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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를 위한 첫걸음]낯선 업사이클을 일상으로 끌어들인 1세대 업사이클링 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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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를 위한 첫걸음]낯선 업사이클을 일상으로 끌어들인 1세대 업사이클링 기업
  • 김혜림 기자
  • 승인 2022.04.12 0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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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속 실천>행동하는 사람들(29) 터치포굿

2008년 처음으로 업사이클링 브랜드화 지금은 보통명사로 탈바꿈
서울 종로구 터치포굿 회의실에서 지난 7일 ⓒ매일산업뉴스 김혜림 기자
박미현 터치포굿 대표가 지난 7일 서울 종로구 터치포굿 회의실에서 페트병에서 뽑아낸 원사로 제작한 스카프를 들어보이고 있다. 뒤에 보이는 옷과 가방도 모두 업사이클 제품들이다. ⓒ매일산업뉴스 김혜림 기자

[매일산업뉴스] ‘업사이클링’을 브랜드명으로 사용해 우리에게 낯설었던 업사이클을 일상으로 끌어들인 1세대 업사이클 기업. 버려지는 것들로 좋은 제품을 만들고 좋은 가치를 담아 사람들의 마음에 닿고자 하는 기업. 바로 사회적기업 ‘터치포굿’이다.

지난 7일 서울 종로구 터치포굿 회의실에서 만난  박미현 대표는 "2008년 업사이클링을 브랜드로 사업을 시작했으나 상표등록을 하지 않아 지금은 일반명사가 됐다”면서 하하 웃었다.

터치포굿은 현수막 광고판 페트병 등 500여 가지의 버려지는 물건을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매우 쓸모 있는 물건으로 만들고 있다. 해마다 40~50t의 다양한 종류의 폐기물이 점퍼, 가방, 스카프, 담요, 마스크걸이, 화분 등 의류, 패션소품, 리빙 용품으로 변신한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 건축물에 쓰였던 폐목재를 재활용한 램프, 가림막으로 만든 배지 포스터 등은 터치포굿의 대표 상품이다. 

'2018 평창올림픽' 성화대의 목재 슬로프를 업사이클링한 무드램프. ⓒ터치포굿
'2018 평창올림픽' 성화대의 목재 슬로프를 업사이클링한 무드램프. ⓒ터치포굿

업사이클링은 버려진 물건들로 상품을 만드는 작업인 만큼 여간 손이 많이 가는 게 아니다. 세탁하고, 이물질을 제거하고, 뜯고, 잘라서 원단으로 만드는 작업 대부분을 손으로 해야 한다. 지금도 이 점은 마찬가지지만 소비자들의 인식은 그나마 많이 나아진 편이다.

박 대표는 “초창기에는 공방 사장님들이 ‘자식 같아서 하는 소리니 빨리 그만두고 취직을 하거나 시집이나 가라’며 손을 내저었고, 소비자들은 께름칙해 했었다”고 털어놨다.

어려움 속에서도 15년째 터치포굿을 이끌고 있는 원동력으로 박 대표는 사회의 속내를 들여다보는 재미를 꼽았다. ‘좋은 일이니 하라’고 했다면 버티기 힘들었을 것이란다.

현수막으로 가방 등을 만들어 존재를 알리기 시작한 터치포굿은 2010년 ‘도시환경교육센터’를 오픈했다. 박 대표는 “버려진 폐기물 양을 줄이는 것은 물론 사람들에게 폐기물의 심각성을 알리는 것도 창업 미션에 포함돼 있었다”고 말했다.

현재 환경교육 강사 100여명이 활동하고 있다. 코로나 19 이전까지만 해도 연 100회 이상의 교육을 통해 4만~5만명에게 도시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환경문제와 해결방법을 강의해 왔다. 최근에는 40년 만에 한강에 돌아온 수달의 안전을 위한 활동에 열심이다. 

2015년 국내에선 처음으로 업사이클 연구소도 오픈했다. 최 대표는 “업사이클 사업에 관심이 있는 일반,기업,단체들과 네트워크를 형성하기 위해 자체 연구소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버려지는 자원의 가치를 높이는 업사이클 산업 연구, 업사이클 활성화를 위한 기술연구, 산업활성화를 위한 인큐베이팅. 소재중개소 사업 등을 하고 있다. 소재중개소에는 600여 가지 폐기물의 업사이클 자원 데이터베이스가 구축돼 있어 업사이클 디자이너와 일반인들에게 큰 도움이 되고 있다.

터치포굿은 지난해부터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 주관 ‘환경분야 사회적 기업가 육성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박 대표는 “환경 분야에 관심이 있는 예비 창업팀에게 터치포굿의 노하우를 나눠주고 페이스메이커로서 든든한 버팀목이 되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ESG 경영이 화두로 떠오르면서 터치포굿은 대기업과 공공기관이 가장 믿고 찾는 파트너로 꼽히고 있다. 특히 기업 활동에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산업폐기물을 기업이 직접 다시 활용할 수 있도록 돕는 '리싱크(Re-sync) 솔루션’이 인기다. 박 대표는 “리싱크는 Recyle(재활용)+Synchronization(동기화)을 합한 것으로, 버리는 사람과 활용하는 사람을 일치시켜 보다 책임감 있고 가치 있는 업사이클링을 실현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1회용 플라스틱 선물카드를 여행용 네임텍으로 만들어 고객들에게 기념품으로 제공한 신세계면세점, 빈 화장품 용기를 녹여 훌라우프 등 운동용품으로 업사이클해서 피부를 건강하게 했던 화장품이 몸을 건강하게 한다는 의미를 강조했던 아모레퍼시픽, 서랍 속에 잠든 몽당크레파스를 기부받아 재활용한 ‘리크레용’을 소외계층에 전달한 여수해양경찰서... 모두 터치포굿의 아이디어로 프로젝트를 성공시킨 공공기관과 기업들이다.

페트병을 재활용해 만든 코알라 인형. 활짝 펴면 따뜻한 담요가 된다. 이 제품의 판매수익금은 산불로 위기에 처한 호주 코알라와 야생동물 돕기에 쓰인다. ⓒ터치포굿
페트병을 재활용해 만든 코알라 인형. 활짝 펴면 따뜻한 담요가 된다. 이 제품의 판매수익금은 산불로 위기에 처한 호주 코알라와 야생동물 돕기에 쓰인다. ⓒ터치포굿

SM엔터테인먼트와 함께 지리산 반달곰 서식지 복원을 위한 업사이클 담요 ‘쌤베어(SSAMBEAR) 펀딩’을 2020년 진행했던 터치포굿은 요즘엔 호주 코알라 돕기에 팔을 걷어부쳤다. 페트병으로 만든 업사이클 ‘코알라 담요’ 판매 수익금을 큰불로 위기에 처한 호주의 코알라와 야생 동물 돕기에 기부하고 있다.

박 대표는 “앞으로 새로운 소재들을 더 많이 발굴해 멋진 제품을 만들어 쓰레기가 이렇게 사용될 수 있는데 그동안 모르고 버렸구나 하는 것을 알리는 데 온힘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아무리 멋진 업사이클 제품이라도 소비자가 외면한다면 의미가 없다. 박 대표는 “버려지는 자원으로 만든 제품을 쓴다면 기후위기 속도를 낮출 수 있을 것”이라면서 “‘환경적인 가치’가 따라오는 업사이클링 제품 구입을 습관화했으면 좋겠다‘는 희망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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