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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남현의 종횡무진]누가 더 못하나 경쟁...이런 반전은 기대 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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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남현의 종횡무진]누가 더 못하나 경쟁...이런 반전은 기대 안했다
  • 매일산업뉴스
  • 승인 2024.01.1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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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조남현 시사평론가

이재명 사법리스크는 이제 변수 아닌 상수, 관심 떨어져
쌍특검 거부 → 이재명 피습 → 병원 쇼핑 →서울쏠림 논란
부산 방문 일정 중 흉기에 피습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지난 2일 서울 용산구 노들섬 헬기장에서 서울대병원으로 이송되고 있다. ⓒ연합뉴스
부산 방문 일정 중 흉기에 피습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지난 2일 서울 용산구 노들섬 헬기장에서 서울대병원으로 이송되고 있다. ⓒ연합뉴스

오는 4월 총선에 나타날 민심은 그야말로 ‘안갯속’이다. 민심의 심판이 어느 쪽을 겨눌지 지금으로서는 가늠키 어렵다. 여야 모두 ‘누가 누가 더 못하나’ 경쟁을 벌이고 있는 형국이어서다. 참 기묘한 선거전이다.

지난 대선은 사실 결과를 보나 마나 한 것이라고 여겼다. ‘대장동 게이트’로 사실상 만신창이가 된 이재명 후보의 승리를 점치기는 어려웠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초박빙의 결과였다. 우리가 모르고 있었을 뿐 민심은 숨 막히는 드라마를 연출하고 있었던 것이다.

과거 대선에서 패배한 후보는 정치 일선에서 한 걸음 물러나 있거나 은퇴하는 게 관례였다. 하지만 이재명은 달랐다. 대선에서 졌는데도 민주당 텃밭을 물려받아 금배지를 달았고, 민주당 대표가 되어 당권까지 장악하며 그 자신이 장담했던 것처럼 ‘이재명의 민주당’을 만들어냈다. 모두가 알 듯 그건 방탄을 위한 사전작업이었다. 우여곡절은 있었지만 이재명의 방탄복은 나름 제 기능을 해 왔다. 그리고 어찌 된 일인지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사법 리스크는 소리만 요란할 뿐 민심에 별 영향을 미치지 않고 있다. 이 대표 사법 리스크는 이제 다가오는 총선에서 더 이상 변수가 아니다. 사람들이 ‘이재명 리스크’에 둔감해져서다.

조남현 시사평론가
조남현 시사평론가

인지심리학자 조지 레이코프는 그의 저서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에서 “코끼리를 생각하지 마”라고 하면 사람들은 오히려 코끼리를 떠올린다고 말했다. 그런데 이 대표와 관련하여 아무리 대장동이나 백현동 등 비리 혐의와 재판 리스크를 떠들어도 사람들은 동요하지 않는다. 대개는 사람들이 거대한 비리보다도 더 혐오하는 법인카드 유용과 같은 잡범 수준의 치졸한 비리도 여론의 동향에 별 영향을 미치지 않는 듯하다.

이런 가운데 민주당이 비장의 카드를 던졌다. 이른바 ‘김건희 특검법’과 ‘대장동 50억 클럽 특검법’을 국회 본회의에서 전격 통과시킨 것. 대통령실은 법안 통과 이전부터 재의 요구권, 곧 거부권을 행사할 것임을 분명히 했고, 실제로 행사했다. 민주당에게 두 특검법은 ‘꽃놀이패’다. 대통령이 두 특검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든 수용하든 손해볼 일이 전혀 없다. 곤혹스러운 쪽은 당연히 국민의힘이다.

국민의힘이나 대통령실 모두 두 특검법안이 민주당의 정치적 노림수라는 점을 구구이 설명하고 있지만 2% 부족한 게 사실이다. 비록 두 특검법이 악법의 요소를 갖추고는 있지만 그렇다고 설득력이 전혀 없는 것도 아니다. 거부권 반대 국민 여론이 압도적으로 높은 건 그 결과다. 대통령실이나 국민의힘은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관련 의혹은 문재인 정권 검찰이 탈탈 털었지만 소환 한번 하지 못할 만큼 아무것도 드러난 게 없다고 하지만 그럼 왜 윤석열 정부 들어 검찰이 수사를 종료하지 않았느냐는 지적에는 속 시원하게 대답하지 못하는가? 50억 클럽 특검법안도 검찰 수사가 지지부진하니 설득력을 얻는 것 아닌가? 상식의 기대대로라면 50억 클럽 관련자들은 이미 기소되어 최소한 1심 재판이 진행되고 있어야 마땅하다. 그리고 현직 대법관이 연루되었다는 점에서 이 사건은 본 사건이라고 할 수 있는 대장동 사건보다도 더 무거운 사안이다. 그런데도 이 중대한 사건 수사는 사실상 거의 진척되지 못해왔다. 그러니 검찰 수사에 의구심을 갖는 건 당연한 일 아닌가.

이런 가운데 이 대표 피습 사건이 터졌다. 이 바람에 재판 일정이 다 헝클어져 버렸다. 이 대표 피습 사건은 범인의 의도가 무엇이든 결과적으로 이 대표가 궁지에서 벗어나는 계기를 만들어준 셈이다. 계속하여 법원에 출석해야 하는 부담을 당장은 벗어날 수 있어서 좋거니와 불가피하게 재판이 줄줄이 지연되는 바람에 재판 결과가 4월 총선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거나 미미할 수밖에 없을지도 모른다. 거기다가 설상가상으로 공직선거법 위반 재판 판사가 사직하는가 하면 법원 인사이동으로 재판 지연은 불가피해졌다. 이 대표와 민주당으로서는 숨 고르기를 하면서 정치적 역공을 펼 반전의 기회를 맞게 되었다. 거기다가 이 대표 피습 사건이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 행보에 쏠렸던 여론의 관심을 빨아들이는 망외의 소득도 올릴 수 있었다.

그런데 바로 또 다른 반전 상황이 벌어졌다. 이 대표가 부산대병원에서 119 헬기로 서울대병원으로 이송되어 수술을 받은 게 역풍을 부른 것이다. 초점은 두 가지. 하나는 부산대병원을 미더워하지 못해 헬기까지 동원하여 서울대병원으로 이송함으로써 의료의 수도권 쏠림 현상을 심화하는 데 정치 지도자가 앞장섰다는 것. 또 하나는 응급의료법에 어긋나는 헬기 사용으로 특권을 누렸다는 것이다. 이러한 논란은 사안의 본질과는 다른 것이라는 지적이 있지만 의료계를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는 문제는 소홀히 넘기기 어려운 측면이 분명히 있다. 한국 의료 현실 때문이다.

KTX 등 교통의 발달로 의료의 수도권, 특히 서울 쏠림 현상이 심화되어 온 게 저간의 사정이다. 환자들이 서울로 쏠리니 지방에선 의사들의 수술 경험 축적이 어려워지고, 그래서 지방 의사에 대한 신뢰가 떨어져 서울 쏠림이 가속화하는 악순환이 거듭되어 오면서 어떻게 쏠림 현상을 억제하여 지방 의료를 살릴 것인가가 초미의 관심사이자 과제가 되어 있는 현실에 이 대표의 헬기 이송이 불을 지른 것이다. 이는 단순히 의료계만의 문제를 넘어서는 것이다. 119 헬기는 아무나 탈 수 있는 게 아니어서 이 대표의 헬기 이송은 특권 의식의 발로라는 비난을 살 수밖에 없다. 나아가 촌급을 다투는 위기에 처한 누군가가 이 대표로 인하여 헬기 이송을 못 받았을 수도 있다. 이 대표가 위중한 상태였다면 즉시 부산대병원에서 수실을 받아야 했고, 응급한 상황이 아닌 가운데 서울 이송을 원했다면 구급차를 이용해야 했다는 문제 제기는 정당하다.

이처럼 여야가 리스크의 반전을 되풀이하는 형국에서 4월 총선의 승패를 점치기란 쉽지 않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 효과의 약발이 얼마나 갈지, 윤석열 대통령과의 관계에서 존재감을 보여줄 수 있을지에 따라 중도층과 젊은이들의 선택이 갈릴 것이다. 민주당의 경우 이 대표 관련 재판 결과가 언제부터 나오기 시작하느냐가 운명을 가를 것이다. 민심이 이재명 리스크에 둔감해진 건 사실이지만 어떤 재판에서 어떤 판결이 내려지느냐에 따라 언제고 상황은 바뀔 수 있다.

정책대결은 처음부터 종적을 찾기 어려웠다. 그러다 보니 선거 공학만이 판치게 되었고, 선거 본래의 의미는 사라져버렸다. 오는 4월 총선을 거치면서 대한민국의 정치는 또 한 번 뒷걸믐치게 될 것이다. 다 국민의 자업자득이다.

 

*이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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