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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로 톺아보는 세상만사] 381.5㎜...서울 일 강수량 115년 만 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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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로 톺아보는 세상만사] 381.5㎜...서울 일 강수량 115년 만 최다
  • 김혜림 기자
  • 승인 2022.08.10 06: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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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7년 ‘경성측후소’ 생긴 이후 최대의 물폭탄
AFP '경제 중심지 강남 자연재해에 너무 취약'
ⓒ기상청
8~10일 서울 지역을 비롯한 중부지역에 집중된 강수현상을 보여주는 지도.ⓒ기상청

[매일산업뉴스] 381.5㎜. 서울 동작구 신대방동 기상청 서울청사에 설치된 자동기상관측장비(AWS)에 기록된 지난 8일의 일 강수량 기록입니다, 이는 비공식적이긴 하나 서울에서 기상관측이 시작된 1907년 이후 가장 많은 양이었습니다.

10일 기상청에 따르면, 최근 30년간 서울의 7월 합계 강수량은 322.7~488.6㎜였습니다. 한여름에 한 달 동안 내릴 비가 하루에 내린 셈입니다. 물폭탄 세례를 받은 것이지요.

1907년 ‘경성측후소’가 생기면서 서울에서 기상관측이 시작된 이후 공식적인 서울 일강수량 최고기록은 1920년 8월 2일 내린 354.7㎜였습니다. 이번 비는 이를 훨씬 뛰어넘는 수치입니다.

서울을 물바다로 만든 이번 비는 시간당 기록도 역대적이었습니다. 신대방동 AWS 기록에 따르면 이날 오후 8시 5분부터 오후 9시 5분까지 1시간 동안 141.5㎜의 비가 내렸습니다. 서울 시간당 강수량 최고치 공식기록인 1942년 8월 5일의 118.6㎜를 크게 뛰어넘었습니다.

기상청도 이번 비를 가장 많은 양으로 인정했지만 비공식이라고 못박았습니다. 왜냐하면 종로구 송월동 서울기상관측소(이하 송월동)에서 관측된 기록을 공식기록으로 인정하기 때문입니다.

김혜림 대기자
김혜림 대기자

송월동 기록에 따르면 8일 서울 일 강수량은 129.6㎜, 시간당 강수량은 38.1㎜에 그쳤습니다. 이번 비는 강남에 집중된 것으로 보입니다. 동작구뿐만 아니라 서초·금천·강남·송파·관악구 등에도 300㎜ 넘게 내린 것으로 기록됐습니다.

전국적으로 기록상 역대 최다 일 강수량은 2002년 8월 31일 강원 강릉시'에 내린 870.5㎜였습니다. 다음은 같은 날 대관령으로 712.5㎜가 내렸습니다. 3위는 1981년 9월 2일 전남 장흥군의 547.4㎜, 4위는 1987년 7월 22일 충남 부여군의 517.6㎜, 5위는 1998년 9월 30일 경북 포항시의 516.4㎜ 였습니다.

서울 지역에 집중된 폭우를 블룸버그통신과 AFP 통신, 로이터 통신, BBC, 워싱턴포스트(WP) 등 외신들도 주요 뉴스로 보도했습니다. 특히 K팝과 K무비와 연관된 해설을 덧붙여 눈길을 끌었습니다.

BBC는 서울 관악구에서 이번 비로 사망한 40대 자매 2명과 13세 어린이 소식을 전하면서 "이들은 오스카상을 받은 한국 영화 '기생충'에 나와 유명해진 거리 아래에 위치한 아파트 '반지하'에 살고 있었다"고 보도했습니다.

AFP는 강남을 싸이의 K팝 히트곡 '강남스타일'에 등장하는 "서울 남부의 호화스럽고 부유한 지역"이라고 소개한 뒤 "경제의 중심으로 잘 발달한 강남이 자연재해에 너무 취약한 것은 아이러니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서울 강남 일대가 물난리를 겪은 것이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2010년부터 2020년까지 4차례나 침수됐습니다. 2015년 강남역 일대가 물에 잠기자 서울시는 ‘강남역 일대 및 침수취약지역 종합배수 개선 대책’을 내놨습니다. 하지만 예산과 설계 문제로 하수관로 정비는 2024년 이후로 미뤄졌고, 강남은 또다시 물난리를 겪고 있습니다. 이번 피해를 전재지변(天災地變)이 아닌 인재(人災)로 보는 이유입니다.

서울에 ‘115년 만의 집중호우’가 내리던 날 윤석열 대통령은 광화문 중앙재난안전본부에서 볼 수 없었습니다. 대통령실에선 “윤 대통령은 8일 오후 9시부터 9일 새벽 3시까지 실시간으로 보고받고 지침 및 지시를 내렸다”면서 “현장이나 상황실로 이동하면 대처 역량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내부 판단에 따랐던 것”이라고 했습니다.

집중 폭우 당일 ‘온라인 지시’를 내렸던 대통령은 이튿날 발달장애 가족이 침수로 고립돼 사망한 서울 관악구 신림동 반지하 주택 현장을 찾았습니다. ‘재난 컨트롤 타워’인 대통령의 ‘보여주기식’ 대처는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지구촌 곳곳이 이상기후로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서울 ‘115년 만의 집중호우’는 '해마다 집중호우‘로 바뀔지도 모릅니다. 강 건너 불이 아니라 발등의 불이 된 기후 이상으로 인한 피해가 더는 없도록 단단히 채비해야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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