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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남현의 종횡무진]이재명의 시선돌리기 '횡재세'가 비겁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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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남현의 종횡무진]이재명의 시선돌리기 '횡재세'가 비겁한 이유
  • 매일산업뉴스
  • 승인 2023.02.0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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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조남현 시사평론가

독점 이용 과도 이익이라면 공정거래법 대상이지 징벌적 과세 안돼
백화점식 비리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를 민생챙기기 연출 통한 물타기
ⓒiSto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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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민주당) 대표의 검찰 소환 관련 뉴스가 모든 언론을 휘감고 있는 와중에 잠깐 스치고 지나간 이슈가 하나 있었다. 이른바 ‘횡재세(windfall profit tax)’가 그것이다. 석유‧가스 기업들이 에너지를 비싸게 팔아 막대한 이익을 거두고 있으니 이들 기업에 횡재세를 부과하여 이 재원으로 소상공인들의 에너지 사용 부담을 덜어주자는 것이다. 이성만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17일 발의한 ‘소상공인 보호 및 지원에 관한 법률(소상공인 보호법) 일부개정안’이 이와 같은 내용을 담고 있다.

민주당 다수 의원이 공동발의자로 이름을 올렸는데, 이들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에너지 위기 상황이 장기화하면서 독점적 지위를 가진 석유‧가스 기업들이 석유‧천연가스 등을 비싸게 팔아 막대한 이익을 거두고 있다”며 “해당 기업들에게 횡재세를 부과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고 주장하며 “해당 세금의 부과‧징수를 통해 고유가의 지속에 따른 서민 가계의 부담을 석유‧가스 기업이 분담하도록 하려는 취지”라고 발의 배경을 설명했다.

조남현 시사평론가
조남현 시사평론가

이런 발상이 가능하다는 게 놀랍다. 기업이 일시적, 또는 일정 기간 통상적인 수준을 넘어서는 이익을 내면, 그건 횡재이니 거기에 대해 세금을 부과하는 것이 정당하다면, 반대로 기업이 손실을 보았을 때는 그 손실을 메꿔줘야 한다는 논리도 성립해야 한다. 그게 가능한 일인가. 만일 기업이 손실을 보았을 때 재정으로 이를 메꿔준다면 특혜 시비가 벌어질 건 불을 보듯 환한 일이다. 그리고 실제 특혜가 될 수 있고, 거기서 비리와 부패가 발생할 소지가 매우 크다.

국제 에너지 시장에서 가격이 오르면 석유‧가스 기업들이 원유나 가스를 수입하는 데 드는 비용도 커진다. 당연히 소비자가격이 오를 것인데 무조건 비싸게 팔아 지나치게 큰 이익을 챙긴다고 할 수 있을까. 그렇다면 적정 가격이라는 게 있는 것일까. 있다면 그 선은 어디이고, 그걸 누가 판단할 수 있을까. 인간은 적정한 가격을 도출해낼 지식과 정보를 갖고 있지 않다. 그래서 시장에 맡기는 게 최선이다.

시장은 공급자와 수요자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지점에서 거래가 일어나게 한다. 그래서 정부나 특정한 누군가가 정하지 않아도 저절로 가격이 정해진다. 민주당 의원들의 머릿속에는 아예 이런 생각 자체가 없는 듯 보인다. 그냥 법으로 기준을 정하여 강제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법으로 정할 수 없는 것까지 법으로 정하려 하니 의도하지 않은 부작용이 발생한다. 그 폐해는 이루 말할 수 없이 크지만 당장은 눈에 보이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직접적인 인과관계를 증명하기도 쉽지 않아 이들은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문재인 정부에서 민주당이 양산해낸 반시장적 법률들(이를테면 임대차보호법과 같은)이 그렇게 해서 만들어졌다.

소상공인 보호법은 특정한 대상, 곧 소상공인들을 위한 법이다. 이처럼 특정한 대상을 위한 법은 보편성을 잃고 있기 때문에 법 아닌 법이다. 그런 법은 만들어서는 안 된다. 또 소상공인라고 하여 동일한 범주 안에 집어넣고 생각하는 것도 온당치 않다. 소상공인이면 무조건 경제적 약자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그 범주 안에 있는 사람은 천차만별이다. 상당한 재산을 갖고 있고, 수익도 괜찮은 사람이 있는가 하면 말 그대로 서민이면서 사업소득이 변변치 않은 사람도 있다. 그 사람들을 ‘소상공인’이라는 이름의 하나의 그룹으로 묶어 지원하는 것은 공정하지도, 정당하지도 않다. 국가의 지원을 받아야 할 대상이 아닌 사람들에게 지원하는 것은 지원받아야 할 진짜 어려운 사람들에게 돌아갈 몫을 박탈하는 것이다. 그러기에 보편적 복지는 사회‧경제적 약자들의 몫을 약탈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옳지 않지만 초점이 흐려지므로 넘어가기로 한다.

난방비 폭탄이라는 상황에서 정말 어려운 사람들을 지원해주어야 한다면 당연히 국가 재정으로 해야 한다. 특정한 대상인 석유‧가스 기업에 징벌적 조세를 물림으로써 재원을 만드는 것은 자유시장경제체제를 위협하는 것이다. 앞에서 지적했듯 적정한 이익을 알아낼 방법은 없다. 그러나 기업의 회계에 따른 법인세를 징수한다면 그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지 않은가. 물론 법인세도 이중과세라는 문제점을 안고 있지만, 백 보 양보하여 법인세를 정당한 것이라고 한다면 마땅히 법인세로 풀어야 할 문제이지 횡재했다고 단정하여 별도의 세금을 물리는 것은 삼중과세다.

문제는 ‘독점적 지위’다. 민주당 의원들이 횡재세를 주장하는 배경에 이 ‘독점적 지위’라는 주장이 있다. 하지만 석유‧가스 기업들이 독점적 지위를 이용하여 과도하게 이익을 취하고 있다면 그건 공정거래법과 시장 진입의 자유로 해결할 사안이지 징벌적 과세로 해결하려는 것은 가장 단순 무식한 방법이자 반시장적이다. 도대체 민주당은 시장경제를 하자는 건지 말자는 건지 분명치 않다. 어쩌면 민주당 의원들 머릿속에는 ‘시장은 악’이라는 등식이 새겨져 있는 게 아닌가 싶다. 일부 유럽 국가 중 횡재세를 시행하는 나라가 있다고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횡재세가 정당화될 수는 없다.

하나 덧붙이고자 하는 것은 입법 의도가 불순하다는 점이다. 이재명 대표의 백화점식 비리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에 세간이 이목이 쏠리고 있는 상황에서 물타기 식으로 소상공인 보호법 개정안 발의를 한 게 아니냐 하는 얘기다. 윤석열 정부가 야당 탄압 차원에서 이 대표를 수사하고 있으며, 민주당은 그 와중에서도 민생을 챙기는 모습을 연출하고자 함이 빤히 들여다보이기에 하는 말이다. 참 염치없고 비겁하기 짝이 없다.

 

*이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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