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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남현의 종횡무진] 최악의 흑역사 외면한 문재인 퇴임사, 진실도 염치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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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남현의 종횡무진] 최악의 흑역사 외면한 문재인 퇴임사, 진실도 염치도 없었다
  • 매일산업뉴스
  • 승인 2022.05.1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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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조남현 시사평론가

국격 높아졌다는 근자감과 방역 모범국가라는 자찬
70년 성공의 역사를 실패의 역사로 바꿔 써 온 사실도 알고 있을까
문재인 전 대통령이 지난 9일 청와대에서 퇴임연설을 하고 있다. ⓒ문재인 전대통령 페이스북 캡처
문재인 전 대통령이 지난 9일 청와대에서 퇴임연설을 하고 있다. ⓒ문재인 전대통령 페이스북 캡처

문재인 정권 5년은 질곡의 세월이었다. 그러나 임기 마지막 날인 지난 9일 있었던 문재인 전 대통령의 퇴임 연설은 그런 진실을 외면한 채 온통 미사여구로만 가득차 있었다. 스스로를 돌아보는 성찰도 없었고, 다음 정부 출범을 훼방 놓고 있는 민주당의 몽니를 우려하는 최소한의 제스처도 없었던 퇴임사였다. 그는 마치 딴 세상에서 살다 온 사람인 듯 보였다. 무엇보다도 조금만치의 염치도 없었다는 점에서 참으로 낯 뜨거운 궤변이라고밖에는 달리 평가하기 어렵다.

퇴임사 중 우선 눈에 걸리는 부분은 “대한민국의 국격이 높아졌다”는 대목이다. 문 전 대통령이 무엇을 근거로 국격이 높아졌다고 하는지 뜬금없다는 생각을 지우기 어렵다. ‘아무도 흔들 수 없는 나라’를 이번에도 강조했는데, 아마도 그것을 근거로 삼은 게 아닐까 미루어 짐작하기는 하겠다. 그런데 과연 문 대통령 집권 시기 대한민국이 아무도 흔들 수 없는 나라였던가.

중국을 국빈 방문했는데도 ‘혼밥’의 치욕적인 수모를 당했던 기억은 없는 것일까. 스스로 중국 공산당 정권에 굽신거리면서 이른바 ‘3불(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추가 배치를 하지 않고, 한·미·일 3국 군사동맹에 참여하지 않으며, 미국이 주도하는 미사일방어(MD) 체계에 들어가지 않겠다는 문재인 정부의 방침)’을 약속했던 것이 얼마나 굴욕적인 것인지도 여전히 깨닫지 못하고 있는 게 아닌가.

조남현 시사평론가
조남현 시사평론가

가장 최근에 있었던 대한민국 흔들기는 북한의 김정은 정권이 핵 협박을 한 것이다. 주지하듯 김정은은 지난달 25일 조선인민혁명군 창건 90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우리 핵무력의 기본사명은 전쟁을 억제함에 있지만 이 땅에서 우리가 결코 바라지 않는 상황이 조성되는 경우에까지 우리의 핵이 전쟁 방지라는 하나의 사명에만 속박되여 있을 수는 없다”고 했다. 이어 “어떤 세력이든 우리 국가의 근본 이익을 침탈하려 든다면 우리 핵 무력은 의외의 자기의 둘째가는 사명을 결단코 결행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이런 협박과 무시, 흔들기가 문 전 대통령의 눈에는 보이지 않았단 말인가. 짐작컨대 그는 임기 중 일본에 대해서만 목소리를 높였던 것을 ‘아무도 흔들 수 없는 나라’가 된 것으로 인식하는 자기최면에 걸려 있는 게 아닌가 한다. 대일 강경 자세로 지지세력을 결집시키면서 대중을 현혹한 것은 정권의 이익을 위해 국익을 저버린 일탈행위에 지나지 않는 것이었음에도 여전히 마취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잇는 것 같다.

북핵 이야기가 나와서 말이지만, 문 전 대통령이 “임기 초부터 고조되던 한반도의 전쟁위기 상황을 대화와 외교의 국면으로 전환시키며, 평화와 번영의 새로운 한반도 시대에 대한 희망을 키웠다”고 한 것은 듣는 이의 귀를 의심케 했다. 도대체 문 정권 초기와 지금의 상황 중 어떤 시기가 더 위중한지 진정 모른다는 말인가. 평화와 번영의 새로운 한반도 시대에 대한 희망이라니, 이게 몇 번인지 헤아릴 수조차 없는 미사일 발사 도발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핵 협박까지 서슴지 않고 있는 북한과 김정은을 올바로 인식하고 한 말인지 아무리 이해하려 해도 도무지 납득하기 어렵다.

문 전 대통령은 그러면서도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 것은 우리의 의지와 노력이 부족한 탓만은 아니었다”며 “우리의 의지만으로는 넘기 힘든 장벽이 있었다”고 했다. 마치 미국 때문에 핵 협상이 진전되지 못한 것 같은 인상을 주기에 족한 발언이다.

협상이 갑자기 수포로 돌아간 것은 김정은이 결코 핵을 포기하지 않기 때문임은 누구나 알고 있는데 문 전 대통령만 모르고 있는 것 같다. 하기야 김정은의 진정성을 이야기했던 장본인이니 그럴 수도 있겠다. 그렇더라도 김정은이 정권 유지를 위해 핵을 앞세워 벼랑 끝 전술로 일관하는 데 대해서는 한마디도 지적하지 않은 채 모호한 말로 얼버무린 것은 김정은 앞에만 서면 한없이 작아지는 그의 본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것이라고 밖에는 할 수 없다.

문 전 대통령이 코로나 팬데믹 상황과 관련하여 “대한민국은 세계에서 앞서가는 방역 모범국가였다”고 또 한 번 이른바 K 방역을 강조한 것은 실소를 넘어서 비애를 느끼게 하는 것이었다. ‘K 방역’이 허구임은 천하가 다 아는 일이다. 그럼에도 퇴임하면서까지 애써 K 방역을 자랑스럽게 말하는 것을 보면서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난감하기 이를 데 없었다.

옳은 말도 있었다. “대한민국 성공의 역사는 온갖 시련과 역경을 딛고 일어선 것이기에 더욱 값지다”며 “우리나라는 2차 세계대전 후 지난 70년간 세계에서 가장 성공한 나라, 2차 세계대전 후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으로 진입한 유일한 나라가 되었다”는 게 그것이다. 하지만 이 대목 역시 생뚱맞다. 갑자기 웬 대한민국의 성공? 다른 사람도 아닌 문 전 대통령 입에서 이런 말이 나오리라고는 전혀 예상치 못했다. 대한민국의 정통성과 정체성을 흔들어 온 그가 70년 대한민국 성공의 역사를 운위하다니 놀라운 일이다.

그렇다면 그는 자기 치세에 70년 성공의 역사를 실패의 역사로 바꿔 써 온 사실도 알고 있을까. 정치, 경제, 외교, 안보 등 모든 부문에서 문재인 정권 5년이 대한민국 역사에서 최악의 흑역사라는 사실을 뒤늦게라도 깨달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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