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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남현의 종횡무진]공정방송? 공영방송 없애는 게 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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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남현의 종횡무진]공정방송? 공영방송 없애는 게 답이다
  • 매일산업뉴스
  • 승인 2022.05.2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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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조남현 시사평론가

민주당 대선 패배 후 방송장악 위해 25인 운영위 신설 나서
방송시장 진입장벽 없애 자유로운 경쟁 하도록 해야
김어준의 뉴스공장.
TBS 프로그램 '김어준의 뉴스공장' 이미지. ⓒTBS홈페이지 캡처

#장면1. 국민의힘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가 TBS를 교육방송으로의 ‘기능 전환’을 하는 내용의 공약을 내놓았다. 그는 5월 16일 모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TBS를 교육방송으로 전환한다는 공약이 TBS라는 방송국은 그대로 두되 방송의 성격을 바꾼다는 구상이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이에 대해 TBS 기자협회, PD협회, 아나운서협회, 기술인협회, 한국방송촬영인협회 TBS지부 등 TBS 구성원들은 16일 성명을 내고 “권력으로 언론사의 기능을 좌우하겠다고 공언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TBS는 오세훈 후보의 것이 아니라 시민의 세금이 투입되는 공영방송이자 시민의 방송”이라고 주장했다.

TBS에서 가장 문제가 돼 온 사안은 누구나 알다시피 ‘김어준의 뉴스공장’의 편파성이다. 오세훈 후보가 TBS의 이러한 문제점을 직접 거론하지 않은 채 교육방송으로의 전환으로 에둘러 말한 것은 정치적이다. 그런 점에서 사실은 비겁하다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TBS 구성원들이 “TBS는 시민의 세금이 투입되는 공영방송”이라고 한 것은 넌센스다. 시민의 세금이 투입되는 공영방송을 사유화하면서 불공정방송 시비를 불러일으키는 것은 괜찮다는 것인가.

#장면2. 더불어민주당이 대선 패배 후 공영방송 이사회를 해산하고 25인 운영위원회를 신설하자는 법안을 발의했다. 민주노총 산하 언론노조는 이를 적극 지지하고 있다. 이들은 기존 11명이던 KBS 이사, 9명이던 방송문화진흥회(MBC 대주주) 이사의 규모를 각 사별로 25명까지 늘리면 더 많은 민간 전문가가 참여하고 공영방송의 고질병인 ‘정치적 후견주의’를 줄일 수 있다는 그럴듯한 명분까지 제시한다.

25인 운영위원회 법안이 제도화되면 민노총 언론노조가 공영방송을 ‘영구 장악할 수 있는 시스템이 완성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그 배경은 이렇다. 위원 25명 대부분이 친(親)민노총 언론노조 관계자들로 채워진다. 정당 추천 몫으로 배정된 8명은 의석수를 감안할 때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최소 4명을 추천할 수 있다. 여기에 7명으로 정해진 방송 관련 직능단체 추천 인사에선 최소 6명을 민주노총 세력이 가져갈 것이 틀림없다. 직능단체로 분류된 방송기자연합회, 한국PD연합회, 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 세 단체가 바로 친(親)민노총이다.

조남현 시사평론가
조남현 시사평론가

미디어·방송 관련 학회 추천 인사 3명 가운데 최소 1~2명도 친민주당 인사가 차지하고, 방송사 경영진이 임명하는 시청자위원회 추천 3명도 현재 언론노조 출신인 김의철 KBS 사장과 박성제 MBC 사장 체제에선 친민노총이나 친민주당 인사로 채워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시·도의회 의장 협회 추천 위원 4명 가운데 최소 2명도 친민주당 인사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이를 다 합치면 최소 16~17명이라는 결과가 나온다. 전체 운영위원 25명의 3분의 2에 해당하는 숫자다. 사장 후보를 선출할 수 있는 특별다수제의 기준인 16명에 딱 맞춰져 있다. 그래서 공영방송을 친민노총 언론노조 세력이 영구히 장악할 길을 열어줄 것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민주당은 야당이던 지난 2016년 공영방송의 편파성을 지적하며 공영방송 사장 후보를 뽑을 때 야권 추천 이사들의 의견을 반드시 반영하도록 강제한 이른바 ‘박홍근 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으로 정권을 잡자 돌연 태도가 변했다. 정권에 유리한 구도를 바꿀 이유가 없어진 것이다. 사실 민주당은 여당이 되었든 야당이 되었든 민노총이 장악하고 있는 공영방송을 나팔수로 이용하는 데 어려움이 없다. 지배구조를 어떻게 바꾸든 공영방송의 정치적 편향성이라는 불치병은 고칠 수 없다.

그런데 공영방송이 왜 필요한지는 생각도 하지 않는다. 왜 우리는 보지도 않는 KBS에 수신료를 내야 하는가. 그것도 강제로 말이다. 또 때만 되면 시청료를 올려야 하니 마니 하며 논쟁을 벌인다. 그럴 이유가 뭔가. 아무리 생각해도 공영방송의 존재 이유를 알 수 없다. 아니 그보다도 왜 방송을 국가가 통제해야 하느냐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조차 하지 않는다. 신문에 공영신문이 없듯 방송에서도 공영이 있어야 할 이유는 없다. 신문 발행은 헌법이 보장한 언론출판의 자유에 의해 누구든 만들 수 있다. 방송에서는 그것이 왜 통제되어야 하는가.

사실 방송을 통제한 것은 주파수 대역이 제한적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방송사를 만드는 것은 정부의 허가를 받도록 한 것이다. 영국의 BBC가 그렇고 일본의 NHK 또한 마찬가지다. KBS도 그렇게 정부에 의해 만들어지고 국영방송으로 운영되다가 공사체계로 바뀌면서 지금의 공영방송이 된 것이다. 이렇듯 공영방송이나 방송의 국가 개입은 백 년 전의 유산이다.

지금은 방송 환경이 혁명적으로 바뀌었다. 주파수 대역이 거의 제한이 없는 수준에 와 있다. 따라서 정부가 주파수 대역을 배정할 이유가 없다. 그런데도 방송을 허가제로 운영하는 것은 백 년 전의 사고에 묶여 있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누구나 방송을 만들 수 있도록 하고 그 방송의 성패는 소비자의 몫으로 넘겨야 한다. 소비자의 선택을 받으면 살아남고 돈도 크게 벌 수 있는 반면 소비자의 외면을 받으면 망하는 거다. 일반 상품처럼 말이다. 그러면 공정성을 놓고 시비를 벌일 이유도 없어진다.

생각해 보라. 무엇이 공정하고 정의로운지. 그건 사람의 생각에 따라 다 다를 수밖에 없다. 즉, 공정의 문제는 그저 태도의 문제일 뿐이라는 것이다. 그런 것을 자의적인 잣대로 공정하니 마니 하고 따지고 있는 게 얼마나 어리석고 쓸데없는 일인가.

지금의 공영방송은 민간에 매각해야 한다. 그리고 방송시장의 진입장벽을 없애 자유로운 경쟁을 하도록 해야 한다. 편파방송을 하든 자의적인 공정방송을 하든 그건 방송사의 자유다. 다만 소비자의 선택을 받지 못하면 아무리 공정한 방송을 했다 하더라도 시장에서 도태되는 것이다.

이런 환경이라면 굳이 공정성 여부를 따질 이유가 없다. 노영(勞營)방송으로 편파방송이라는 비난을 면치 못해 온 MBC가 계속 그 길을 가든 말든, KBS가 정권의 나팔수 노릇을 하든 말든, TBS가 김어준의 뉴스공장을 간판으로 하든 말든 상관할 바 아니다. 제발 고정관념에서 탈피하자. 언제까지 주어진 틀 속에 갇혀 있을 참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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