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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춘의 Re:Think]어린이날을 기뻐할 어린이가 없는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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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춘의 Re:Think]어린이날을 기뻐할 어린이가 없는 나라
  • 매일산업뉴스
  • 승인 2022.05.0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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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김용춘 전국경제인연합회 팀장/법학박사

작년 출산율 0.81명 세계 꼴지...신생아는 26만명 절반
‘잃어버린 30년’ 일본 안따라가려면 저출산 대책 총력전을...
ⓒiSto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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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5일은 모든 어린이들이 1년 내내 손꼽아 기다리는 날이다. 이번에는 무슨 선물을 받을까. 어디로 놀러갈까. 무슨 신나는 일이 있을까 해맑게 웃으며 기대하는 어린이들을 보고 있노라면 어른들도 동심으로 돌아가 마음이 함께 행복해 진다. 이런 어린이날이 우리나라에서 공휴일인 것이 늘 감사할 따름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해마다 어린이들이 줄고 있다. 모두들 짐작하다시피 초저출산 때문이다. 작년 출산율은 0.81명으로 세계 꼴지를 기록했다. 더 큰 문제는 하락속도다. 10년전 매년 50만명 가까이 출생하던 신생아가 작년에는 26만명으로 급감했다. 앞으로 더 줄면 줄었지 더 늘어나진 않을 것 같다.

사실 우리나라 초저출산에 대한 경고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2006년 데이빗 콜먼(David Coleman) 영국 옥스포드대 교수는 초저출산으로 지구상에서 사라지는 최초의 국가는 바로 대한민국이 될 것이라고 예측한 바 있다. 당시 출산율은 1.13명이었다. 작년 우리나라 감사원은 100년 뒤 인구가 3분의 1로 줄고, 국민 2명 중 1명은 65세 이상 노년층이 될 것이라고 분석한 바 있다. 감사원이 분석 기준으로 삼은 출산율은 0.98명이었다. 우리나라 인구소멸의 시계는 그 어떤 예측보다 빨리 움직이고 있다.

김용춘 전경련 팀장/법학박사
김용춘 전경련 팀장/법학박사

물론 우리나라 정부가 완전히 손을 놓고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2006년부터 15년 동안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해 쏟아부은 예산만도 무려 380조원이라는 천문학적인 규모이니 말이다. 하지만 도대체 이 많은 돈이 어디갔는지 새로 태어나는 아이들의 울음소리는 줄어만 갔다.

이대로면 우리에게 다가올 미래는 지금껏 경험해보지 못한 재앙이 될 수 있다. 인구감소로 인한 경제성장률 하락은 물론, 복지지출 증가와 세원 감소로 인한 재정 악화, 병력 자원 부족으로 인한 안보불안, 지역불균형 등 일일이 손으로 꼽기도 어려운 정도로 많은 문제에 직면할 수 있다. 이미 우리보다 먼저 저출산으로 인구감소를 경험하고 있는 일본이 ‘잃어버린 30년’이라 불릴 정도로 수많은 문제들을 보여주고 있지 않은가.

이제라도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저출산 문제 해결에 국가적 역량을 총동원해야 한다.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관성에 젖은 듯 양육비 지원, 휴가․휴직 기간 확대, 어린이집 건립 등의 안이한 정책만으로는 저출산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지금 많은 젊은이들이 제대로 된 직장이 없어서, 집값이 너무 올라서, 혹은 자녀 교육비가 너무 부담되어, 아이를 잘 키울 자신이 없어서 아이낳기가 무섭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출산, 양육 지원 정책을 넘어, 경제, 산업, 교육 시스템 전반에 이르는 종합적인 논의와 정책 추진이 이루어져야 한다.

또한 보다 적극적으로 다자녀를 장려하는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수십년전만 하더라도 산아제한 캠페인을 전 국가적으로 시행하여 크게 성공한 바 있다. 이제는 그 때보다 더 적극적으로 다자녀 장려 캠페인을 펼쳐야 한다. 

국민들의 작은 아이디어라도 하나씩 모아보길 권한다. 예를 들어 대통령이 나서서 셋째 이상 출산 부모에게 축전을 보내거나, 차종에 상관없이 고속도로 버스전용차로 통행을 허용해 주거나, 미국처럼 테마파크에 가족입장권 제도나 패스트 트랙(fast track)을 도입하거나, 다자녀 인적 공제한도를 상향하는 등 그 어떤 것도 상관없다. 작은 것들이라도 하나하나 모이면 큰 성과를 낼 수 있으니 말이다. 

앞으로 대한민국이 아이 낳는 것이 두려운 나라가 아니라 행복한 나라가 되어, 매년 어린이날마다 어린이들의 웃음소리가 커졌으면 좋겠다. 그 웃음소리의 크기만큼 대한민국도 커질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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