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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를 위한 첫걸음]"좋은 가방 아닌 덜나쁜 가방 만들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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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를 위한 첫걸음]"좋은 가방 아닌 덜나쁜 가방 만들어드립니다"
  • 김혜림 기자
  • 승인 2022.05.10 0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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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속 실천>행동하는 사람들(33) 플리츠마마

폐페트병 재활용으로 숄더백· 레깅스· 맨투맨 만들기
ⓒ플리츠마마
'지구를 돌보는 동시에 아름다움을 추구할 수 있다'는 믿음으로 폐페트병 재활용 패션을 선보이고 있는 '플리츠마마'의 왕종미 대표. 그가 입고 있는 초록색 니트는 폐원단을 재활용한 것이다. ⓒ플리츠마마

[매일산업뉴스] “가장 좋은 가방은 이미 사서 가지고 있는 가방입니다. 저는 ‘좋은 가방’이 아닌 ‘덜 나쁜 가방’을 만드는 사람입니다."

자신을 이렇게 소개하는 디자이너는 어떤 사람일까? 니트 플리츠백으로 널리 알려진 ‘플리츠마마’의 대표이자 디자이너인 왕종미씨다. “앞으로도 오래오래 버려지지 않고 다시 쓸모를 얻는 가방을 만들기 위해 계속 공부하고 노력할 것”이라는 왕 대표. 그에게 지속가능한 라이프 스타일에 대해 들어봤다. 일정상 인터뷰는 서면으로 진행됐다.

2017년 패션스타트업으로 시작한 플리츠마마는 ‘미사이클(Me-Cycle)’이라는 새로운 소비 개념을 제안하고 있다. 소비자(Me)에게 아름다운(美) 재활용·새활용 상품을 제공해 자원의 원활한 순환(Cycle)을 도모하게 한다는 것이다.

왕 대표는 “지구를 돌보는 일과 아름다움을 동시에 추구하는 일이 가능하다고 믿는다”면서 “친환경과 패셔너블함을 모두 잡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16개의 폐페트병에서 뽑아낸 원사로 제작한 플리츠마마의 백. ⓒ플리츠마마​
​16개의 폐페트병에서 뽑아낸 원사로 제작한 플리츠마마의 백. ⓒ플리츠마마​

플리츠마마는 폐페트병 재활용으로 지구사랑을 실천하고 있다. 숄더백은 16개, 레깅스는 10개, 맨투맨은 12개의 폐페트병(500㎖ 페트병 기준)이 사용된다. 지난해 말까지 플리츠마마가 재활용한 폐페트병은 300만개에 이른다. 원사의 길이는 약 342만 3000㎞로, 이는 지구에서 달까지 9번이나 왕복할 수 있는 길이다.

왕 대표는 “‘국내 선순환 확장’이라는 목표를 갖고 있어 플리츠마마가 재활용하는 폐페트병은 모두 국내에서 수거된 것들”이라고 자랑했다. 플리츠마마 론칭 당시에는 대부분 저렴한 해외 페트병을 수입해 사용했다. 비용도 저렴하고 손쉬웠기 때문이다.

플리츠마마는 폐페트병 뿐만 아니라 폐원단도 리사이클링하고 있다. 2021년 11월 국내 최초로 폐원단 리사이클링 섬유로 만든 ‘새들백’을 선보였다. 개당 500g의 폐원단이 사용됐다. 이밖에도 우리나라 바다에서 수거한 폐어망을 리사이클해서 상용화하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며, 생분해성 소재에 대한 연구도 계획하고 있다. 소재뿐만 아니라 제품 생산부터 유통까지 전 과정에서 환경은 최우선 고려 대상이다.

왕 대표는 “자투리 천이 남지 않는 니트 제작 공법을 사용하고, 탄소발자국을 줄이기 위해 가격경쟁력이 뛰어난 해외 공장 대신 국내 공장을 고집하고 있다”고 말했다. 패키징 소재 또한 비닐 백 대신 친환경 종이를 채택하고, 잉크 사용까지 최소화하고 있다. 뿐만이 아니다. 가방이 쉽게 버려지는 것을 막기 위해 소비자들이 잘못해 망가진 것도 무상으로 고쳐주고 있다. 

왕 대표가 재활용과 제로 웨이스트(Zero Waste·쓰레기 배출량 줄이기)에 열심인 이유는 유명 니트웨어 브랜드 기획·생산을 대행하는 디자이너로 활동할 당시 몸소 겪었던 패션 산업의 고질적인 병폐 때문이다.

그는 “인위적으로 조장되는 트렌드의 빠른 변화와 효율 중심의 대량 생산 시스템이 만나면서 환경오염, 노동착취, 동물학대, 자원낭비 등 수많은 문제점이 펼쳐진다”면서 “그 현장에서 지속 가능한 방법으로 패션을 영위할 수 있는 실질적인 방법을 고민하게 됐다”고 밝혔다.

지구를 위한 패션 작업에 올인하고 있는 왕 대표의 뒷심은 연구소 ‘플마랩’에서 나온다. 왕 대표는 플마랩을 “버려진 것들의 쓸모를 찾아 ‘가치’라는 생명력을 불어넣는 '에코 파일럿'의 고향으로 플리츠마마의 모든 아이템들이 탄생하게 된 인큐베이터”라고 소개했다.

플마랩은 2018년부터 효성티앤씨 ‘스마트랩’과 협업 하에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스마트랩이 섬유화 시험 개발을 하면, 플마랩이 원사 양산을 위한 최종 개발을 맡는 식이다.

왕 대표는 “플리츠마마의 지속 가능한 스토리를 경험할 수 있는 오프라인 공간 '플래그십 스토어'를 오픈할 계획이었으나 코로나 팬데믹으로 늦어지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플리즈마마는 그 대신 하반기 중 지역과 연계한 팝업 프로젝트를 진행할 예정이다. 서울뿐 아니라 지방 곳곳에서 팝업 전시를 열고, 각 지역이 마주한 환경 문제와 그 극복 방법을 재미있게 풀어나갈 계획이다. 지역 아티스트와의 협업이나 리사이클링 상품 생산 과정 현장 시연 등을 준비하고 있다.

왕 대표는 "플리츠마마는 패션과 문화 역시 놓칠 수 없는 분들을 위한 브랜드”라면서 "‘아름답게 지구를 지킨다’는 신념에 공감하는, 환경을 돌보는 마음이 있으면서도 뛰어난 심미안을 지닌 이들이 플리츠마마를 선택해 준다면 기쁘겠다“고 했다.

'저탄소 라이프 파트너'가 되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라고 밝힌 왕 대표지만 “친환경 요소를 고려하지 않아도 디자인을 포함한 제품 품질, 그 자체로 충분히 매력적인 패션 브랜드로 기억되고 싶다”는 희망을 내비쳤다. 

그의 열망이 통했는지 플리츠마마는 해외에서도 사랑받고 있다. 2019년 미국에 처음 수출한 이후 현재 이 회사 해외 온라인몰을 통해 25개국의 소비자들에게 배송되고 있다.

주변 사람들에게 ‘작은 쓰레기부터 분리배출을 철저히 하자'고 얘기한다는 왕 대표는 “사소한 행동도 모두가 함께 한다면 지구를 지키는 큰 움직임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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