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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남현의 종횡무진]주 52시간제로 삶의 질 나빠진 진짜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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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남현의 종횡무진]주 52시간제로 삶의 질 나빠진 진짜 이유는
  • 매일산업뉴스
  • 승인 2022.08.2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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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조남현 시사평론가

‘저녁이 있는 삶’ 아닌 ‘저녁 먹을 시간도 없는 삶’
노동시장에 대한 국가의 개입으로 시장 왜곡 근로자 고통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들이 지난 7월 19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들이 지난 7월 19일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앞에서 긴급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전국금속노조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가 신산업, 노동시장, 환경 및 안전·보건, 건설입지, 기업지배구조, 현장 애로 등 6대 분야에 걸쳐 규제혁신 과제를 발굴하여 ‘현장 모래주머니 없애기’ 신속 규제혁신 과제 120건을 지난 19일 정부에 건의했다. 이번 건의는 신속처리가 가능한 시행령 이하 과제부터 우선 발굴한 것이며, 추후 상시적으로 규제를 발굴해 건의할 계획이라고 경총은 밝혔다. 6대 분야 건의 내용은 하나같이 시급히 개선해야 할 사안이지만 노동시장 부문의 과제는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 9일 발표한 ‘중소조선업 근로자 영향조사’ 결과와 맞물려 더욱 주목된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지난 9일 ‘중소조선업 근로자 55%가 주 52시간제 시행 후 삶의 질 더 나빠졌다’는 내용의 ‘중소조선업 근로자 영향조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중소조선업체 근로자 3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이 조사에서 근로자 절반 이상이 ‘워라벨(삶의 질)’이 나빠졌다고 응답했으며, 그중 93.3%가 나빠진 이유로 ‘근로시간 단축으로 임금이 줄어들어 경제적 여유 부족’을 꼽았다. ‘연장수당 감소 보전을 위한 투잡(Two-job) 생활로 여가시간 감소’(35.8%), ‘탄력근로 등 유연근무제 도입으로 업무피로도 증가’(18.8%) 등이 뒤를 이었다.

조남현 시사평론가
조남현 시사평론가

주 52시간제 시행이 임금에 미치는 영향과 관련해 ‘감소’했다는 근로자의 비중이 73.3%로 응답자 대부분이 임금이 감소했다고 응답했으며, 주 52시간제 시행 전과 비교해 임금이 월평균 60.1만 원 감소했다고 응답했다.

이튿날 하루 일부 언론에 보도되고 이 사안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지워졌겠지만 이렇듯 스쳐 지날 일이 아니다. 많은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은 ‘저녁이 있는 삶’을 강조했지만 이 조사결과를 보면 실상은 투잡을 하는 근로자들의 경우 ‘저녁 먹을 시간도 없는 삶’이 되었음을 알 수 있다. 투잡을 할 수 있는 근로자들은 그나마 다행이다. 몸은 피곤하지만 줄어든 소득을 보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다수(73.2%)는 별다른 대책이 없어서 줄어든 소득을 감수할 수밖에 없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시장경제의 원리는 ‘세상 돌아가는 이치’다. 법이나 제도가 세상 돌아가는 이치에 어긋나면 반드시 문제가 발생하게 마련이다. 다시 말해 법과 제도가 시장의 원리에 어긋나면 의도하지 않은 결과, 심지어 의도와는 반대의 결과가 나타난다는 얘기다. 이른바 ‘시장의 복수’다.

좌파 정치세력은 곧잘 사회적 약자를 위한다며 특정 계층이나 직군의 사람들을 보호한다는 구실을 들어 시장의 원리, 곧 세상 돌아가는 이치에 어긋나는 정책을 법으로 강제한다. 그리고 그 결과는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거나 돕기는커녕 더 불행하게 만든다. 문재인 정권이 했던 일들이 어떤 결과를 낳았는지 생각해보면 금방 이해가 될 것이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이 초래한 것이 무엇이었는가. 누구나 알고 있듯 일자리를 없앴을 뿐이다. 임금이란 노동의 가격이다. 가격은 시장에서 수요와 공급에 의해 결정된다. 그런 것을 정부가 인위적으로 정하여 강제하면 시장을 왜곡하게 마련이다. 시장 왜곡의 결과가 바로 일자리의 급격한 감소였던 것이다.

생활물가를 조절하기 위해 이른바 행정지도라는 이름으로 관리들이 생필품의 가격을 감시하고 단속하던 시절이 있었다. 박정희 정부 때의 얘기다. 그 결과 시장에서 생필품이 종적을 감추었다. 상인들이 행정지도가격으로는 밑지는 장사라서 창고에 상품을 쌓아놓고도 팔지 않으며 뒷거래로 팔았던 것이다. 자연히 이중가격이 형성되고 소비자들만 불편을 겪어야 했다. 박정희 정부 경제발전의 공을 폄훼하자는 게 아니라 그 시절은 정부의 시장 개입 폐해를 몰랐고, 그 바람에 의도하지 않은 결과들이 나타났다는 이야기를 하자는 것이다.

오늘날은 경제학의 기본 중 기본인 시장의 원리를 모를 사람이 없을 것 같은데 신기하게도 시장의 원리를 무시하는 게 진보라고 생각하는 세력(정확히는 좌파 정치세력)이 대중의 인기를 얻으며 힘을 과시한다. 그래서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이 국가의 노동시장에 대한 개입이고(법으로 강제하므로), 그 결과는 시장의 왜곡임을 아직도 깨닫지 못하고 있다. 주 52시간제 또한 노동시장에 대한 국가의 개입이다. 그로 인하여 시장이 왜곡되고 사용자도 근로자도 불만스러운 결과를 낳은 것이다.

지금의 문제를 시정하기 위해 주 52시간제를 월(月)이나 연(年) 단위로 유연하게 적용하자는 주장들이 나온다. 경총의 건의에도 탄력적으로 운용하자는 내용이 있다. 그 심정은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왜 그렇게 법으로 강제하는 걸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는지 알 수가 없다. 업종이나 조건에 따라 근로계약에 의해 자율적으로 정하면 될 것을 왜 인위적이고도 천편일률적으로 강요해야 하는가. 제도(법) 자체를 없앨 생각은 왜 못하는가.

일반적으로 ‘시장경제의 원리’라고 할 때 그 ‘원리’는 보편성을 갖는 것이다. 세상 돌아가는 이치는 하나의 원리다. 그 연장선에서 볼 때 인간의 계획으로 이상 사회를 만드는 것은 지식(정보)의 문제로 인하여 가능하지 않으며, 계획경제가 실패로 귀결될 수밖에 없었던 것도 그 때문이었음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윤석열 정부는 문재인 정권이 저질러 놓은 잘못을 하나하나 바로잡아가야 하고, 민주당도 낡은 이념적 사고에서 벗어나 무엇이 진정 약자를 위한 길인지, 부동산 3법이나 소득주도성장 등 지나온 길에서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깨달아 자신들이 벌여놓은 잘못을 바로잡는 데 협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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