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2024-04-28 22:55 (일)
[조남현의 종횡무진]'최악의 여의도 잔혹사 종식' 세대교체 아닌 정치교체가 답이다
상태바
[조남현의 종횡무진]'최악의 여의도 잔혹사 종식' 세대교체 아닌 정치교체가 답이다
  • 매일산업뉴스
  • 승인 2024.01.01 06: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글ㆍ조남현 시사평론가

'어게인 촛불 난동' 획책하는 특검 떼쓰기, 총선용 네거티브에 불과
운동권 정치에서 생활정치로 근본적 틀 바꿔야 대한민국 미래 열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12월 29일 국회 민주당 대표실에서 만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12월 29일 국회 민주당 대표실에서 만나고 있다. ⓒ연합뉴스

2024년 한국 정치는 그 어느 때보다 추악한 모습으로 한 해를 시작하게 됐다. 더불어민주당(민주당)이 지난 12월 28일 국회 본회의에서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을 수사하기 위한 특별검사법(김건희 특검법)을 야당 단독으로 통과시켰다. 여당의 설명이 아니라도 총선용임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특별검사가 근거가 있든 없든 야권에서 제기하는 의혹을 수사한다는 소식을 언론에 흘리고, ‘개딸’ 등 이재명 민주당 극성 지지자들이 중심이 되어 촛불시위라도 벌인다면 민주당으로서는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선거운동 효과를 볼 것이다.

지금쯤이면 사람들의 기억에서 아스라하겠지만 2002년 제16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똑같은 상황이 벌어졌다. 그해 6월 13일 경기도 양주시의 한 지방도로에서 여중생 두 명(효순, 미선)이 기동 중인 주한미군 장갑차에 압사하는 참극이 발생했다. 좁은 도로에서 미군 병사 운전자가 소녀들을 발견하지 못해 발생한 사건이었다. 미처 피어나지도 못한 채 떨어진 꽃봉오리 같은 두 소녀의 죽음은 뭐라 말하기 어려울 정도로 가슴 아픈 일이지만 냉정하게 말해 그 사건은 교통사고였다.

대통령선거가 턱밑으로 다가왔던 그때 광화문 거리는 온통 촛불로 뒤덮였다. “효순이를 살려내라! 미선이를 살려내라!” 꽃다운 나이에 하늘나라로 간 두 소녀를 생각하면 그런 외침은 누구에게나 큰 울림으로 다가갔고, 누구나 공감하고 공명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데 사실은 그게 대통령선거 운동이었다. 당시에도 그건 분명하게 보였지만 나어린 소녀들의 어처구니없는 희생 앞에 누구도 이의를 제기할 수 없었다. 결국 노무현 후보가 제16대 대통령에 당선되고서야 촛불도 사그라들었다.

조남현 시사평론가
조남현 시사평론가

지금 민주당은 2022년의 그림을 그리려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대통령실이 ‘김건희 특검법’에 대해 즉각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힌 것도 그래서일 것이다. 대통령 부인을 보호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여론을 왜곡하기 위해 특검 수사를 악용하지 못하도록 막겠다는 의지의 표명으로 읽힌다.

과거 권위주의 체제에서도 여의도는 정치의 장이 아니라 정쟁의 장이었지만 요즘과 같이 추하지는 않았다. 그뿐 아니라 여야를 막론하고 나라를 위하는 충정이 있었다. 국정 안정과 나라의 발전이라는 충정과 민주화라는 충정이 마주쳤을 뿐 지금처럼 추한 진흙탕 싸움은 없었다. 검은 음모와 비열한 술수, 증오와 저주만 난무하는 오늘의 여의도에 정치는 존재하지 않는다.

정치란 무엇인가. 기능적인 측면에서 보자면 정치란 ‘이해의 조정’이다. 국정에서 일의 우선순위를 조정하는 게 정치라는 말이다. 하지만 정치를 기능적으로만 이해할 수는 없다. 당위론으로 말하자면 정치는 국민이 내일을 꿈꿀 수 있도록 나라를 이끌어 가는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한국 정치를 보면, 현실은 참담하고 미래는 암울하다. 진정한 의미로서의 정치는 실종된 채 정치공학만 난무하고, 맹목적인 패거리 논리가 합리적 이성을 짓누름으로써 ‘정치’를 질식시키고 있으니 말이다. 그래서 국민은 정치 불만족의 시대를 겨우겨우 견뎌 나가고 있다.

한국 정치가 왜 이렇게 망가졌는가. 두 가지 배경이 있다. 하나는 80년대 이래 좌파 이념이 재야 운동에서 정치의 중심으로 진출해 자리를 잡은 것이다. 이른바 386 세대 정치세력의 등장이 그것이다. 그들은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말하듯 ‘80년대 민주화운동으로 한번 써먹은 영수증을 계속 내밀며 486. 586, 686으로 세세손손 국민 위에 군림하고 국민을 가르치려 하는 것’이다. 한 위원장은 민주화운동의 영수증이라고 했지만 그들의 운동은 70년대와 같은 민주화운동이 아니라 이 나라를 사회주의나 주사파의 나라로 만들려 한 시도였을 뿐이다. 물론 김일성 주체사상까지 받든 걸 대안 모색이었을 뿐이라고 변명할지 모르지만, 민주화 이후에도 자신들의 신념을 바꾼 적이 없었다는 점에서 변명은 통하지 않는다.

또 하나의 배경은 이재명 리스크라는 더 고질적인 질병이다. 이것이 고질병인 이유는 이 대표 한 사람의 문제가 아니라 민주당 현역 의원들은 물론 지지자들이 맹목적으로 이 대표에게 충성하며 ‘이재명 결사옹위’를 외치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 YS(김영삼 전 대통령)나 DJ(김대중 전 대통령)가 한 계파의 보스로 영향력을 행사했지만 국회의원들이나 지지자들이 맹목적으로 추종하지는 않았다. 다만 정치적‧인간적 의리를 지키고자 했을 뿐이다. 그런 점에서 보면 지금 민주당의 모습은 8~90년대 전대협이나 한총련의 수령체제를 연상시킬 정도로 병적이다.

그런 가운데 출범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는 다행히 한국 정치에 변화를 몰고 올 것이라는 기대감을 주고 있다. 많은 평자나 국민이 한동훈 비대위를 계기로 세대교체를 기대하고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정치교체까지 나아가지 않으면 안 된다. 근본적으로 틀을 바꿔야 한다. 운동권 정치에서 생활 정치로 환골탈태해야 한다. 국민 삶과 나라의 안전을 지키는 정치, 미래를 위한 정치, 국격을 높이는 정치를 만들어 나아가야만 한다. 2024년이 그 원년이 될 수 있을까.

 

*이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