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2024-04-30 23:25 (화)
[이종근의 좌충우돌]광우병의 망령이 이태원을 배회하고 있다
상태바
[이종근의 좌충우돌]광우병의 망령이 이태원을 배회하고 있다
  • 매일산업뉴스
  • 승인 2022.10.31 06: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글ㆍ이종근 시사평론가

“광우병으로 잘 흔들어놓지 않았나”는 좌파진영
참사 이용한 정쟁, 유언비어와 혐오 확산 경계
지난 29일 발생한 서울 용산구 이태원 핼러윈 인명사고 현장에서 부상자가 병원으로 후송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9일 발생한 서울 용산구 이태원 핼러윈 인명사고 현장에서 부상자가 병원으로 후송되고 있다. ⓒ연합뉴스

"이태원 사고, 21세기 최악 군중 참사 중 하나"

워싱턴포스트 지와 로이터 통신이 이태원 압사 사고를 보도하며 올린 내용이다. 이태원 압사 사고보다 더 많은 사상자를 낸 사건은 2005년의 이라크 바그다드 티그리스 강의 한 다리 위에서 자살 폭탄테러가 벌어진다는 소문으로 인해 960명 이상이 숨진 비극을 포함, 8건 밖에 없다.

이태원 압사 사고 원인에 대해 수많은 소문이 이어지고 있다. 처음에는 마약 거래 때문이라는 소문에 이어 인근 골목에서의 외국인 패싸움이 있었다거나 유명 연예인을 보기 위해 인파가 한쪽으로 몰렸다는 소문이 돌고 있지만, 경찰은 30일 오전 4시 현장브리핑에서 “이번 이태원 압사 사고와 관련해 마약 관련 신고는 확인된 바 없다”며 일축했다.

또 하나의 루머는 ‘밀어 밀어’다. 트위터에서 확산 중인 사고 현장에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어떤 인터넷 방송인이 올린 영상에는 다수의 불특정 사람들이 "뒤로! 뒤로!"라고 구호를 만들어 일제히 외치는 아우성이 있는 와중에 더욱 적은 일부 사람들이 "밀어! 밀어!"라며 맞받아치는 듯하게 녹음된 탓에 사고의 직접적 원인이 일부 사람들이 뒤에서 밀어서 발생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퍼졌다.

이종근 시사평론가
이종근 시사평론가

이 세상 모든 루머, 헛소문, 가짜뉴스는 이를 믿는 이가 사라지지 않는 한 그 어떤 질병보다 전파성도 강하고 소멸률도 낮다. 이를 수용하고 확산시키는 집단은 사실 여부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광우병 사태가 그랬다. 민주당 진영의 정치인이나 심지어 학자들까지 공석이나 사석을 가리지 않고 “우린 실패한 게 아니다, 광우병으로 이명박 정부를 잘 흔들어놓지 않았나”라고 역설한다. 네거티브 전략의 핵심은 상대를 흔들어 놓아 국정 운영을 못하게 하거나 더 나아가 상대를 권좌에서 끌어내리기 위함이다.

세월호 진상규명도 예외는 아니다. 세월호 희생 학생들에게 “고맙다”고 사례를 표한 사람이 대통령이 돼서 5년이 지났는데 세월호 유족들은 아직도 진상규명을 외치고 있다. 세월호 참사와 가습기 살균제 사망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겠다며 문재인 정부 시절 출범한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사참위)가 4년간 세금 547억7100만원을 쓰고도 사실상 아무 결과 없이 해산했다. 사참위는 기본 경비로 204억7300만원, 인건비로 184억3400만원을 썼다. 전체 예산의 71%가 조직 유지에 들어간 것이다. 진상 규명을 명분으로 혈세를 받아 자기편 밥그릇을 챙긴 것이다.

민주당의 한 정치인이 "이태원 참사의 원인은 청와대 이전 때문에 일어난 인재"라면서 "국민을 지켜주지 못한 윤석열 대통령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 모든 책임을 지고 물러나라"고 주장하며 이태원 압사 사고의 원인을 ‘청와대 이전 탓'으로 돌려 비난을 받자 SNS에서 해당 글을 삭제했다. 그 글의 내용이 사실이 아님을 그제서야 인지해서 삭제했을까? 하도 비난이 쏟아지니까 견딜 수 없어 삭제했을까? 모두 아니다. 루머는 감나무의 감처럼 무르익어서 새빨개져야 그 맛을 낼 수 있다. 설익은 감은 떫을 뿐이다. 루머가 익어서 온 사람들이 군침을 흘릴 때 그 순간을 노려 윤 대통령을 겨냥했어야 했는데 타이밍이 안 맞아 잠시 내린 것뿐이다.

이미 SNS 상에는 온갖 루머들이 인큐베이터 안에서 익어가면서 세상에 나오길 기다리고 있다. 윤 대통령이 분 단위로 상황을 점검하고 지시를 내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윤 대통령의 3시간 부재설‘이 번지고 심지어 불리한 지지율을 의식해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리게 하려고 일부러 경찰 병력을 배치하지 않았다는 ’지지율 연루설‘에다 위에 언급한 정치인처럼 ’이유는 묻지마, 이 모든게 청와대 이전 때문이야‘라는 ’묻지마 청와대설‘ 등이 알맞게 익어가는 그날을 기다리고 있다.

사람들이 루머에 귀를 기울이고 루머를 전파하는데 가담하는 이유는 루머 수용과 전파를 통해 특정 정파나 집단에 동조해서 소속감을 느끼기 위해서이고 또한 공공영역이 신뢰할만한 정보를 공개하지 않아 그 원인을 쉽게 파악할 수 없거나 앞으로 벌어질 일에 대한 전망이 예측 가능하지 않을 때 타인과 루머를 공유하며 불확실한 상황에서 벗어나고자 하려는 욕구 때문이다. 결국 루머와 가짜뉴스에 대응하려면 유족들이 신뢰할만한 고위 인사가 직접 유족들과 소통해서 정보를 끊임없이 공유하고 아울러 정보를 '통제'하고 '관리'해서 국민들의 불안감을 해소시켜야 한다.

학계에서는 위기관리를 “정부의 이미지에 오점을 남기지 않게 하려고 상황 전개와 이익에 영향을 주는 모든 대상들에 대해 총체적으로 행해지는 커뮤니케이션”이라고 정의한다. 위기관리 능력이 정권의 운명을 좌우한다. 그중에서도 가짜뉴스로 또다시 정권을 넘보는 세력에게 그런 선전 선동이 안 먹힌다는 것을 확실하게 인지시켜 줘야한다. 그것이야말로 윤석열 대통령이 뽑힌 이유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