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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로 톺아보는 세상만사] 156명...핼러윈 축제 즐기려다 참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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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로 톺아보는 세상만사] 156명...핼러윈 축제 즐기려다 참변
  • 김혜림 기자
  • 승인 2022.11.03 0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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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좁은 골목서 압사...안전대책 없어 일어난 '인재(人災)'
경찰, 3시간여 전 사고 예견 시민의 인원 통제 조치 요구 묵살
윤석열 대통령은 이태원 참사 다음날인 지난달 31일  서울시청광장에 설치된 이태원 사고 합동분향소를 찾아 조문했다. ⓒ 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은 이태원 참사 다음날인 지난달 31일 서울시청광장에 설치된 이태원 사고 합동분향소를 찾아 조문했다. ⓒ 대통령실

[매일산업뉴스] 156명. 2일 기준 서울 용산구 이태원 참사로 목숨을 잃은 사람의 숫자입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사망자 중에는 외국인 26명(14개국)도 포함돼 있다고 밝혔습니다.

사망자의 연령대를 보면 꽃다운 20대가 104명으로 가장 많습니다. 이어 30대가 31명, 10대도 12명이나 됐습니다. 부상자도 157명이나 됩니다

핼러윈 축제를 즐기기 위해 가벼운 발걸음으로 이태원을 찾았을 청년들, 그들의 죽음 앞에서 우리 모두 넋이 나가 있습니다.

그동안 100명 이상의 사망자를 낸 안전사고가 적지 않았습니다.

1995년 6월 29일 서울 삼풍백화점 붕괴사고는 한국전쟁 이후 가장 많은 사상자를 낸 사고입니다. 501명이 사망했고, 6명이 실종됐습니다. 부상자도 937명이나 됐습니다. 지상 5층, 지하 4층의 건물은 마치 영화에서 세트가 무너지듯 20여초 만에 완전히 붕괴되었습니다. 수개월 전부터 균열 등 붕괴 조짐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영업을 계속하다가 사고가 났습니다.

2014년 4월 16일 인천에서 제주로 향하던 여객선 세월호가 진도 인근에서 침몰했습니다. 단원고 학생 250명을 포함해 승객 304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선박이 낡고 구조 변경의 문제도 있었으나  선장을 비롯한 선원들의 무책임함이  인명피해를 키웠습니다. 승객들에게는 ‘배에 머무르라’고 안심시킨 뒤 본인들만 빠져나가는,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1993년 10월 10일 전북 부안군 위도 앞바다에서 여객선 서해 훼리호가 침몰해 292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2003년 2월 18일 대구 도시철도 1호선 중앙로역 화재로 192명이 사망하고, 148명이 크게 다쳤습니다. 방화로 일어난 화재 참사로 우리나라에서 인명피해가 가장 큰 철도사고였습니다.

매일산업뉴스 김혜림 국장급 대기자
매일산업뉴스 김혜림 국장급 대기자

대구에선 1995년 4월 28일에도 지하철 사고가 있었습니다. 달서구 롯데백화점 상인점(당시 대구백화점 상인점 예정 부지) 신축 공사장에서 도시가스가 누출되면서 지하철 1호선 2공구 건설공사장이 폭발했습니다. 50m의 불기둥이 치솟았던 이 사고는 등굣길 학생 42명을 포함해 101명의 목숨을 앗아갔고, 202명이 다쳤습니다.

사망자수는 적었지만 우리 기억에 또렷이 각인된 사고들도 있습니다.

1994년 10월 21일 일어난 서울 성수대교 붕괴는 부실공사로 인한 전형적인 후진국형 사고였습니다. 등굣길 학생 10명을 포함 32명이 사망하고, 17명이 부상했습니다.

1999년 6월 30일 경기도 화성군 씨랜드 청소년수련원 화재 참사에선 유치원생 19명과 인솔교사 및 강사 4명 등 23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이태원 참사는 당국자들은 부인하지만 전형적인 인재(人災)입니다. 사고 3일 전인 지난달 26일 용산구청과 경찰, 상인들은 사전 간담회를 가졌다고 합니다. 이날 회의에서 이번 행사에 10만 명 이상이 몰릴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안전 대응책은 전혀 논의하지 않았습니다. 현행 재난안전법에는 1000명 이상 행사를 진행할 때는 반드시 안전관리 계획을 세우도록 돼 있습니다.

뿐만이 아닙니다. 경찰이 밝힌 바에 따르면 지난 29일 오후 6시 34분 “사람들이 엉켜져 잘못하다 압사당할 것 같다”면서 진입로에서 인원통제 조치를 부탁하는 시민의 전화가 있었습니다. 이후 사고가 나기 전까지 무려 10건의 신고 접수가 있었지만 경찰은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사고가 난 다음날 박희영 용산구청장은 “이건 축제가 아니다. 축제면 행사의 내용이나 주최 측이 있는데 내용도 없고 그냥 할로윈 데이에 모이는 일종의 어떤 하나의 현상”이라면서 “구청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은 다 했다”고 발뺌을 했습니다. 이날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도 “우려할 정도로 많은 인파가 모였던 건 아니다”며 “경찰·소방 인력을 미리 배치했어도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습니다. 두 사람은 이틀 뒤 여론에 떼밀려 사과를 하긴 했습니다. 정부 당국자들이 이런 어처구니없는 마음가짐이니 안전불감증으로 인한 대형사고가 심심찮게 일어나는 것이겠지요.

세월호 참사와 코로나19(COVID-19)를 겪으면서 개정을 했던 ‘재난기본법’을 이번에도 고친다고 합니다. ‘군중 관리(크라우드 매니지먼트)’ 체제 보완을 한답니다. ‘사후약방문’이라도 제대로 해서 이 땅에서 안전사고로 목숨을 잃는 국민이 없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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