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김 대표는 “세계 패션 무대에서 할리케이가 우뚝 선다면 업사이클 패션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도 크게 바뀔 것”이라면서 “그날까지 열심히 뛸 것”이라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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