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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를 위한 첫걸음]골프장을 공부하는 신부님, 이유 듣고 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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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를 위한 첫걸음]골프장을 공부하는 신부님, 이유 듣고 보니...
  • 김혜림 기자
  • 승인 2022.07.26 0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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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속 실천>행동하는 사람들(44) 기후위기 남양주비상행동

남양주군내 65개 단체 참여 골프장 물류센터 건설 반대운동
ⓒ매일산업뉴스 김혜림 기자
원동일 기후위기 남양주비상행동 상임대표가 지난 22일 경기도 의정부시 천주교 의정부교구에서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알리는 일에 앞장설 것을 다짐하고 있다.   ⓒ매일산업뉴스 김혜림 기자

[매일산업뉴스] 천주교 의정부교구 제1지구장인 원동일 신부는 요즘 골프에 ‘푹’ 빠져 있다. 지난해 3월부터 기후위기 남양주비상행동(이하 남양주비상행동) 상임대표까지 맡아 동분서주하고 있는 그가 골프에 곁을 내주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사연을 듣기 위해 지난 22일 경기도 의정부시 천주교 의정부교구를 찾았다. 1층 성바오로 서점에서 만난 원 신부는 골프장의 인력구성과 환경 관련성 등에 대해 열심히 공부(?)했단다. 원 신부는 골프가 아닌 골프장에 관심이 있었던 셈이다.

“그린벨트인 남양주군 수동면 내방3리 골프장 건설을 막기 위해 남양주비상행동 회원들과 함께 현장에 나가 시위도 하고 건설반대 서명도 받고 있습니다.”

한 개발업체가 내방3리에 건설을 추진 중인 골프장은 203만㎡에 36홀 규모의 대중형 골프장이다. 여의도 면적의 3분의 2에 해당하는 대규모 개발사업이다.

원 신부는 “개발업체는 지역 일자리 창출을 주장하고 있지만 실상은 다르다”고 지적했다. 골프장에서 일하는 인원들은 대체로 전문직종이어서 다른 골프장을 살펴본 결과 정작 주민고용은 제초작업을 하는 인부 십수 명에 지나지 않았다고 했다.

골프장 건설반대에 남양주비상행동이 팔을 걷어 부치고 나선 것은 골프장 건설 예정지가 수도권 상수도보호구역과 밀접한 곳이자 반딧불이 서식지로 환경파괴 염려가 크기 때문이다. 물과 농약사용이 많은 골프장이 들어설 경우 지하수가 마르는 동시에 오염되는 초유의 사태가 예상된다는 것이다.

원 신부는 “남양주비상행동은 주민들의 생활환경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는 별내 물류센터 건설 반대운동도 펴고 있다”고 밝혔다. 별내 물류센터는 단순창고가 아니라 하역장과 집배송시설까지 갖출 예정이어서 교통안전 문제, 분진과 소음, 미세먼지 등이 우려되고 있다.

별내 물류센터는 지난 지방자치선거에서 당선된 주광덕 남양주시장이 건설저지를 공약으로 내걸었던 만큼 해결을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골프장건설은 주 시장이 취임하자마자 '토지에 대한 용도변경을 위한 도시계획 심의회의'를 개최해 걱정이 크다.

ⓒ기후위기 남양주비상행동
지난해 3월 9일 남양주시청 앞에서 진행한 기후위기 남양주비상행동 출범식에서 참가자들이 피켓시위를 벌이는 모습. ⓒ남양주비상행동 

남양주비상행동은 2019년 출범한 기후위기비상행동의 지역단체로서 지난해 3월 정식 출범했다. 남양주군내 65개가 단체가 참여한 출범식에서 남양주시의 기후위기 비상사태를 선포한 이후 중앙단체와 연계활동을 펼치는 한편 지역의 환경 이슈들에 적극 대응하고 있다. 현재 일반시민 180여명이 회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원 신부는 “절체절명의 기후위기 시대에 남양주시의 모든 형태의 리더십에 기후위기 대응의 실천적 의제가 더해져 남양주시가 기후위기 대응 제일의 도시가 될 수 있도록 온힘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원 신부는 우리나라 기후위기 관련 정책들이 ‘경제성장’에 초점을 맞춘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나라 기후위기 관련 정책들은 녹색성장->탄소중립 등 대체로 ‘경제성장’에 방점을 두고 있었다”면서 “성장체제를 포기하고 4차 산업혁명 대신 생태혁명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화석에너지에서 재생에너지로 전환하기보다는 먼저 에너지 소비를 줄이는 것이 중요하고, 플라스틱 분리수거 추진보다는 플라스틱 생산 자체를 줄여야 하는데 성장체제에선 어렵다는 것이 원 신부의 생각이다.

원 신부는 “덜 생산하고 덜 소비하고 공유하고 공존해야 하고 부족한 부분을 서로 돌봄과 나눔으로 채우는 사회로 전환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후위기 골든타임에 들어선 윤석열 정부에 대해서도 원 신부는 “성장보다는 공존, 생태사회로의 전환을 위해 노력해줬으면 좋겠다”면서 “원전보다는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확대하고, 특히 에너지분권화 정책 추진해 힘써줄 것”을 요구했다.

원자력발전소에서 생산한 전기를 송전탑을 통해 각 지역으로 보내는 것은 엄청난 탄소발자국을 남기는 것으로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것이다. 

남양주기후행동은 지금도 기후행동학교, 기후위기특별강좌, 물물교환장터 등 일반시민들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펼치고 있다. 특히 오는 8월 27일에는 평내성당 1층 강당에서 물물교환장터와 함께 ‘기후위기를 생각하는 시와 문학의 밤’ 을 연다. 이 행사에서 9월 24일 기후위기 비상행동이 펼치는 ‘기후정의 행진’ 참여를 독려할 예정이다.

원 신부는 “앞으로 기후위기 심각성을 알려 시민들의 인식전환을 이끌어내는 일과 기후위기 정책을 설립할 수 있도록 정치권을 압박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더욱 적극적으로 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마을 도서관 등 공유공간에서 채식지향 식단전환, 태양광발전소 등 지역사회 에너지전환 협동조합 등을 공부하는 소모임도 진행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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