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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정유업계 횡재세? 제빵사에 벌금 때리면 빵값 내려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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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정유업계 횡재세? 제빵사에 벌금 때리면 빵값 내려가나?
  • 매일산업뉴스
  • 승인 2022.07.2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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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양준모 연세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정부가 공급가액 통제하면 사업자가 공급량 줄일 수도
정의롭지도 않고 중복과세도 문제 ... 실패 정책 반복말길
ⓒiSto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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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에서 정유업계를 대상으로 한 횡재세 도입이 논란이다. 유가 상승으로 국민이 고통받고 있는 상황에서 ‘무엇인가 해야 한다’는 정치적 계산으로 보인다. 이미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 사업법(석유사업법)’에 부과금 규정이 있고, 김성환 더불어민주당 정책 위원장이 정유업계를 대상으로 한 횡재세까지 입법을 추진한다고 하니, 현재 상황은 횡재세 도입 검토를 정치적 행동으로 가볍게 생각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정치권의 논란에도 불구하고, 횡재세를 도입하거나 정유업계에 부과금을 부과해서 고유가 고통을 줄일 수 있는지 의문이다. 빵값이 치솟는 상황에서 빵을 만드는 사람들에게 세금을 부과하면 빵값이 내린다고 생각하는 것과 같다. 결론적으로 국민의 고통은 가중되고 경제는 더 침체할 것으로 보인다.

석유사업법 18조에는 ‘석유를 수입하거나 석유제품을 판매하는 석유정제업자, 석유수출입업자 또는 석유판매업자’와 ‘국제석유 가격의 현저한 등락으로 인하여 지나치게 많은 이윤을 얻게 되는 석유정제업자 또는 석유수출입업자’에게 석유 수급과 석유가격의 안정을 위해 부과금을 징수할 수 있도록 규정되어 있다.

이 조항은 1994년 3월 24일 개정되어 1995년 1월 1일부터 시행됐다. 과거 전시와 사변, 천재지변이나 국제석유시장의 위기 시에만 한시적으로 최고 가격 등으로 개입하는 조항에서 이윤을 근거로 개입하는 규정이 도입된 것이다. 당시 문민정부는 신경제 5개년 계획을 실시하면서도 각종 규제를 강화했다. 문민정부는 물가 안정을 위해 공공요금 동결과 가격 통제 등, 시장 규제 정책을 실시했다. 경제활성화 및 자본자유화, 규제 완화를 이야기하면서 한편에서는 시장 규제 정책을 실시한 것이다. 과거 고도성장기에 없었던 시장규제가 문민정부에서 도입됐고, 문민정부의 규제는 경제성장의 동력을 떨어뜨렸다. 결과적으로 문민정부의 경제정책은 1997년 외환위기를 막지 못했다.

신경제 5개년 계획은 1921년 레닌 (Vladimir Lenin)이 실시한 신경제계획(New Economic Plan)을 연상하게 한다. 소련의 신경제계획은 사회주의 경제 체제에서 경제 활성화를 위해 시장을 중시하는 이른바 혼합경제체제의 성격을 갖고 있었다. 국영기업들이 이윤을 추구하도록 하면서 시장은 정부가 통제한다는 이중적 성격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성공할 수 없었다. 1928년 스탈린(Joseph Stalin)이 집단농장을 도입하는 등 다시 통제를 강화하면서 신경제계획을 폐지했다. 스탈린의 통제적 공업화는 오래가지 못했고, 집단농장정책은 재앙을 초래했다.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

인류 역사 상, 경제 통제 정책이 지속적으로 경제를 활성화한 사례는 찾을 수 없다. 통제와 시장을 혼합해도 성공하지 못했다. 실패에도 불구하고 권력을 가진 사람들은 끊임없이 통제하려고 했고, 실패는 반복됐다. 횡재세와 같은 통제는 실패할 수밖에 없다.

정유업계는 유가 급등락을 안정화시키기 위해 비축의무 등 다양한 의무를 가지고 있다. 물론 이러한 비용은 소비자에게 전가된다. 현재의 석유사업법은 1970년에 만들어질 때보다 더 많은 규제 조항을 가지고 있다. 법 개정 때마다 규제가 도입됐고 국민 부담을 증가했다. 석유사업법 18조의 부과금 규정도 2014년 이중부담을 고려해 다소 수정됐지만, 이것은 석유비축의무 준수를 위한 경우에도 발생하는 불합리한 부과금을 없애는 정도에 불과했다. 이와 같은 각종 규제로 인해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보다 월등히 높은 석유 가격을 지불하고 있다.

유류세를 높이면서 정부가 유가 상승 시기에서 일종의 완충 역할을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유가가 급증하자 유류세를 인하했지만, 유가 상승을 완충하는 데에는 역부족이었다. 오히려 유가 상승에도 불구하고 수요가 줄지 않아 무역수지 적자를 시현하면서 환율 급등으로 물가만 올리는 데에 일조했다. 그동안 높은 세율로 국민은 세금만 더 낸 셈이 됐다.

우선 횡재세를 부과하면 유가가 하락하는가의 문제를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횡재세를 내는 사업자가 공급가액을 낮출 수는 없다. 정부가 공급가액을 통제한다면 사업자가 공급량을 줄이는 상황도 벌어질 수 있다. 두 경우 모두 국민의 부담으로 이어진다. 횡재세는 유가가 상승할 때에도 유가를 더 오르게하고 유가가 하락할 때에는 유가가 하락하지 못하도록 막는다. 결과적으로 횡재세는 물가 안정에 도움을 주지 못한다.

횡재세의 도입은 업종별 투자 수익률의 왜곡을 초래해서 우리 생활의 필수품인 석유류 산업의 상대적 쇠락을 촉진할 수 있다. 횡재세 도입으로 주식시장의 주가 왜곡이 발생하고 자금 조달의 문제가 발생한다. 정유업계의 자금 조달 비용은 올라가고 투자 여력은 줄어든다.

정유업계가 국제적 경쟁력을 확보하여 수출산업의 핵심으로 자리 잡게 된 것은 지속적인 설비 투자 덕분이다. 더욱이 중국 등 경쟁국들이 설비 투자를 지속한다면 언제 수출경쟁력을 상실할지 모른다. 수출경쟁력을 상실하면 성장 동력은 떨어진다. 투자 감소는 현재의 경제 활성화에도 악영향을 주고 외환 수급에도 악영향을 줌으로써 국민은 이중 삼중의 피해를 입는다.

횡재세의 부과는 정의롭지도 못하다. 횡재세 도입으로 사업자들은 이익이 생기면 세금을 내지만 손해가 발생하면 아무도 손실을 보상해 주지 않는다. 사업자가 이익이 생기면 법인세를 납부하고 배당을 하면 배당받은 사람들이 소득세를 납부하게 된다. 횡재세는 동일한 재원에 기존의 법인세와 소득세에 추가하여 중복적으로 과세하는 것으로 그 자체로 조세 형평성의 문제를 야기한다.

횡재세는 유류세 인상보다도 더 큰 부작용을 가져다준다. 이른바 가격 급등으로 돈벌이를 했다는 것은 비난의 대상이다. 이를 응징하는 것은 정치일지 모른다. 그렇지만 냉정하게 생각해서 횡재세가 유가를 낮추지 못하여 국민에 도움을 주지 못한다면 횡재세를 도입하지 않는 것이 정치의 올바른 자세다. 실패한 정책을 반복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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