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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남현의 종횡무진]'통계조작' 문재인이 이재명과 '민주주의 후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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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남현의 종횡무진]'통계조작' 문재인이 이재명과 '민주주의 후퇴'?
  • 매일산업뉴스
  • 승인 2023.01.1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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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조남현 시사평론가

정부 정책 의지와 달리 나타난다고 통계청장 자르다니
정권 재창출 실패한 전 대통령과 전 후보의 잘못된 만남
문재인 전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일 경남 양산시 하북면 평산마을 문 전 대통령 사저에서 단체 사진 촬영에 앞서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전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2일 경남 양산시 하북면 평산마을 문 전 대통령 사저에서 단체 사진 촬영에 앞서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문재인 전 대통령을 방문한 지난 2일 문 전 대통령은 “민주주의가 퇴행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며 “어렵게 이룬 민주주의가 후퇴하지 않도록 지켜야 한다”는 취지로 말했고, 이 대표가 공감했다는 게 언론의 보도다. 어처구니가 없다. 민주주의의 퇴행이라니. 윤석열 정부를 비판하는 발언으로 보이는데, 도대체 무엇이 민주주의의 퇴행이란 말인지 알 수가 없다.

혹 검찰 수사가 이 대표의 목을 조여오자 문 전 대통령이, 초록은 동색이라고 야당 탄압이라고 목소리를 높여온 이 대표를 두둔하기 위한 것인지, 아니면 문 전 대통령의 민주주의에 대한 인식이 일반 국민과 다른 탓인지 얼른 판단이 서질 않는다. 이 대표를 두둔하기 위한 것이라면, 아무리 같은 진영, 같은 당이라 해도 전직 대통령으로서 부패‧비리 의혹을 받고 있는 인물을 비호한다는 점에서 적절치 않고, 상식과 다른 민주주의에 대한 인식 때문이라면 독선이라는 비난을 면키 어렵다.

문 대통령이 ‘민주주의의 퇴행’을 말했지만 문 전 대통령 집권 시절만큼 민주주의가 퇴보를 거듭한 적도 없다. 친정권 언론을 나팔수 삼은 것은 물론 사법부까지 장악한 건 세상이 다 아는 얘기다. 거기다가 원전 경제성 평가를 왜곡하도록 행정부 관료들을 동원함으로써 국정을 오도하면서 애꿎은 관료들을 감옥에 보내기도 했다. 그야말로 권력의 횡포다. 이런 게 민주주의의 퇴보 아니면 무어란 말인가.

조남현 시사평론가
조남현 시사평론가

당연히 이루어졌어야 할 비리에 대한 수사가 정권 차원으로 의심되는 ‘뭉개기’나 ‘봐주기’로 정상적으로 진행이 되지 않은 것도 민주주의의 퇴보다. 법치주의의 실종은 민주주의를 가장 크게 위협하는 것이다. 그런데 문재인 정권에서는 법치의 파괴가 아무 일 없다는 듯 저질러졌다. 심지어 검찰을 손발을 묶어 큰 도둑을 잡지 못하도록 하기까지 했다.

결정적인 민주주의 퇴행은 문 정부의 통계 조작이다. 이미 알려졌듯이 문재인 정부에서 해괴한 일이 벌어졌다. 소득 주도 성장(소주성)론을 내세운 문 정부의 뜻과 달리 결과가 정반대로 나타나자 갑자기 통계청장이 바뀌어 버린 것이다. 통계가 정부의 정책 의지와 달리 나타난다고 해서 통계청장이 졸지에 목이 날아간 일은 처음 보았다. 비록 뒤늦게 파악된 사실이긴 하지만.

암튼 당시 소주성 정책 기조에 따라 최저임금을 16.4%나 올린 2018년 하위 20% 국민의 소득이 급감하고, 그에 따라 양극화가 심화하였다. 시장경제의 원리를 조금만이라도 아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예측할 수 있는 결과였다. 문 정부만 모르고 있었을 뿐이다. 생각해 보라. 최저임금을 올리면 최저임금 선에 있는 사람들은 소득이 올라 좋아할 것이다. 하지만 최저임금 선에 머물러 있던 사람들의 수는 감소하기 마련이다. 전체적으로 저소득층 총소득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 단순한 이치를 몰라 저지른 어이없는 실수가 소주성 정책이다.

의도가 선하다고 결과가 선한 것은 아니다. 그런 점에서 문재인 정권의 소주성 정책으로 문 정권의 도덕성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지는 않는다. 하지만 무지로 인한 정책 실패는, 그 폐해가 너무 커서 의도의 선악과 상관없이 크나큰 죄악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정책 담당자들이 이런 것을 모른다면 더 문제다. 정책의 오류가 부르는 결과가 당장 눈앞에 드러나지 않는다 해도 민생을 크게 해치기 때문이다. 소주성 정책이 빚은 나쁜 결과를 인정하지 않는다면 국민을 배반하는 행위로, 민주주의를 회의케 만드는 것이다. 그런데 통계를 조작한 것은 전혀 얘기 다르다. 도덕적으로 용납할 수 없는 일인데다가 그것으로 인해 초래될 결과가 끔찍하기 때문이다.

통계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유명한 일화가 있다. 일화라기에는 너무 참혹한 것이긴 하다. 마오쩌둥이 중화인민공화국을 선포하고 벌인 대약진 운동 얘기다. 마오는 철강 생산을 굳이 대규모 제철소에서만 할 수 있는 게 아니라며 농촌을 포함하여 전국 어디에서도 작은 제철소를 만들어 철강을 생산토록 했다. 그 결과는 불순 물질이 들어간 질 낮은 철강의 생산이었다. 불량 철을 아무리 생산해도 쓸모가 없으니 헛된 시간과 인력과 자원을 소모하는 결과를 낳았다. 그건 재앙이었다.

더 큰 재앙은 통계였다. 개인 또는 마을마다 목표를 초과 달성했다는 보고가 올라갔고, 그로 인해 왜곡된 통계는 정책의 수정을 불가능하게 만들었다. 전체주의의 특성상 지도자 1인의 결정이 엄청난 결과를 초래할 수밖에 없기도 했지만, 잘못된 통계가 독재자의 결정에 미친 결과는 더 큰 문제였다. 대재앙 이전 정책을 바꾸지 못하고, 수천만 명이 굶주림으로 죽어 나간 이후에야 대약진 운동(식량 증산 운동을 위한 참새 소탕 작전을 포함하여)을 그쳤으니 통계의 왜곡이 얼마나 위험천만한지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을 것이다.

통계 조작은 단순히 정책의 문제를 넘어 민주주의를 지속 가능케 하느냐의 문제로 이어지는 것이다. 마오 뿐 아니라 독재자들이 대중을 기만하기 위해 흔히 쓰는 수법이 통계 조작이나 왜곡이다. 착시 현상으로 정권의 실패를 가리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문 정권은 민주주의와는 거리가 멀다.

문 전 대통령은 이 대표에게 “민생경제가 참 어려운데 이 대표를 중심으로 민주당이 똘똘 뭉쳐 민생경제를 해결하는 데 최선의 노력을 해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고 한다. 덜컥 겁이 난다. 잘못된 정책에, 이를 가리려는 통계 조작으로 대중을 기만해 온 문 정권의 자세를 계속 이어가라는 메시지로 들리기 때문이다. 또, 이재명의 민주당이 보여온 정책이 반시장적이어서 민생경제를 악화시킬 게 빤히 보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런 가운데 김상조, 김수현 등 문재인 정부에서 일했던 청와대 인사들과 장차관들이 모여 정책을 연구하는 ‘사의재(四宜齋)’라는 이름의 포럼을 발족한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이들은 “현(윤석열) 정부의 정책들이 나라로 볼 때 걱정스러운 것들이 많지 않으냐”며 “전임 정부에서 함께 일했던 사람들이 문재인 정부 정책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자는 취지”라고 포럼 설립 배경을 설명했다고 한다. 시장의 기본 원리에 대해 무지하거나 무시하는 이들이 민주당과 나라의 정책 방향과 기조를 왜곡하려 드는 게 아닌지 심히 우려된다. 지난 대선에서 정권 재창출에 실패한 이유가 국민의 심판을 받은 정책 실패 탓임을 아직도 깨닫지 못하는 것인가. 참으로 염치없는 사람들이다.

 

*이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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