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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남현의 종횡무진]'문제는 기득권 타파' 근로기준법부터 손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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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남현의 종횡무진]'문제는 기득권 타파' 근로기준법부터 손봐야
  • 매일산업뉴스
  • 승인 2022.12.2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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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조남현 시사평론가

노동개혁 근본적인 과제는 ‘정규직 근로자 과보호' 걷어내기
예비근로자 보호 위한 최소한의 조항 남기고 대폭 간소화해야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1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제12차 비상경제민생회의 겸 제1차 국민경제자문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1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제12차 비상경제민생회의 겸 제1차 국민경제자문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노동개혁의 칼을 빼 들었다. 노동개혁에 대한 의지도 매우 강력해 보인다. 나아가 문제에 대한 분명한 인식과 이해를 보여주고 있다는 점도 노동개혁의 성공 가능성을 비교적 낙관하게 만든다. 게다가 국정 수행 지지율이 안정적으로 상승하고 있는 시점과 맞물리면서 기대를 주고 있기도 하다.

노동, 교육, 연금 등 3대 개혁에서 어느 것 하나 중요치 않은 게 없지만, 특히 노동개혁은 나라의 앞날과 미래세대를 위해서 뿐 아니라 눈앞의 현실을 타개해 나가는 데도 절실한 과제다. 하지만 매우 어려운 일이다. 역대 어느 정부도 감히 시도해보지도 못했을 뿐 아니라, 문재인 정부는 오히려 역주행함으로써 사태를 악화시켰다.

윤 대통령이 “금융감독원의 전자공시시스템인 다트(DART)처럼 노동조합의 회계공시시스템을 구축하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한 점, 고용노동부(노동부)가 노조에 지원된 국고보조금이 제대로 쓰이는지 살펴보고, 감사의 독립성과 전문성을 강화하겠다는 내용의 거대 귀족 노조의 회계 투명화 대책을 발표한 점 등에 우선 국민의 시선을 쏠리고 있다.

조남현 시사평론가
조남현 시사평론가

사실 국고보조금의 투명한 회계처리는 물론이고, 조합원들이 낸 조합비가 어디에 어떻게 쓰이는지도 낱낱이 공개되어야 마땅하다. 수많은 정치적 집회나 시위에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이 돈줄 역할을 해왔다는 사실은 더 이상 비밀도 아닌 상황에서 노조 조합비의 투명한 회계는 조합원들에게 있어서나 국민에게 반드시 있는 그대로 드러내게 하는 게 백번 지당한 일이다.

그러나 노동개혁의 가장 중요하고도 근본적인 과제는 ‘정규직 근로자에 대한 과보호’의 막을 걷어내는 것이다. 구시대의 산물인 데다가 법철학의 빈곤으로 인하여 왜곡되어 온 근로기준법이 문제라는 얘기다. 물론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 조정법(노조법)’으로 인한 문제도 있지만 윤 대통령이 이에 대해서는 분명한 인식과 이해를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문제의 현상들이 분명하게 드러나기 때문이다. 반면 근로기준법으로 인한 문제는 눈에 잘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윤 대통령의 근로기준법에 대한 문제의식은 상대적으로 낮은 게 아닌가 싶다.

근로기준법은 1953년 만들어진 법이다. 우리나라가 아직 산업화도 되기 전 남의 나라의 것을 그대로 베낀 것이다. 설혹 당시 우리나라가 상당 수준의 산업화에 이르고 있었다 해도 지금의 시점에서 보면 구시대의 산물임에는 변함이 없다. 지금은 4차 산업혁명 시기 아닌가. 당연히 법과 현실이 따로 놀 수밖에 없다. 이른바 미스매치다.

시대의 변화에 따르지 않더라도 근로기준법에서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되어왔던 문제는 기업이 경영난에 처하거나 사업의 전환으로 근로자를 해고하려 해도 현실적으로 해고를 할 수 없게 되어 있다는 점이다. 물론 정규직에 한해서다. 근로기준법 제24조는 사용자가 경영상 이유에 의하여 근로자를 해고하려면 경영상 긴급한 필요가 있어야 한다면서도 해고를 피하기 위한 노력을 다하여야 한다고 못박아 놓고 있다. 또, 해고를 피하기 위한 방법과 해고의 기준 등에 관하여 노조와 성실하게 협의해야 한다고 해 놓았다. 사실상 해고가 불가능한 것이다.

거기에 더하여 해고 근로자가 부당해고라며 노동위원회에 구제 신청을 할 경우 대개의 경우 ‘해고를 피하기 위한 노력을 다 했는지, 노조와 성실하게 협의했는지’라는 모호한 규정에 대해 주관적인 판단으로 구제명령을 내리게 된다.

해고가 불가능해지면 기업의 입장에서는 근로자를 늘릴 필요가 있어도 정규직 채용을 기피하게 마련이다. 그래서 비정규직이 늘어나는 것이다. 언제든 필요에 의해 해고가 가능하면 고용도 적극적으로 하려 하겠지만, 일단 정규직으로 고용하고 나면 해고가 어려워지거나 불가능해지면 고용을 꺼릴 수밖에 없다. 이러한 사실은 논리적으로도 타당하지만 미국과 유럽의 사례를 통해 이미 입증되고 확인된 것이기도 하다. 해고가 자유로운 미국이 고용률도 높다는 얘기다.

근로기준법은 또, 제50조에서 1주간의 근로시간이 40시간을 초과할 수 없도록 하고, 1일 근로시간은 8시간을 초과할 수 없도록 한 뒤, 51조에서 노사간 합의에 의해 초과근무를 하더라도 특정한 주에 52시간을 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이른바 주 52시간제 강제조항이다.

이 조항이야말로 4차 산업혁명 시기에 걸맞지 않은 낡은 구시대적 발상의 산물이다. 문재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의 인식이 아직도 영국 산업혁명 시기에 머물러 있음을 반영한 조항이기도 하다. 산업혁명기 근로자들은 그야말로 최악의 조건 아래 놓여 있었다. 마르크스가 계급구조로 사회를 파악하고, 계급혁명을 부르짖은 것도 그래서였다. 하지만 오늘날 그 시대의 현실을 잣대로 국가가 노동시장에 강제 개입하는 것을 합리적이라고 볼 수 있는가. 단순 제조업만 있었던 당시와 다양한 업종과 직종이 넘쳐나는 오늘의 노동시장은 비교 대상이 아니다. 획일적인 잣대로 재단하며 강제하는 것이 넌센스라는 얘기다.

이 밖에도 근로기준법의 잡다한 사항들 대부분 사규나 노사 간 협상에 맡겨도 될 것들이다. 굳이 법으로 정할 이유가 없다. 이를테면, 기숙사에 근로자를 기숙시키는 사용자는 기상, 취침, 외출과 외박에 관한 사항, 식사에 관한 사항 등을 담은 기숙사규칙을 작성해야 한다는 조항(제99조)은 쓴웃음을 짓게 한다. 대부분 이런 식이다. 이런 것을 법이라 할 수 있는지 한숨이 절로 나온다. 대개의 법률이 다 그렇기는 하지만.

어떤 면에서 보면 지금의 시대에 근로기준법이 왜 필요한지도 의문이다. 그냥 계약의 자유에 따라 근로자와 사용자가 자율적으로 알아서 하면 그만 아닌가. 근로기준법 자체가 사용자가 월등하게 우월한 입장에서 근로자를 착취하지 못하도록 하려고 만들어진 것 아닌가. 요즘 시대에 착취가 가능할까. 근로자가 착취당한다고 느끼는 순간 기업은 인재를 경쟁 기업에 빼앗기고 말 것이다.

따라서 국가가 사용자를 강제하는 근로기준법은 더 이상 별 의미를 갖지 못하는 시대라는 점에서 근로기준법을 없애거나, 그게 아니라면 대기업‧정규직에 포함되지 않은 근로자나 아직 노동시장에 진입하지 않은 예비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항만 남기고 대폭 간소화해야 한다. 거듭 강조하지만, 해고 없으면 고용도 없다.

 

*이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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