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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남현의 종횡무진]경찰, 집단으로 민주화운동유공자 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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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남현의 종횡무진]경찰, 집단으로 민주화운동유공자 되려나
  • 매일산업뉴스
  • 승인 2022.07.2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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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조남현 시사평론가

치안과 질서 유지해야할 경찰이 스스로 치안을 교란하다니
화물연대와의 타협처럼 나쁜 선례를 남기면 국정동력 괴멸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지난 1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경찰제도 개선방안에 대한 확정 발표하고 있다. ⓒ행정안전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지난 1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경찰제도 개선방안에 대한 확정 발표하고 있다. ⓒ행정안전부

가히 민주화운동 전성시대라 할 만하다. 건국 이래 처음으로 경찰이 집단행동에 나서면서 정부에 대항하고 있는 지금의 형국이 그렇다. 경찰은 ‘경찰의 독립’을 내세우며 마치 민주화운동이나 하는 것처럼 행동하고 있다. ‘숭어가 뛰니 망둥이도 뛰는 꼴’이다. 야당도 경찰의 ‘민주화운동’을 거들고 있다. 경찰의 집단행동이 민주화운동이라면 윤석열 정부는 힘으로 민주화운동을 누르려는 폭압 정권인 셈이다. 그러기에 야당이 대통령 탄핵까지 거침없이 거론하고 있는 것이다.

문재인 정권의 민주당은 ‘검수완박(검찰 수사 완전 박탈)’을 위해 수사권을 대거 경찰로 몰아줬다. 문 정권은 민정수석을 통해 경찰을 완전히 장악·통제하고 있었기 때문에 행정안전부(행안부) 내에 경찰국을 설치할 필요를 느끼지 않았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는 민정수석을 없애버렸다. 그래서 행안부에 경찰국 신설을 구상한 것이다. 그리고 26일 그 사안(행안부와 그 소속기관 직제 일부 개정령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경찰이 이에 반발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경찰의 독립을 주장하고 있지만 경찰이 언제 정치적 독립을 위해 권력에 대항한 적이 있었는가. 대항은커녕 주구 노릇을 자임하고도 국민에게 사과 한마디 없었고,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있었다.

조남현 시사평론가
조남현 시사평론가

야당 후보에 대한 민정수석실 하명수사를 하여 대통령 친구를 울산시장에 당선시킨 정치공작에 가담했던 사실을 벌써 잊었나. 대통령의 한마디에 사기꾼 윤지오에 대한 신변 보호에 나섰다가 윤지오가 불평하자 마치 대통령에게 큰 죄라도 지은 양 공개사죄를 하고도 낯뜨거움도 몰랐던 경찰 아닌가. 그래놓고 무슨 낯으로 전국의 경찰서장들이 근무지를 떠나 시위하듯 집단의사표시를 한단 말인가.

물론 행안부에 경찰국을 신설하는 데 대해서는 비판도 만만치 않다. 시대에 역행하는 것이라는 지적이 대표적이다. 1991년 폐지됐던 경찰국을 되살리니 퇴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윤 정부 뒤 민주당 정권이 들어설 경우 권력의 경찰 장악이 더욱 강화되는 빌미를 주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나름대로 일리가 있다.

하지만 막강한 권력을 쥐게 된 경찰을 아무런 통제도 없이 방치할 수는 없다. 국가경찰위원회(국경위)가 있지 않으냐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건 현실을 몰라서 하는 얘기다. 국경위가 최근 발행한 백서를 보면 경찰의 정치적 중립을 위한 조처나 행동은 눈을 씻고 봐도 찾을 수 없다. 경찰국 폐지와 함께 출범한 국경위는 사실상 자문기구 비슷한 역할을 해왔을 뿐이다.

경찰국을 통하든 국경위를 통하든 경찰이 통제를 받아야 하는 건 당연하다. 그리고 그 최종 책임자는 대통령일 수밖에 없다. 대통령은 군과 경찰 등 무력에 대한 통수권자다. 그런 점에서 경찰국 설치를 퇴행으로 보는 게 꼭 옳은 지적인 것은 아니다. 또 정권이 바뀔 것을 우려할 이유도 없다. 누가 집권하든 대통령의 책무가 바뀔 수는 없는 것 아닌가.

중요한 것은 경찰이 집단행동을 해서는 안된다는 점이다. 정부의 경찰국 설치가 위법이나 위헌이라고 해도 당사자인 경찰이 집단행동과 집단의사표시로써 해결하자고 나서는 건 위험천만한 일이다. 치안과 질서를 유지해야 할 경찰이 치안과 질서를 스스로 교란하고 나서면 그걸 누가 저지한단 말인가. 계엄을 선포해서 군을 투입해서 진압해야 하는가. 또 불법은 무슨 명분으로 제압할 수 있는가.

다행히 경감·경위급 일선 경찰관들이 30일 개최하려던 이른바 ‘14만 전체 경찰회의’는 취소됐다. 집회 추진을 주도한 경찰관이 “어제 국무회의 통과로 경찰국 설치가 확정됨에 따라 어떠한 사회적 해결방법이 없어진 현실에서 전체 경찰 이름의 사회적 의견 표명은 화풀이는 될지언정, 사회적 우려와 부담을 줘 경찰 전체가 사회적 비난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배경을 밝혔다. 바른 판단이다.

하지만 그가 “지금까지 14만 동료 경찰들의 피땀 흘린 노력들로 우리 국민, 국회, 사회는 경찰국 설치가 ‘검수완박’에 대한 추잡스럽고 국민의 안전을 담보로 한 위험한 보복행위이자 권력남용 행위라는 사실을 분명하게 인식했다”고 덧붙인 것은 적절하지 않다. 검경 간 수사권을 놓고 벌이던 갈등의 연장선에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경찰 신분을 망각한 채 펴는 정치적 주장이라고 보이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경찰이 정부와 강 대 강(强對强)으로 맞선 것 자체가 문제였다. 정부로서는 물러설 수 없는 처지다. 경찰의 집단행동을 용인하는 것이 되기 때문이다. 이 경우 사회 전체에 잘못된 신호를 보낼 수 있다. 나아가 국정 동력을 잃을 수도 있다. 불법 파업을 한 화물연대와 타협함으로써 나쁜 선례를 남긴 데 이어 경찰의 집단행동까지 용인한다면 이 정부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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