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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로 톺아보는 세상만사] 57.7%...고령자들 밥벌이에 쫓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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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로 톺아보는 세상만사] 57.7%...고령자들 밥벌이에 쫓긴다
  • 김혜림 기자
  • 승인 2021.09.29 0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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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청 ‘2020년 인구주택총조사’ 10.7%만 자녀부양 받아
'캥거루족' 313만여명...20대 38.9% 부모 도움으로 생활

[매일산업뉴스] 60세 이상 고령자 2명 중 1명은 생활비를 스스로 마련하고 있는 반면 20대 청년 3명 중 1명은 부모에게 기대 살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통계청
ⓒ통계청

29일 통계청의 ‘2020년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60세 이상 고령자 중 생활비를 스스로 마련한 사람의 비중이 57.7%로 나타났습니다. 고령자 생활비 자급도 비중은 2010년(44.6%)보다 13.1%p나 증가했습니다.

고령자 생활비 원천을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본인과 배우자의 일․직업이 26.8%, 연금(공적+개인) 12.7%,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의 보조 11.1%였습니다. 자녀의 도움으로 생활하는 비율은 10.7%에 그쳤습니다.

통계청 관계자는 “교육 수준이 높고 노후 준비가 잘된 베이비붐 세대가 고령층에 진입한 영향”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베이비붐 세대는 흔히 ‘낀 세대’로 불립니다. 부모 부양의 의무를 고수하고 있는 마지막 세대이자 자신이 노년을 준비하지 않으면 안 되는 첫 세대이지요. 이번 조사결과는 이를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부모세대인 고령자는 스스로 생계를 이어가는 비율이 높아진 반면 성인이 된 뒤에도 경제적 독립을 하지 못하는 자녀들은 점점 늘고 있습니다. 이른바 '캥거루족'이지요. 캥거루족은 학교를 졸업하고 자립할 나이가 된 뒤에도 부모에게 경제적으로 의존해 사는 젊은이들을 가리킵니다.

ⓒ통계청
ⓒ통계청

이번 조사에서 우리나라 성인 중 313만 9000명(7.5%)이 캥거루로 드러났습니다. 연령별로 보면 20대의 38.9%, 30대의 7.0%, 40대의 2.2%가 부모의 도움으로 생활하고 있습니다. 특히 한창 일할 나이인 30~40대 중 65만명이 부모의 등에 업혀 사는 중입니다. 3040 캥거루는 전체 성인 캥거루족 중 20.7%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캥거루족이 우리나라에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일본에서는 ‘기생 독신’ 혹은 ‘프리터’로 불립니다. 미국에선 낀 세대라는 뜻에서 ‘트윅스터’, 영국에선 부모 연금 축내는 ‘키퍼스’, 독일에선 ‘둥지를 떠나지 않는다’는 의미에서 ‘네스트호커’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부모에게 기대 사는 유럽의 캥거루들은 매우 뻔뻔한가봅니다. 지난해 이탈리아 대법원에선 '부모가 성년이 된 자녀를 재정적으로 부양할 의무가 없다'는 판결을 내리기도 했습니다. 시간제 음악강사로 일하는 35세 남성이 부모에게 재정적 지원을 요구했다 거절당하자 소송을 했습니다. 대법원은 “신체 또는 정신적 장애를 가진 자녀는 법적 보호를 받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부모의 재정적 지원은 무한정 이어질 수 없다”며 남성에게 ‘자립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김혜림 대기자
김혜림 대기자

우리나라 낀세대들은 아마도 아들 딸을 재판관 앞에 서게 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자식을 위해 있는 것 없는 것 다 내어주는 것이 몸에 배 있으니 말입니다. 바로 '실버 푸어'가 세계적인 수준인 이유입니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노인 빈곤율은 2018년 기준 43.4%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14.8%의 3배에 달합니다. 이웃나라 일본(19.6%)의 2배, 프랑스(4.1%)의 10배 수준에 이릅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이태수 원장은 지난달 19일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와 공동 주최한 제25회 인구포럼에서 “소위 ‘낀세대’로 불리는 5060세대는 경제사회구조 변화로 인해 예전처럼 일자리의 지속 생산이 어려운 조건에서 노후 생계는 자신이 책임져야 한다는 냉정한 논리에 방치돼있다”고 걱정했습니다. 이날 황남희 고령사회연구센터장은 “65세 이상 노인의 상대빈곤율은 OECD 회원국 중 1위지만 노인에 대한 공적 지출 수준은 OECD 37개 국 중 35위에 해당하는 낮은 수준”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우리나라의 노인에 대한 공적 지출 수준은 GDP 대비 전체 공적 지출 10.1%의 3분의1 수준인 2.7%입니다.

고령자들은 제 밥벌이도 못하는 자식들에게 호주머니를 털리고, 나라의 돌봄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지요.  막다른 골목에 내몰린 끝에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노인들이 적지 않습니다. 우리나라 65세 이상 노인들의 자살률은 10만명 당 58.6명으로 OECD 1위입니다. 2위인 슬로베니아의 37.8명보다 한참 더 많습니다. 

1984년 우리나라에 의료 선교사로 왔던 호러스 알렌은 '한국은 노인들의 천국'이라고 했었습니다. 영국의 석학 아놀드 토인비’는 한국인의 효와 경로사상을 인류에서 가장 으뜸가는 사상으로 꼽았습니다.  6·25 전쟁으로 폐허가 된 땅에서 한강의 기적을 이뤄 경제대국이 되는 동안 경로효친은 어디로 갔을까요? 노인이 행복한 나라가 되어야 젊은이들의 미래도 평안하다는 것을 기억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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