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2024-04-26 20:45 (금)
[숫자로 톺아보는 세상만사] 34% 해외 유명 브랜드가 백화점 살렸다
상태바
[숫자로 톺아보는 세상만사] 34% 해외 유명 브랜드가 백화점 살렸다
  • 김혜림 기자
  • 승인 2021.10.06 06: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산자부, '명품' 8월 매출 전년 동월 대비 18.8% 증가
보복소비에 베블런 효과 더해져 올해 15조원 전망

[매일산업뉴스] 34%. 지난 8월 백화점 매출에서 해외 유명 브랜드, 일명 ‘명품’이 차지한 비중입니다.

ⓒ산업통상자원부
ⓒ산업통상자원부

5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 8월 주요 유통업체 매출은 12조 6000억원으로 지난해 8월 11조 9000억원보다 6.4% 증가했습니다. 경기가 좋아졌다기보다는 지난해 코로나 19의 영향으로 소비가 줄어들었던 ‘바닥효과’를 봤다고 할 수 있겠지요.

온라인 유통업체의 매출은 11.1% 증가했지만 오프라인 유통업체 매출은 2.5% 증가하는 데 그쳤습니다. 그나마 백화점이 선전한 덕에 역성장은 간신히 면했습니다. 실제로 지난해 8월과 비교해 대형마트 매출은 -5.5%, 준대규모점포(SSM) 매출은 -5.3%를 기록했습니다. 백화점은 지난해 8월 대비 13.0% 증가해 온라인 매출 증가율을 뛰어넘었습니다. 백화점 매출 상승을 견인한 것은 해외 유명 브랜드입니다. 백화점의 해외 유명 브랜드 매출은 지난해 8월과 비교해 18.8%나 증가했습니다.

해외 유명 브랜드 중에서도 하이앤드 급으로 꼽히는 '샤넬''에르메스' 등은 온라인 판매를 하지 않으니 백화점에서 살 수밖에 없습니다. 에르메스는 지난해 공식 온라인 스토어를 오픈했지만 수천만원대의 버킨백, 캘리백은 여전히 온라인에선 구입이 불가능하답니다.

김혜림 대기자
김혜림 대기자

그러다보니 해외 유명 브랜드의 신상품이 출시되는 날은 백화점 문을 열기도 전에 이를 구입하기 위해 줄을 길게 서는 모습이 자주 목격되고 있습니다. 일명 ‘오픈 런(Open Run)’이라고 하지요. 이 오픈 런을 대신해주는 아르바이트도 생겼습니다.

해외 유명 브랜드 제품 중 가장 인기 있는 것은 핸드백이 아닐까 합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서병수 국민의힘 의원이 국세청과 관세청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고가 제품 중에는 가방 판매의 증가폭이 가장 컸습니다. 지난해 수입산 고급 가방 판매에 부과된 개별소비세(개소세)는 256억원으로 전년 대비 38.1%나 늘었습니다. 개소세는 고급 내구성 소비재나 사치성 품목 등 특정 물품에 부과되는 세금입니다. 200만원이 넘는 고급 가방에는 원가의 20%가 개소세로 부과됩니다. 여기에 추가로 부가세 10%와 개소세에 붙는 교육세 등을 고려해 가방 판매액을 추산해본 결과, 약 1741억원어치가 판매된 것으로 서 의원실은 추정했습니다.

해외 유명 브랜드에 소비자들이 열광하니 우리를 호구로 보는 것 같습니다. 가격을 터무니없이 올리고 있습니다. 프랑스 유명 브랜드 '루이비통'은 지난 1일 올해 들어서 다섯 번째 가격을 인상했습니다. 평균 인상률은 10% 내외였으나 30% 넘게 가격을 올린 상품도 있었습니다. 올 한해 동안 얼마나 올랐나 한번 볼까요. 모노그램 라인의 미니백인 포쉐트 액세서리(악세수아)는 지난해 말까지 78만원이었습니다. 올해 1월 초 25.6% 올라 98만원이 됐고, 10월에는 다시 33.7%가 올라 131만이 됐습니다. 1년 만에 66.3%나 올린 것이지요. 

해외 유명 브랜드들은 가격을 올릴 때 본사의 글로벌 가격 정책, 환율 변동 반영, 제품 원가 상승 등을 이유로 내놓곤 합니다. 최근에는 최저 임금 상승을 걸고 넘어지기도 한답니다. 하지만 이를 믿는 소비자들은 많지 않습니다.

최근 해외 유명 브랜드는 가격이 오를수록 오픈 런의 줄이 길어지고 있습니다. 가격이 오르면 매출이 줄어들어야 하는데 어쩐일일까요. 전문가들은 '베블런 효과'로 보고 있습니다. 베블런 효과는 가격이 오르는 데도 일부 계층의 과시욕이나 허영심 등으로 인해 수요가 줄어들지 않는 현상입니다.

업계에선 최근 해외 유명 브랜드 매출의 급상승 요인의 하나로 보복소비를 꼽고 있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한 거리두기 강화로 움츠러들었던 소비심리가 고가 구매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지요. 보복소비에 베블런 효과까지 더해져 해외 유명 브랜드 매출 성장세는 수직 상승하고 있습니다.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해외 유명 브랜드 시장 규모는 14조 9964억원으로 추정됩니다. 2015년 12조 2100억원에 비해 20% 이상 성장했습니다. 올해 국내 유명 브랜드 시장은 15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됩니다. 어마어마하지요.

보복소비하지 말고 ‘보복기부’ 하면 어떨까요? 코로나 19 거리두기로 막다른 골목으로 내몰린 영세업자 돕기를 하면 '마음 부자'가 되지 않을까요?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