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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근의 좌충우돌]김일성과 히틀러의 공통점, 윤 대통령과 이재명의 다른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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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근의 좌충우돌]김일성과 히틀러의 공통점, 윤 대통령과 이재명의 다른 점
  • 매일산업뉴스
  • 승인 2022.11.1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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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이종근 시사평론가

하수는 싸운 다음에 이기려 하고 고수는 이긴 다음에 싸운다
전쟁은 하기 전에 만 가지 고민하고 한후에는 좌고우면 안돼
이종근 시사평론
이종근 시사평론가

김일성과 히틀러의 공통점은 이길 수 있는 전투를 주저했기 때문에 끝내 전쟁에서 이기지 못했다는 것이다.

1950년 6월 25일 남침을 결행한 인민군은 파죽지세로 3.8선을 넘어 6월 28일 오전 남침 사흘 만에 서울을 점령했다. 그리고 강을 건너 국군을 뒤쫓기 시작한 것은 그로부터 사흘 뒤인 7월 1일이다. 당시 한강 이북의 인민군은 보병 5개 사단과 함께 350여 대의 전차를 보유하고 있었다. 반면 한강 이남에는 한강 다리가 폭파된 후 중장비는 모두 버리고 몸만 도망쳐 나온 국군이 주둔해있었다. 만일 인민군이 한강을 바로 건너 병사의 하루 진격 거리인 25km로 진격했다면 7월 1일에는 대전을 점령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인민군은 서울을 함락한 후 3일간 진군을 하지 않았다. 김일성도 전쟁이 끝난 후에 인정하듯 서울에서의 3일 지체는 한국전쟁의 결정적 실패 요인이 됐다.

2차 대전 초기인 1940년 5월 말에서 6월 초 사이 9일간 프랑스 북부 덩케르크 지역에 고립된 영국과 프랑스, 폴란드 등 연합군이 독일군의 압박 속에서 기적적으로 영국으로 탈출하는 데 성공한다. 영국 총리 처칠은 40만명 중 3만명만 살아 돌아와도 다시 전열을 가다듬을 수 있다고 기도했다지만 그 열배인 33만명이 영국으로 탈출해 후일 노르망디 상륙작전 등을 통해 유럽대륙을 탈환하는데 밑거름이 됐다. 파죽지세로 연합군을 쫓던 독일군 기갑부대는 1940년 5월 24일 덩케르크로부터 13km 떨어진 지점에서 히틀러의 명령을 하달받고 갑자기 멈춰 섰다. 그의 정지 명령이 철회된 것은 그로부터 4일 후. 그 나흘 동안 만약 그대로 진격했다면 유럽은 지금의 EU 대신 ‘위대한 독일연방제국’이 자리했을 수도 있다.

김일성이 사흘을, 히틀러가 나흘을 허비한 것에 대해 아직도 역사학자 간에 여러 가지 해석이 뒤따르고 있다. 한국전의 경우는 서울만 함락시키면 남한 내 빨치산의 봉기로 나머지 지역은 무너지게 돼 있다고 착각한 ‘서울제한 점령론’과 서울에서 합류하기로 한 인민군 2사단이 국군 6사단의 투혼으로 춘천 전투에서 발이 묶여 차질을 빚었다는 설 등이 유력하다. 덩케르크의 경우는 만슈타인의 ‘낫질 작전’으로 진격 속도가 너무 빨라 기갑부대와 보병의 간격을 맞추기 위해 간격유지 명령을 내렸다는 설과 헤르만 괴링 공군 원수의 “공군력만으로 섬멸할 수 있다”라는 주장을 수용했다는 설, 그리고 종전 후 영국과 평화협정을 맺을 때 유리한 입장에서 협상하려고 일부러 영국군에 철수할 시간을 줬다는 설 등이 있다.

한국전쟁의 경우 우리로서는 천운이 도운 결과지만 전쟁이라는 측면으로만 볼 때 김일성과 히틀러는 무조건 진격했어야 했다. 군사전략가 클라우제비츠는 “사용하지 않은 채 흘려보내는 시간이 축적되면 수비자는 유리할 수밖에 없다“고 갈파했다. 전쟁을 벌이기 전에는 그야말로 만 가지 경우의 수를 다 고려하며 계획을 짜고 온갖 대비를 해야 하지만 전쟁을 벌이고 나서 좌고우면하면 실기하게 된다. 전쟁은 이기고 지는 것이 명확해야 종결된다. 상대방에게 결정적 한방을 주기 위해 나한테 오는 수많은 비결정적 피해를 감수해야 한다. 명분과 실리를 동시에 가져와야만 주도적으로 전쟁을 끝낼 수 있다.

동남아 순방에 나선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지난 11일 오후 한·아세안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캄보디아 프놈펜 국제공항에 도착, 공군 1호기에서 내리고 있다. ⓒ연합뉴스
동남아 순방에 나선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지난 11일 오후 한·아세안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캄보디아 프놈펜 국제공항에 도착, 공군 1호기에서 내리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지난 11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역 5번 출구 앞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특검추진 범국민 서명운동 발대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지난 11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역 5번 출구 앞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특검추진 범국민 서명운동 발대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민주당 당대표가 전쟁에 나섰다. 윤 대통령은 후보시절부터 가짜뉴스를 주도해온 MBC를 향해 이번 동남아 순방 취재의 편의제공을 거부했다. 이재명 대표는 169석의 의석수를 가진 원내 다수당임에도 불구하고 장외로 뛰쳐나가 여론전에 의원들을 동원하고 나섰다. 이재명 대표가 주도하는 전쟁은 다분히 영주이자 군주인 자신의 안위를 위해 뜬금없는 국정조사 서명운동이라는, 명분없는 전투라는 점이다. 중세시대에 군주의 권위로 선포되고 수행되는 대부분의 전쟁은 종교의 수호 또는 국가의 공익이라는 허울 아래 왕가끼리의 정략적 이해관계나 왕 본인의 안위 등 사적 목적에 기사들과 군인들이 동원돼야 했다. 지금 운동권 적통 정당인 민주당은 이재명이라는 학생운동 경력이 전무한 비적통에 왕관을 씌워주고 그의 대의에 따라 무기를 들어야 하는 신세로 전락했다.

윤 대통령의 선전 선동 매체들에 대한 선전포고는 고수의 한수라고 보기 어렵다. 아무리 명분이 있어도 돌아오는 실리가 적을 때는 이기는 전쟁이라 할 수 없다. 신문편집인협회까지 등을 돌린 전쟁터를 만들지 말았어야 했다. 하수는 싸운 다음에 이기려 하고 고수는 이긴 다음에 싸운다. 손자병법에도 ”승리하는 군대는 승산을 확인한 뒤 전쟁을 벌이고 지는 군대는 전쟁부터 벌인 뒤 승리의 요행을 찾는다“고 적혀있다. 그러므로 손자는 말한다. “싸우지 않고 이기는게 백전백승보다 낫다.” 그는 이렇게 강조한다. “강한 적을 피하고 약한 적을 치라.” “적의 전략을 깨는 것이 최고의 기량이다.” “적이 다른 세력과 연합하는 것을 막아라.”

전쟁을 개시했으면 이겨야한다. 명분없는 전쟁은 개시하지 말아야한다. 모든 승리한 전쟁은 이기는 형국을 다 만들어놓고 전쟁을 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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