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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근의 좌충우돌]박진 장관의 해임건의안은 그랜드플랜의 시작일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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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근의 좌충우돌]박진 장관의 해임건의안은 그랜드플랜의 시작일뿐이다
  • 매일산업뉴스
  • 승인 2022.10.0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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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이종근 시사평론가

순방 이전부터 준비한 시나리오일 뿐 가짜뉴스들이 증거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의 대응이 허약했다는게 더 큰 문제
국민의힘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과 의원들이 지난달 29일 오후 국회에서 본회의에서 박진 외교부 장관 해임건의안 상정을 반대하며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과 의원들이 지난달 29일 오후 국회에서 본회의에서 박진 외교부 장관 해임건의안 상정을 반대하며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진 외교부 장관의 해임건의안이 국회를 통과한 이후 정국 경색을 물어보는 기자들의 전화가 이어졌다. 정국 경색이 야당의 공세가 이어지고 국회가 파행을 거듭하고 쟁점을 놓고 충돌하며 서로 타협이나 협상을 하지 않는 국면을 뜻한다면 답은 이미 정해져 있다. 지금 국회는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첫 번째 예산심의와 국정감사를 앞두고 있다. 파행은 야당에 유리할까 여당에 유리할까. 현 국면에서의 파행은 여당에 유리하다.

예산국회가 원래 야당에 유리한 이슈이지만 국회선진화법이 시행된 이후 예산국회는 예전처럼 야당에 유리한 장이 펼쳐지지 못한다. 선진화법 이전까지 연말마다 여야간 대립을 불러왔던 ’예산안‘ 처리는 헌법상 의결 기한인 12월 2일의 48시간 전까지 심사가 완료되지 못하면 본회의에 자동 회부토록 했다. 한마디로 말해 야당의 몽니가 개입할 여지가 현저히 줄었다.

이종근 시사평론가
이종근 시사평론가

국정감사의 파행은 당연히 여당에 유리하다. 야당은 첫 국감이니만큼 권력을 빼앗은 정권을 흔들어놓기 위해 상임위별로 전사를 배치해 핵심사안들을 모두 쟁점화하려고 벼른다. 해임건의안을 거부했다고 머리띠 두르고 피켓 시위라도 하는 순간 웃는 쪽은 여당일 뿐이다. 당연히 야당은 국감에 주력할 수밖에 없다.

박 장관의 해임건의안은 이번 순방 일정 이전부터 준비한 시나리오일 뿐이다. 좌파 진영은 윤 대통령 부부가 영국으로 떠나기 전부터 “왜 조문을 하러 가느냐” “가려면 총리가 가라” “김 여사는 가지마라” 목소리를 높였고 그 이유에 대해 “외교참사가 일어날 것”이라고 그때부터 발생하지도 않은 ’참사‘를 입에 올렸다. 그리고 순방이 시작하자 “사실은 영국 왕실이 초대도 하지 않았다”는 유언비어, 김어준의 “검은 베일은 영국 왕실에서만 착용한다”는 거짓말에다 탁현민의 “조문록은 남이 쓴 쪽의 뒷장에 쓰면 안된다”는 공갈까지 가짜뉴스를 숨가쁘게 양산했다.

그리고 이 모든 네거티브의 정점에 윤 대통령의 발언 논란을 위치해놓고는 기다렸다는 듯 외교부 장관의 해임건의안을 통과시켰다. 이유가 가관이다. 첫 번째는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에 대한 책임. 대통령이 이동중 행한 혼잣말을 외교부 장관이 책임지라고? SOB를 입에 달고 살았던 트럼프 때문에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해임됐다는 뉴스를 접해본 적이 없다. 두 번째는 한미정상회담 불발. 48초짜리 회담이라 해임된다면 2021년 문재인 대통령의 유엔총회 참석 방미때 바이든이 만나주지 않아 정상회담이 불발된 것은 탄핵감이겠네?

세 번째 한일정상회담 불발? 다자회의에서의 양자회담은 때로 복도에서 마주쳐도 약식 회담이 된다. 풀어사이드 미팅이라 칭한다. 정상회담 열린다고 미리 호들갑 떤 게 문제라면 왜 가기도 전부터 안보실 차장이 “흔쾌히 합의했다”고 입방정을 떨었느냐고 논평 한줄이면 될 일이다. 네 번째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 접견. 휴가 일정 접고 펠로시 만났으면 굴욕외교라고 비난할거면서. 뭐 다른 이유는 더 볼 것도 없다. 트집 잡지 못해 안달 난 심보가 흠뻑 배어있다. 그리고 왜 이 대목에서 엄한 외교부 장관에 시비인지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안다.

2016년 9월 24일 박근혜 정부 집권 4년차 김재수 농림부 장관 해임건의안을 통과시킨 민주당은 그로부터 3개월도 안된 12월 9일 박 대통령의 탄핵 소추안을 통과시켰다. 그들은 집권한지 6개월도 안된 정권을 향해 탄핵의 기억을 소환시키려 하고 있는 것이다. 그것이 상대 교섭단체 대표연설이 있는 날 쟁점안을 본회의에 상정하지 않아온 관례를 깨고서라도 해임건의안 상정을 강행한 이유다. 국민의 힘이나 대통령실의 대응을 보니 생각보다 약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자신들만큼의 결기가 안느껴졌기 때문이다.

미국의 소설가 마크 트웨인은 어느 신문에 기고한 칼럼에서 “모든 미국 정치인들은 개자식이다”라고 썼다가 국회의원들의 항의와 비난이 쇄도하자 “어떤 미국 정치인들은 개자식이 아니다”라고 정정했다. 마크 트웨인의 정정문 그대로 “어떤 정치인들은 XXX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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