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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근의 좌충우돌]“2심 재판 안심하라”는 김명수에게 웃음짓는 사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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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근의 좌충우돌]“2심 재판 안심하라”는 김명수에게 웃음짓는 사람은?
  • 매일산업뉴스
  • 승인 2022.12.1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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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이종근 시사평론가

고법 부장판사 추천대상에서 원천 배제 예규 ‘꼼수’
우호적이던 판사들도 ‘임기말 인사 폭주’ 내부 반발
김명수 대법원장. ⓒ연합뉴스
김명수 대법원장. ⓒ연합뉴스

‘판사에 대한 존경이 사라지면 그 국가는 멸망한다.’

판사가 뭐라고 존경하지 않는다고 국가가 멸망할까? 원래의 법언(法言)은 ‘치안판사에 대한 존경이 사라지면 그 국가는 멸망한다(Sublata veneratione magistratuum, republica ruit)이다. 법은 느낌표나 물음표가 아니라 마침표다. 재판제도는 본질적으로 분쟁의 인위적 종결을 추구하는 제도다. 그러므로 최종적으로 확정된 법원의 판단은 그 결과에 관계없이 무조건 존중되어야 하는 것이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우리는 분쟁과 갈등의 종결을 위해 총과 칼을 들어야 한다. 옛 사람들이 치안판사에 대한 존경이 사라지면 그 국가는 멸망한다고 가르치고 있는 것도 이런 취지를 강조하기 위해서이다. 그러기에 미국 연방대법관 윌리엄 브렌넌은 “대법관의 판단에 오류가 없기 때문에 그 판단이 최종적인 것이 아니고 그들의 판단이 최종적이기 때문에 오류가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종근 시사평론가
이종근 시사평론가

김명수 대법원장이 임기를 10개월 남겨두고 항소심을 맡고 있는 고등법원 판사들을 좌편향으로 채우려는 것도 모자라 자신에게는 눈엣가시 같은 고등법원 부장판사들을 쫓아내려고 하고 있다. 김 대법원장은 자신이 고안해낸 법원장 후보 추천제를 전국 20여개 지방법원으로 확대 실시하면서 고등법원 부장판사들을 추천대상에서 원천 배제하는 규정을 새로 만들었다. 대법원은 지난 10월 31일 ‘법원장 후보 자격을 ’법조 경력 22년 이상, 법관 재직 10년 이상인 지방법원 부장판사‘로 제한했다. 그것도 법관 의견 수렴도 거치지 않고 법원행정처가 특별한 절차를 거치지 않아도 되는 예규로 만들었다.

법관 재직 20년 이상인 고법 부장판사는 사실관계를 최종 판단하는 2심 재판을 담당하면서 김명수 대법원장 체제 이후 한쪽으로 쏠리는 판결 경향을 치우치지 않도록 바로 세우는 균형추 역할을 맡아왔다. 실제 고법 부장 승진제 폐지 이전에 임명된 95명의 기존 고법부장들은 김 대법원장에 대해 상대적으로 비판적인 입장을 보여왔다. 김 대법원장은 올해 1월 실시한 인사에서 고법 부장판사는 단 한명도 승진시키지 않았다. 그 자리는 김명수 본인이 임명한 수석부장판사로 채워지고 있다. 승진은커녕 고법 부장판사들에게 김 대법원장은 법원행정처로 하여금 명예퇴직 수당을 주겠다는 메일을 보내게 했다.

김 대법원장의 의도는 자명하다. 고법 부장판사들을 내보낸뒤 좌파성향 판사들에게 2심을 맡기겠다는 것이다. 이미 올해 초 단행한 2022년도 고위법관 인사에서 신임 고법판사 임명자 가운데 서울고법에 배치된 판사 8명 중 4명이 진보 성향 법관 모임인 국제인권법연구회 출신인 것으로 드러났다. 김명수 대법원장의 새 비서실장을 비롯해 서울행정법원장,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 등 요직에도 좌성향 판사들이 대거 임명됐다.

김 대법원장의 임기말 폭주가 어찌나 심각했는지 판사들도 반기를 들고 나섰다. 김명수 체제에 우호적이었던 전국법관대표회의는 5일 정기회의를 갖고 ‘법원장 후보 추천제’의 문제점을 공식 논의했다. 김명수 대법원장이 전국 지방법원으로 확대하려는 이 제도에 대해 ‘사법 포퓰리즘’ ‘대법원장 측근 알박기용’이라는 비판이 높아지는 가운데, 법관대표회의 의제로 올린 것이다. 전국법관대표회의 산하 법관 인사제도 분과위원회는 최근 법원 내부 게시판에 올린 글에서 “법원장 후보 추천제가 인기투표식이고 사법 포퓰리즘을 확대하는 원인이라는 지적과 함께 임기를 얼마 남겨두지 않은 대법원장의 무리한 치적 알박기라는 비판이 있는 상황”이라며 “법원 구성원 총의를 반영한다는 취지가 몰각되고 전보다 더 대법원장이 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비난이 제기되고 있다”고 법원 내부 판사들의 분위기를 전했다.

김 대법원장은 법원을 선거판으로 만들어 모든 재판에 ‘랙(lag)’이 걸리게 만들더니 전국 지방법원 가운데 최대 규모이며 주요 사건이 집중되는 서울중앙지법 법원장 후보로 김명수 본인이 수석판사로 승진시킨 송경근 민사 1수석부장판사, 김정중 민사 2수석부장판사와 자신의 비서실장 출신 반정우 부장판사 등을 최종 후보자로 추천되게 만들었다. 송 판사는 대표적인 국제인권법연구회 출신으로 청주법원장으로도 겹치기 입후보해서 구설에 올라있다.

김명수 대법원장의 지난 5년 행적은 논란의 연속이었다. 아들 며느리의 공관 재테크하며, 임성근 판사 녹취에서 드러난 거짓말 파문, 홍콩 외유, 며느리 소속 한진 법무법인 변호사들 초청 공관 파티, 공관 이탈리아 대리석 조경 등 셀 수도 없이 논란을 일으킨 장본인이 자숙은커녕 임기말 알박기로 후대에 두고두고 자신의 명성을 드높이려 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새해 예산에는 김명수의 퇴임식 비용 1억여원이 포함돼 있다.

이재명 민주당대표가 웃으며 자신에 대한 수사를 희화화하는 것과 문재인 전 대통령이 도를 넘지 말라고 호통을 치는 것은 2심만큼은 안심하라는 김 대법원장의 ‘든든한 지원’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존경받지 못하는 대법원장을 그대로 지켜보는 것은 국가의 멸망을 기다리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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