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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남현의 종횡무진]기사회생 기회 잡은 민주당, 이재명만 분리하면 부활도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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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남현의 종횡무진]기사회생 기회 잡은 민주당, 이재명만 분리하면 부활도 가능
  • 매일산업뉴스
  • 승인 2023.03.0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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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조남현 시사평론가

개인 범죄를 당에 떠넘긴 비정상의 정상화, 국민 여론 따라야
레밍이나 인민사원 집단 자살로 가는, 파국 막는 지혜 발휘하길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7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본인의 체포동의안 부결 결과를 듣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7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본인의 체포동의안 부결 결과를 듣고 있다. 이 대표 체포동의안은 이날 본회의에서 297명이 표결에 참여한 가운데 찬성 139표, 반대 138표, 기권 9표, 무효 11표로 부결됐다. ⓒ연합뉴스

스칸디나비아 반도에 서식하고 있는 설치류의 일종인 레밍은 집단 자살로 잘 알려진 동물이다. 그런데 사실은 집단 자살이 아니라, 우두머리를 따라가다가 우두머리가 절벽을 만나 떨어지면 무작정 앞만 보며 따라가던 무리가 절벽인 줄도 모른 채 바다나 호수에 떨어져 죽는 것이다. 

이렇듯 아무 생각 없이 집단을 맹목적으로 따라가는 행태를 레밍의 습성에 빗대 ‘레밍 신드롬’이라 한다. 그간 민주당의 행태를 보면 집단으로 절벽에서 투신하는 레밍 무리를 떠오르게 했다. 그래서 민주당 의원들은 정녕 레밍의 습성을 따라 하려는 것인가, 앞이 천 길 낭떠러지인 줄 모른 채 떼죽음을 당하려는가 하는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었다.

민주당의 행태는 또 다른 세기적 사건을 떠올리게 한다. 1978년 남아메리카 가이아나 밀림에 위치한 사교 집단인 인민사원에서 914명에 이르는 신도들이 집단 자살한 사건이 그것이다. 교주인 짐 존스(Jim Jones)는 본시 미국 인디애나주에서 인민사원을 만들었는데, 인권 침해나 조세 포탈 등 의혹이 일자 근거지를 가이아나 밀림으로 옮겨 신앙촌을 건설한 뒤 제2의 예수로 군림하며 신도들을 맹신도로 만들었다.

조남현 시사평론가
조남현 시사평론가

인민사원은 인권유린 여부를 조사하러 온 미국 하원 조사단원 3명을 살해했고, 이에 미국 정부의 본격적인 조사와 책임 추궁을 앞둔 상황에서 교주인 존스는 자신이 암에 걸려 죽어가고 있다고 믿던 차라 스스로 삶을 마감하기로 결심했는데, 혼자 세상을 뜨는 것이 아니라 신도들을 끌고 들어갔다. 자신들의 죽음이 세상을 개조하는 것이라고 신도들을 세뇌한 후 죽음의 골짜기로 들어갔던 것이다.

레밍의 집단 자살과 인민사원의 집단 자살은 공통점과 다른 점이 있다. 두 사건 모두 맹목적이라는 점에서 유사하다. 하지만 레밍 집단 자살은 무리의 개체들이 어떤 일이 벌어질지 예측하거나 사고할 수 없어 벌어진 데 반해 인민사원 사건은 사고할 수 있는 인간 집단에서 벌어진 비극이라는 측면에서 전혀 다르다. 그런 점에서 그간 민주당이 보여온 행태는 인민사원 사건과 더 유사한 특징을 보인다고 할 수 있다. 민주당 의원 중 일부가 다른 생각을 갖고 있기는 하지만, 이 역시 인민사원 사건때 일부가 탈출을 시도했지만 나머지 대다수는 그러지 않았다는 점에서 유사하다.

그런데 난감했던 것은, 민주당 의원들이 맹목적인 행태를 보이는 것이 세뇌되어서라고 말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다들 다음 선거를 의식하여 어떤 선택을 하는 것이 자신에게 유리한지 따져볼 터인데 왜 집단 자살로 가는 길을 선택하려 할까 하는 점은 설명이 어려웠다.

그런데 반전이 일어났다. 이미 알고 있듯이 성남시장 당시 위례‧대장동 개발 비리와 성남FC 후원금 의혹 등으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이재명 민주당 대표에 대한 국회 표결에서 일부 민주당 의원들이 반란을 일으킨 것이다. 이는 사실상 이재명을 탄핵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여기에 대한 해석이 분분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민주당이 레밍 무리나 인민사원의 꼴로 전락하고 말 것이라는 우려는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민주당 의원 중에 사고할 수 있는 사람이 상당수 존재한다는 사실이 확인되었다. 그래서 비로소 민주당이 기사회생할 수 있는 길이 보이기 시작했다. 단, 이제 시작일 뿐이라는 점이 중요하다.

사실 민주당 내에서도 소위 사법 리스크를 안고 있는 이 대표 개인 문제를 민주당이 떠안고 가는 게 큰 부담이라는 점을 지적한 의원이 있었지만 극소수에 불과했다. 그래서 민주당 지도부가 체포동의안이 압도적으로 부결될 것이라고 장담했던 것이다. 그런데 압도적 부결은커녕 아슬아슬하게 가결을 면했다. 이는 이 대표 비리 혐의와 민주당을 분리해 대응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으면서도 이른바 ‘개딸’ 등 광적 지지자들의 눈치를 보며 공개적으로는 발언하지 못해온 의원이 많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이래서는 민주당의 회생과 정상적인 정당의 모습을 갖추는 것은 가능하지 않다.

앞으로 민주당 열성 지지자들이나 이들을 등에 업은 이른바 친명계 중심으로 ‘부역자’ 색출 작업이 전개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여기서 이 대표를 당에서 분리시켜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의원들이 얼마나 소신과 신념을 드러낼 수 있는가가 민주당 회생을 좌우할 것이다. 단순히 이 대표를 당에서 떼어내는 것을 넘어 민주당이 온전한 정당으로 거듭나는 길을 제시하며 뜻을 결집해 낼 의원, 또는 집단이 나타날 수 있는가 여부가 민주당 변화의 분기점이 될 것이다.

 

*이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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