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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남현의 종횡무진]'아무말 대잔치' 언어로 본 이재명의 인간성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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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남현의 종횡무진]'아무말 대잔치' 언어로 본 이재명의 인간성은
  • 매일산업뉴스
  • 승인 2023.03.1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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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조남현 시사평론가

맥락 안통하고 프레임 씌우기 급급 믿거나 말거나 떠벌이며 대중 현혹
지성 갖춘 사람이라면 자신을 대상화해 객관적으로 관찰할 수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0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경기도의회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0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경기도의회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날 이 대표가 경기도지사 시절 초대 비서실장을 지낸 전 모씨가 자택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연합뉴스

이럴 수는 없다. 벌써 다섯 명째 스스로 목숨을 끊었는데 검찰의 압박 수사가 원인이라고 목소리를 높이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정녕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 하는가. 상식으로 생각하는 인간상과는 달라도 너무나 다른 이 대표를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심리학의 대가라 해도 쉽지 않을 것이다. 이 대표는 경기도지사 시절 첫 비서실장을 지낸 전형수 씨가 극단적 선택을 한 데 대해 “검찰의 미친 칼질을 도저히 용서할 수 없다”며 검찰 수사를 ‘광기’라고 했다. 또 “이게 검찰의 과도한 압박 수사 때문에 생긴 일이지, 이재명 때문인가. 수사당하는 게 제 잘못이냐”고도 했다. 어떻게 이런 말이 가능한지 놀랍다. 그럼 검찰이 없는 사실을 조작해 수사하고 있다는 말인가. 만일 그렇다면 이 대표와 민주당은 ‘검사독재정권’ 타도를 위해 분연히 일어서야 하고 국민이 이에 호응할 것이다. 물론 민주당의 단일대오에 한 치의 빈틈도 생기지 않을 것이다.

이 대표의 언행은 그가 정상적인 인간이라고 보기 어렵게 한다. 이런 인간상은 한 번도 경험해본 적이 없다. 그러나 그간 이 대표가 쏟아낸 발언을 바탕으로 그가 어떤 사람인지 추적해 들어갈 수는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언어는 인간의 존재 양식이기 때문이다. 언어를 분석하면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이며, 어떤 방식으로 살아가는지 알 수 있다. 주지하듯 이 대표의 언어는 ‘아무 말 대 잔치’, 바로 그것이다. 믿거나 말거나 떠벌이며 대중을 현혹하는 방식이 그의 화법이다. 또, 초점을 벗어나는 말로 본질을 흐려버리는 게 그의 화법이다. 그의 말을 들으면 도대체 이 사람이 무슨 말을 하는지 알 수 없지만, 그의 언어 방식 자체가 이 대표의 본성을 적나라하게 보여 준다.

조남현 시사평론가
조남현 시사평론가

언어는 대상에 1대 1로 대응한다. 그리고 논리적인 맥락으로 연결된다. 그래서 비트겐슈타인이 말한 바와 같이 세계는 곧 언어의 총합이다. 따라서 정상적인 말은 맥락에서 벗어나지 않는 법이다. 예컨대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고 했을 때 ‘나’는 생각하는 주체로서의 나라는 사람에 대응하고, ‘생각한다’는 것은 나의 두뇌, 또는 이성의 작용에 대응한다. 그런데 이 대표의 화법은 ‘나는 생각한다. 그런데 누군가가 있다’는 식이다. 맥락이 통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그런데 그러한 화법은 교묘하게 초점을 흐림으로써 자신을 가리키는 숱한 의혹을 비껴가기 위한 것이기도 하다. 대장동 일당의 범죄행위는 성남시장의 비호와 묵계 아니면 일어날 수 없는 것임에도, 윤석열 대통령이 검사 시절 부산 저축은행 사건을 제대로 수사하지 않아 대장동 일당이 종잣돈을 마련할 수 있었으니 ‘윤석열 게이트’라고 주장한다. 이 역시 맥락이 통하지 않는 것으로 일종의 프레임 씌우기라 할 수 있다.

대장동 사건과 부산저축은행 사건은 같은 맥락으로 이어져 있는 게 아니다. 그들이 종잣돈이 있어 범죄행위를 할 수 있었다고 한다면 그 정도의 돈이 있는 모든 사람이나 기관이 범죄행위를 한다는 말인데, 그건 곧 종잣돈이 문제가 아니라 범죄행위 자체가 문제임을 의미한다. 칼이 있었기 때문에 찔렀다는 말이 성립하려면 칼이 있는 모든 사람은 찌른다는 말이 성립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재명과 민주당은 이런 주장을 끈질기게 펴오고 있고, 그 지지자들은 그런 궤변을 ‘진실’로 믿는 듯하다.

“윤석열 후보가 김만배를 몰랐다고 한 것은 조사를 하지 않고, 이재명이 김문기를 몰랐다고 한 것만 조사하니 형평성에 맞지 않다”는 주장도 마찬가지다. 얼핏 들으면 형평성에 맞지 않다고 생각들 수도 있다. 이 대표의 주장은 마치 두 ‘사건’이 어떤 연관성이 있는 듯 보이게 한다. 하지만 두 사건은 전혀 별개의 것이다. 더구나 윤 대통령의 ‘모른다’와 이 대표의 ‘모른다’는 근본적으로 성격을 달리한다. 이 대표가 고(故) 김문기 처장을 모르는 사람이라고 했을 때 그건 대장동 사건을 은폐하기 위한 것인데 반해 윤석열 대통령이 후보 시절 모른다고 한 말은 대장동 사건과 아무 관련성이 없는 것을 의미한다. 설혹 윤 대통령이 김만배와 모종의 관련성이 있다 하더라도 대장동 사건과 같은 맥락에서 파악할 수 있는 그 어떤 증거도 없다. 그런데 한 묶음으로 나열함으로써 헷갈리게 하는 것이다.

어느 정도의 지성을 갖춘 사람이라면 자신을 대상화해서 객관적으로 관찰할 수 있다. 멀찍이 떨어져 자신을 바라볼 수 있다는 말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자신의 행위가 옳은지 그른지 판단할 수 있다. 이 대표는 현란한 수사(修辭)로 치장하는 소피스트적 기질은 충만할지언정 그에게서 지성은 찾아볼 수 없다. 그건 이 대표를 변론하려는 민주당 의원들이나 이른바 평론가라는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그들이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 하기 때문이지 지력(知力)이 부족해서가 아니다. 낱알을 억지로 꿰려 하니 될 턱이 없는 것이다.

고(故) 전 씨는 유서에서 이 대표를 향해 “이제 정치 내려놓으십시오. 대표님과 함께 일한 사람들의 희생이 더 이상 없어야지요”라며 “현재 진행되는 검찰 수사 관련, 본인의 책임을 다 알고 있지 않습니까”라는 취지와 함께 “저는 공무원으로서 주어진 일을 했는데 검찰 수사는 억울합니다. 행정기획국장이어서 권한도 없는데 피의자로 입건됐습니다”라고 했다고 한다. 이 이상 정확한 진실이 있을까. 또 언어 구조상 적확하게 맥락이 통한다. 이 대표와 민주당의 맥락이 닿지 않는 말은 아무리 많이 쏟아내도 어불성설(語不成說)일 뿐이다. 말이라고 다 말이 아니라는 말이다.

 

*이 칼럼은 본집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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