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2024-04-28 11:15 (일)
[조남현의 종횡무진]화물연대 업무방해 대처에 尹정부 5년이 달려있다
상태바
[조남현의 종횡무진]화물연대 업무방해 대처에 尹정부 5년이 달려있다
  • 매일산업뉴스
  • 승인 2022.06.09 06: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글ㆍ조남현 시사평론가

영국의 부활은 대처가 노조에 굴복하지 않았기 때문
법 위에 군림해 온 민노총 바로잡지 못하면 희망 없어
사진은 지난 7일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산하 화물연대 충북지역본부 총파업 출정식 채널A화면 캡처.

 

화물연대가 총파업을 선언했다. 심각한 물류대란이 우려되고 있다. 그 시작은 하이트진로 경기 이천공장에서 화물연대 소속 화물차주들이 벌이고 있는 파업이다. 화물차주들이 공장을 봉쇄하며 파업에 참여하지 않은 다른 차주들의 진입을 막아서면서 생산중단 사태까지 빚어지고 있다. 그 현장을 보면 한숨부터 나온다. 이 나라가 법치주의 국가인지, 왜 이런 억지가 일상이 되었는지 한심하기 짝이 없다.

이건 엄밀하게 말해 파업이 아니라 업무방해다. 화물차주들은 근로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더욱이 하이트진로와 화물차주들은 아무 상관도 없다. 노사관계가 아니라는 말이다. 화물차주들은 하이트진로가 아니라 화물 운송 위탁사인 수양물류와의 계약관계에 있을 뿐이다. 그것도 노사관계는 아니다. 그런데 하이트진로를 상대로 한 파업이라니. 이게 어떻게 파업일 수 있단 말인가.

화물연대 자체는 노조일 수 없다. 자영업자들 단체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들의 단체행동은 노조의 단결권으로 이해할 수 있는 게 아니라 담합의 성격이 강하다. 그런데 노조를 자처하며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산하 소속으로 행동하고 있다. 민주노총이면 만사형통인가. 자영업자들이 노조 행세를 하며 파업 아닌 파업, 아니 업무방해를 하는데도 공권력은 무기력하게 지켜보기만 한다.

하이트진로는 당장 업무방해로 고소·고발을 하고 손배소 청구도 해야 할 것 같은데 사실상 두 손 놓고 정부의 처사만 기다리고 있다. 짐작하기로는, 잘못 건드렸다가 화를 키우지 않을까 몸조심을 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한다. 법보다 주먹이 가까운 한국 사회의 현실이 이렇다.

조남현 시사평론가
조남현 시사평론가

화물차주들의 어려움을 모르는 바 아니다. 화물연대 측 주장에 의하면 2008년 이후 14년 동안 운송료가 오르지 않은 데다가 기름값이 급등해 일을 할수록 손해라는 모양이다. 어려운 사정에 처한 점은 공감이 가나 그렇다고 해도 제3자에게 피해를 주는 것은 동의하기 어렵다. 누구도 손해를 감수하며 일을 하라고 강요하지 않는다. 그런 것을 계약관계도 없는 엉뚱한 회사에 대고 출하를 방해하면서까지 운송료 인상을 요구하니 이런 억지가 어디 있는가.

지금 업무방해를 하고 있는 화물차주들에게 묻고 싶다. 수양물류와 계약한 더 많은 화물차주들은 바보들이란 말인가. 그들은 왜 일을 할수록 손해인 줄 알면서도 계약을 했는가.

보도에 따르면 수양물류 소속 약 500명의 화물차주 중 70%는 이미 지난 2월 올해 위·수탁 계약을 완료했다. 나머지 30% 가량인 130여 명이 운송료 인상을 요구하며 회사와 갈등을 빚다 지난 3월 민주노총 산하 화물연대에 가입했다고 한다. 억지를 부리기 위해 화물연대에 가입한 것인지, 화물연대에 가입했기 때문에 억지를 부리는 건지 도통 알 수가 없다.

듣기로는 하이트진로가 이번 사태에 직접적인 개입을 하지 못하는 처지라 한다. 이번 사태는 위탁 물류회사와 차주 간 계약에서 비롯된 문제인데, 위탁 물류사와 차주 간 계약과 협의 과정에 개입할 경우 공정거래법과 하도급법 등에 저촉될 우려가 있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번 사태로 피해를 보는 측은 하이트진로 뿐이 아니다. 편의점 업계가 소주 물량을 제대로 확보하지 못해 비상이 걸렸다. 비단 편의점뿐일까. 식당이나 술집 등의 영업에도 차질을 빚을 것이고 궁극적으로 소비자들이 피해를 입을 것이다. 왜 애꿎은 사람들이 피해를 보아야 한단 말인가.

윤석열 대통령은 선거 과정에서부터 법과 원칙을 강조해 왔다. 정부는 이번 사태와 관련,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무관용 원칙’으로 대응하겠다고 했다. 또 끝까지 민·형사상 책임을 묻고 차량을 이용해 불법으로 교통방해·운송방해를 할 경우 운전면허를 정지 또는 취소하고, 업무개시 명령에 불응하는 경우에는 화물운송 종사 자격을 취소한다는 방침도 분명히 했다.

정부는 반드시 이 말을 지켜야 한다. 만일 정부가 스스로 밝힌 바와 달리 적당히 타협하며 사태 수습에만 매달리면 윤석열 정부 5년은 보나 마나다. 가장 시급하고도 중요한 노동개혁은 엄두도 못내고 민주노총에게 끌려다닐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엄청난 사회적 비용을 감내야 할 것이고, 기업 수난으로 인한 경제적 손실도 각오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대통령실 관계자가 ‘원만한 해결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한 모양인데 그런 자세라면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곪아 터지게 만들 것이다. 이번 사태에 어떻게 대처하느냐가 우리 경제, 나아가 나라의 앞날을 좌우할 것이다.

영국병이라는 고질병 때문에 유럽의 환자 신세를 면치 못했던 영국이 되살아난 것은 마거릿 대처 총리가 노조와 타협하거나 굴복하지 않았기 때문에 가능했다. 한국에서도 법 위에 군림해 온 민주노총의 행태를 바로잡지 못하면 희망이 없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