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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춘의 Re:Think]'표퓰리즘' 공해 ... 저질공약방지법부터 만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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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춘의 Re:Think]'표퓰리즘' 공해 ... 저질공약방지법부터 만들라
  • 매일산업뉴스
  • 승인 2023.12.2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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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김용춘 한국경제인협회 팀장/법학박사

비용이 들어가는 공약에는 국민 부담 증가 규모를
재정 감축하는 공약에는 국민 부담 감소 규모 밝혀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1월 22일 오후 경기 의왕역 대합실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3만원 청년패스 정책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1월 22일 오후 경기 의왕역 대합실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3만원 청년패스 정책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확실히 선거철이긴 한 모양이다. 슬슬 선심성 공약이 난무하기 시작한다. 지난 주 모 정당에서는 노년층 표를 얻기 위해 경로당 공짜점심을 제공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했다. 최소한 주5일 정도는 원하는 사람 누구나 경로당에서 점심 문제를 해결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명분이다. 요양병원 간병비를 급여화하겠다는 공약도 나왔다. 아픈 노인들이 충분히 치료받을 수 있도록 돕겠다는 취지다. 맞는 말이다.

이 외에도 50여만명이나 되는 공인중개사의 표를 얻기 위한 이른바 ‘직방금지법’ 추진, 청년 표심을 노린 20만원대 기숙사 5만호 공급, 청년들이 월 3만원만 내면 무제한으로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는 청년 교통패스 등의 공약이 나왔다. 하나하나의 취지만을 본다면 반대할 이유는 없다.

이런 식으로 취지만을 생각해서 도입한다면 우리는 지상 낙원을 건설할 수 있다. 아픈 사람이 마음 편히 치료받을 수 있도록 무상의료, 누구나 교육받을 수 있도록 생애 교육비 무료, 국민들의 자유로운 이동권 보장을 위한 교통비 지급, 국민들의 부담없는 소통을 위한 통신비 무료화, 저출산 극복을 위한 결혼식 비용 무료화 등을 추진하면 된다.

김용춘 한경협 팀장/법학박사
김용춘 한경협 팀장/법학박사

그러나 누구나 그럴 수 없다는 것을 안다. 재원이 한정적이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주어진 재원 하에서 우선 순위를 정해 가장 필요한 정책부터 하나씩 하나씩 확대해 가야 하는 것이다. 이건 더 이상 설명할 필요도 없는 상식이다.

그러나 선거 앞에서는 다들 눈이 돌아가는지 기본 상식마저 무너진다. 이미 우리나라는 부채 경고등이 들어온 상태다. 정부부문 부채는 무려 1200조원 규모로 GDP 대비 50%가 넘는다. 가계, 기업, 정부 부채를 모두 더한 총 부채 규모는 6000조원이 넘는다. GDP 대비 약 3배에 달하는 금액이다. 더 큰 문제는 부채가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가만히만 있어도 언젠가 국가가 파산할 예정이라는 의미다. 그런데 이런 빚 방석에 앉아 한가롭게 선심성 퍼주기 공약이나 남발한다는 것이 말이나 되는가.

지금은 퍼주기가 아니라 부채 감축 공약이 나와야 하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점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없다. 정부와 국회는 함구하고, 국민은 관심이 없다. 지금 당장은 넘어 갈지 몰라도, 폭탄돌리기의 끝은 분명히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적어도 선심성 공약을 내려면 국민들에게 증세 규모를 정확히 알려야 한다. 그래서 실질적으로 세금을 내는 생산가능인구들의 1인당 부담금을 정확하게 알려야 국민들도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다. 마치 슈퍼마켓 물품대에 가격표가 없으면 물건을 살지 말지 판단하기 힘든 것과 같은 이치다.

그리고 어렸을 때부터 학교에서 경제교육도 제대로 시켰으면 한다. 카푸어, 욜로처럼 내일을 생각하지 않는 생활방식이 유행이 되곤 한다. 물론 개인의 선택이고 선호의 문제이니 그 결정에 대해 무엇이라 할 생각은 없다. 다만 적어도 충분히 알고 선택했으면 좋겠다. 내가 이런 선택을 하면서 빚을 썼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질 수 있고, 5년 뒤, 10년 뒤에는 어떤 모습이 될 수 있으며, 최악의 경우 어떤 폐해가 올 수 있는지를. 나아가 한정된 자원을 경제적으로 활용하는 지혜와 같은 기본적인 상식들을 가르쳤으면 좋겠다. 그래야 나중에 국가의 주역이 되었을 때 올바른 정책을 만들고, 또 정책에 대해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으니까.

물론 선거철 표를 먹고 사는 정치인들에겐 참으로 힘든 주문인 것을 모르진 않는다. 하지만 누군가는 꼭 해야 하는 일이다. 정 안되면 국회에서 ‘저질 공약 방지법’이라도 만들었으면 좋겠다. 막무가내식 규제법 만들기를 좋아하는 국회니 평소처럼 그냥 하면 된다. 그래서 비용이 들어가는 공약에는 국민 부담 증가 규모를, 재정을 감축하는 공약에는 국민 부담 감소 규모를 밝히도록 하자. 그리고 국가부채 문제처럼 대표적인 국가 리스크 요인에 대해서는 해결 방안을 밝히도록 하면 된다. 그러나 이런 법을 국회가 만들 리는 없다. 규제 대상이 자신들일 땐, 신기하게도 여야가 한 목소리가 되니까. 그저 안타까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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