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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남현의 종횡무진]이재명 백봉신사상 수상...대한민국이 부끄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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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남현의 종횡무진]이재명 백봉신사상 수상...대한민국이 부끄럽다
  • 매일산업뉴스
  • 승인 2023.12.2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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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조남현 시사평론가

자기통제력과 정직성, 공정과 원칙을 준수하는 인사에게 준다고?
수도 없는 범죄혐의만으로도 차고 넘치는데 철면피함까지 장착
지난 18일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인재영입식에서 이재명 대표가 미소를 짓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8일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인재영입식에서 이재명 대표가 미소를 짓고 있다. ⓒ연합뉴스

프랑스의 탁월한 작가 생텍쥐페리의 소설 ‘어린 왕자’는 동화인듯하지만 실은 어른들에게 큰 가르침과 깨우침을 주는 작품이다. ‘어린 왕자’의 책장을 들출 때마다 우리 자신이 부끄럽다는 생각을 한다.

어린 왕자는 정성 들여 키우던 꽃 때문에 마음의 상처를 받고 자기가 살던 별(소행성)을 떠나 여러 별을 여행한다. 그가 방문한 별에는 사람이 한 명씩 살고 있었는데 하나같이 이해하기 어려운 이상한 사람들이었다. 이를테면 처음 방문한 별에는 모든 별을 다스리는 임금님이 살고 있었는데, 그는 이치에 맞는 명령만을 내릴 수 있었다. 그는 어린 왕자가 떠나려 하자 황급히 어린 왕자를 대사로 임명한다며 왕의 권위를 잃지 않으려 했다. 어떤 별에는 허영에 사로잡힌 사람이 살고 있었는데, 그는 혼자 사는 그 별에서 가장 똑똑한 사람으로 인정받기를 원하는 사람이었다. 또 다른 별에는 술주정뱅이가 살고 있었는데, 그는 자신이 술독에 빠져 사는 게 부끄러워 술을 마시는 사람이었다. 어린 왕자로서는 그런 어른들이 도무지 이해되지 않았다.

어린 왕자가 일곱 번째로 방문한 별이 지구였다. 아마 어린 왕자가 지구 곳곳을 여행했다면 가장 이해하기 어려운 사람들이 사는 별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지구에는 그가 거쳐온 별에서 보았던 온갖(작품에서는 여섯 명만 만났지만) 종류의 어른들이 살고 있기 때문이다. 어른들은 사막이 아름다운 건 어딘가에 샘물이 숨어있기 때문이라는 것 등의 중요한 문제에 대해서는 알려 하지도 않으며, 별로 중요하지 않은 일에만 몰두하고 있다.

조남현 시사평론가
조남현 시사평론가

어린 왕자는 다행히 지구에 대한민국이라는 나라가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아니 알 수 없었다. 어린 왕자가 지구라는 이 이상한 별에 온 것은 1943년이었으니 말이다. 그런데 만일 오늘날 어린 왕자가 대한민국, 그중에서도 여의도를 방문한다면 어떻게 생각할지 자못 궁금하다. 우선 그는 여의도 사람들이 왜 늘 패를 갈라 헐뜯고 싸우는지 이해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렇게 저주를 퍼부으며 증오할 거라면 ‘헤어질 결심’이라도 해야 할 텐데 그들은 결코 여의도를 떠날 생각이 없어 보이니 어린 왕자가 그 속을 어찌 짐작이나 하겠는가.

어린 왕자가 볼까 겁나는 건 여의도의 이상한 풍경이다. 국회의원들을 상대로 한 상이 흔해 빠졌다는 점, 그런데도 국회의원들은 그런 희소성 없는 상을 받으려 한다는 점, 입법 건수가 많은 의원에게 주는 상이 많아 나타나서는 안 될 법안이 홍수를 이룬다는 점, 특히 상의 취지에 맞지 않는 대상일 뿐만 아니라 범죄혐의자까지 수상자가 된다는 점은 우리네 보통 사람도 이해하기 어려운데 순백의 어린 왕자의 눈에는 어떻게 비칠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9일 백봉신사상(白峰紳士賞) ‘베스트 10’ 의원에 선정됐다는 소식이다. 우울하다 못해 참담하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이 대표라니. 온갖 범죄 혐의를 받고 있는 가운데 매주 두세 차례 법정에 출두해야 하는 그가 수상한다는 것은 상(賞)의 타락을 의미할 수밖에 없다.

백봉신사상은 독립운동가 백봉 나용균(羅容均) 선생의 뜻을 기리어 우리 사회와 정치의 도덕적‧문화적인 발전에 기여하기 위해 자기 통제력과 정직성의 발휘는 물론 공정하고 원칙을 준수하는 인사를 선발한다는 게 시상의 주체인 백봉정치문화교육연구원의 설명(인터넷 홈페이지)이다. 주최 측에서 밝힌 수상 기준에 비추어 이 대표가 거기에 부합하는지는 의문이다. 자기 통제력과 정직성, 공정과 원칙이라는 거울에 비친 이 대표의 상(像)이 일그러진 모습이라고 생각되지 않는가. 물론 주최 측은 “유연하고 균형된 방식으로 선발한다”고 하지만, 아무리 그렇더라도 이 대표 같은 사람에게 시상하는 걸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있을까.

사람들은 벌써 기억이 가물가물할지 모르지만 이 대표의 여러 가지 협의와 관련해 애꿎은 사람으로 유명을 달리한 사람이 몇인가. 유죄판결을 받기 전이라도 범죄 혐의만으로 이 대표는 얼굴을 들 수 없는 처지다. 그런데도 그는 철면피함의 진면목을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다. 그런 인물에게 백봉신사상이라니 가당키나 한가.

백봉정치문화교육연구원은 이 대표와 같은 사람에게 상을 주는 게 백봉 선생의 뜻을 기리기는커녕 명예를 실추시키는 일이라는 생각을 하지 못했는가. 국회의원들에게 주는 상이 대부분 짬짜미로 나눠주기식으로 수여한다는 걸 모르지 않지만, 아무리 그렇더라도 최소한의 선은 지켜야 하지 않는가.

이재명의 수상(受賞)은 어린 왕자까지 들먹일 일도 아닌지 모른다. 어린 왕자까지 소환한 것은 이 대표에게 과분하지 않을까. 대한민국이 부끄럽다.

 

*이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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