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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남현의 종횡무진]홍콩H지수 ELS 사태는 자유의 가치 무시한 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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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남현의 종횡무진]홍콩H지수 ELS 사태는 자유의 가치 무시한 대가
  • 매일산업뉴스
  • 승인 2024.01.2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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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조남현 시사평론가

시진핑, 홍콩 자유 억압... 시장 신뢰 붕괴
자유는 공짜가 아니다...무너지면 대가 치러야
지난 19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홍콩H지수(항셍중국기업지수) 기초 주가연계증권(ELS) 투자자들이 피해 보상 등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9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홍콩H지수(항셍중국기업지수) 기초 주가연계증권(ELS) 투자자들이 피해 보상 등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홍콩H지수(항셍중국기업지수) 기반 주가연계증권(ELS)에 투자한 투자자들의 원금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홍콩H지수 기반 ELS에서 원금 손실이 발생하는 이유는 상품이 판매된 2021년 이후 홍콩H지수가 급락했기 때문이다. 홍콩H지수는 홍콩 증시에 상장된 중국 기업 가운데 50개 종목을 추려서 산출하는 지수로, 2021년 2월 1만2000선을 넘었으나 그해 말 8000대로 떨어진 뒤 현재 5100선에 머물고 있다.

왜 이런 사태가 빚어진 것일까? 아무도 생각지 못했겠지만 상품을 판 금융사나 투자자 모두 가장 중요한 한 가지를 놓치는 바람에 재앙을 맞은 것이다. 홍콩H지수가 추락한 데는 중국 상장기업들의 실적이나 전망이 좋지 않기 때문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더 근본적인 이유는 홍콩 증시가 활력을 잃었다는 점이다. 그리고 두 가지 요인 다 시진핑의 중국과 관련이 있다. 시진핑 집권 이후 중국은 물론 홍콩까지 자유가 크게 제한받아왔다는 사실이 그것이다. 우리 금융사나 투자자들이 이러한 점을 고려하지 못했던 것이고, 지금 그 대가를 치르고 있는 것이다.

밀턴 프리드먼은 홍콩의 번영을 정부의 불개입과 개인의 경제적 자유, 그리고 자유무역을 기반으로 하는 자유시장경제로 설명한 바 있다. 홍콩의 자유시장경제를 이끈 사람은 1961년부터 1971년까지 금융 수장을 지낸 존 제임스 어턴이다. 그는 자유주의 철학자이자 경제학자인 하이에크 신봉자로 정부 개입을 최소화하고 세금을 낮추며 가능한 한 시장 기능에 맡기는 정책을 추진함으로써 기업인들이 기업가 정신을 최대한 발휘하도록 했다. 그 결과 홍콩은 눈부신 경제발전을 이루었다.

조남현 시사평론가
조남현 시사평론가

1898년 영국이 중국과 맺은 99년 임대조약으로 자유를 누려오던 홍콩은 1997년 7월 1일 중국에 반환되면서 다른 운명을 맞게 되었다. 반환 초기에는 한 나라, 두 체제인 일국양제가 비교적 잘 지켜졌으나 시진핑이 집권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자유가 위협받게 된 것이다. 2014년 우산혁명, 2019년 반중시위 등 홍콩인들은 자유를 지키기 위해 저항했지만 시진핑의 중국은 이를 탄압했다. 이후 홍콩의 황금시대는 저물기 시작했다. 홍콩H지수 기반 ELS를 판매한 금융사나 투자를 결정한 투자자들은 이 점을 간과했다.

홍콩 증시는 160여 년의 유구한 역사를 자랑한다. 금융의 글로벌 허브로서의 위상도 견고했다. 그렇게 될 수 있었던 가장 큰 배경은 홍콩의 금융 자유가 높았다는 점이다. 당연히 홍콩 증시도 탄탄했고, 중국의 영향력이 없었다면 아마 홍콩H지수 기반 ELS 수익률도 높았을 것이다. 하지만 2020년 6월 홍콩에 국가보안법이 도입되면서 자유는 크게 위협받게 되었다. 국가보안법 도입의 명분은 테러, 분리주의, 반란, 국가 안보를 위협하는 행위를 금지한다는 것이지만 법이 자의적으로 해석될 소지가 너무 커 홍콩인들은 물론 외국인, 특히 기업이 위기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그러면서 자연히 자본과 인재가 하나, 둘 홍콩을 떠나기에 이르렀다.

일반적으로 주가는 현재가 아니라 미래의 가치를 반영한다. 그런데 최근 4년간 홍콩 증시는 내리막길을 걸어왔다. 지난해에만 14% 내렸고, 올해에도 이미 11%나 떨어졌다. 지난해 미국 나스닥이 43%, 일본 닛케이가 28%, 한국 코스피가 20% 가까이 오른 것과 대비된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홍콩의 미래가 암울하다는 것이다.

투자자들은 증권사와 시중 은행들이 불완전 판매를 했으니 책임지라며 아우성들이다. 불완전 판매를 했다면 당연히 책임을 져야 하고 억울한 피해자들은 구제받아야 할 것이다. 하지만 투자자 자신들도 책임이 없을 수 없다. 방송보도를 통해 들리는 투자자들의 볼멘소리가 뼈아프다. “나라가 망하지 않으면 이건 문제가 없는 거다. 걱정하지 마시고 드셔라. 중국이 어떤 데냐. 홍콩H지수가…. 그 얘기를 듣고 가입한 것”이라는 말은 듣는 이를 참담하게 만든다. 판매한 사람의 황당한 설명이나 그걸 곧이곧대로 믿은 사람이나 황당하긴 마찬가지다. 중국을 몰라도 그렇게 모른단 말인가.

우리는 대개 자유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홍콩H지수가 보여주듯 자유가 각 개인의 삶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데도 그 사실을 의식하지 못한다. 공기가 없으면 살 수 없는데도 공기의 소중함을 잊고 사는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자유의 가치를 망각한 채 그게 나와 무슨 상관이냐는 태도로 일관하면 결국 자유의 제한을 받게 될 것이다.

총선이 다가오고 있다. 언론보도는 온통 총선 관련 소식으로 뒤덮인다. 그런데 우리 국민은 정말 중요한 것을 잊고 산다. 정치인이나 정당의 정책 노선은 안중에도 없이 가십거리도 안되는 뒷담화에나 귀를 세우는 게 보통 사람들의 습성이다. 이를테면 어떤 국회의원이 우리의 자유를 제한하는 법안을 제출하더라도 사람들은 그런 것에는 신경쓰지 않으면서 누가 어떤 스캔들에 휘말렸다 하면 민감하게 반응한다. 이렇게 어리석을 수가 있을까.

자유는 그것을 지키려는 의지를 가진 국민에게만 허용되는 법이다. 자유는 공짜가 아니다(Freedom is not free)!

 

*이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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