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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근의 좌충우돌]‘수평적 관계’로 노무현과 열린우리당은 함께 폭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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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근의 좌충우돌]‘수평적 관계’로 노무현과 열린우리당은 함께 폭망했다
  • 매일산업뉴스
  • 승인 2023.12.1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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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이종근 시사평론가

비노는 노 대통령 향해 “밴댕이” 노핵관은 비노 향해 “살모사 정치”
이후 이들은 비극적 결말...10년간 대선-총선-지선-보궐 내리 졌다
노무현 전 대통령(왼쪽),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 ⓒ노무현재단홈페이지 캡처, 연합뉴스
노무현 전 대통령(왼쪽),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 ⓒ노무현재단홈페이지 캡처, 연합뉴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의 사퇴를 둘러싼 여진이 계속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과 유승민 이준석 등 당내에서 윤석열 대통령을 비난하는 측은 이를 기화로 대통령과 국민의힘의 수직적 관계를 수평적 관계로 바꿔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자신들이 집권했을 때 민주당 어떤 정권의 당정 관계도 ‘수평적’이지 않았다. 당무개입에서 자유로운 민주당 출신 대통령은 과연 누가 있었을까. 솔직해지자. 당으로부터 총선과 관련해 단 한가지도 보고 받지 않고 누가 돼도 상관없다고 엄정 중립을 지킨 대통령이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 중 누구인가. 총선 결과에 정권의 명운이 걸려있는데 누가 당대표가 되든 누가 비대위원장이 되든 아무 관심 없는 대통령이 민주당에 있었나. 정권 초기부터 집권여당에게 대통령을 마음껏 조롱하고 비난하라고 놓아두는 민주당 대통령이 있었나.

청와대와 당이 수평적이었던 때가 있긴 있었다. 2007년 노무현 대통령과 김근태 정동영 두 집권여당 전직 대표(당시는 의장이라 불렀다)간 즉 청와대·노핵관(당시는 친노라 불렀다) 그리고 여당(열린우리당) 간의 관계는 '너무나' 수평적이었다. 김근태와 정동영은 대놓고 자신들이 만든 대통령을 면전에서 비판하고 뒤돌아선 조롱했다. 그 두 사람은 노무현 정부에서 차기 대권후보가 될 수업을 하라고 노 대통령이 복지부 장관과 통일부 장관까지 시켜주었다. 그러나 노무현의 지지율이 하락하자 자신들이 권력을 잡기 위해 자신들이 만든 당을 깨려고 했다.

이종근 시사평론가
이종근 시사평론가

정동영은 청와대를 찾아가 노 대통령과 비공개 면담을 하고 나서는 약속을 깨고 면담 내용을 공개하며 대통령이 복당을 하려한다고 폭로했다. 그러자 노무현은 두 전직 대표를 향해 "과연 당신들이 지역주의를 타파하겠다고 창당 선언문을 낭독한 사람들이 맞느냐?" "구태정치 고질병이 도졌다"고 분노했다. 청와대는 특히 정동영이 약속을 깨고 대통령과의 비공개 면담시 나눴던 대화 내용을 공개한 것에 강한 불쾌감을 표시하며 정동영 측의 기획면담 가능성까지 제기했다. 노핵관 중 한사람인 이광재는 김근태-정동영의 대선 불출마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다른 노핵관인 이병완 전 비서실장은 두 전직 대표를 향해 “살모사 정치”라고 비판했다. 그러자 대표적인 정핵관(당시는 정동영과 통하는 사람들, 줄여서 정통들이라 불렀다)인 정청래는 노무현 청와대를 향해 “밴댕이 소갈머리”라고 직격했다.(이렇게 흔들어대고는 노 대통령이 비극적 죽음을 맞이하자 어떻게 돌변했는가)

이렇게 아름다운 수평적 당청관계는 노 대통령 지지율(국정수행평가 긍정)의 아름다운 하락을 가져왔고 열린우리당은 아름답게 산산조각이 났으며 야당의 대선후보가 된 정동영은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에게 500만표라는 역대 대선 가운데 가장 큰 폭의 차이로 아름답게 패배했다. 그 후유증으로 민주당 계열 정당(이후 10년간 하도 많이 당명이 바뀌어서 ‘계열’이라고 쓸 수 밖에 없다)은 그후 10년간 집권을 못했으며 총선에서도 내리 졌고 지방선거도 힘을 못썼다. 이게 다 당청의 아름다운 수평적 관계 덕분이다. 얼마나 행복했으면 자신들만 느꼈으니 상대당도 느껴보라고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 관계까지 ‘수평적이어야 한다’면서 자신들의 흑역사를 따라해보라고 강권하고 있다.

2007년의 상대당 당청관계가 부러웠던지 홍준표 유승민 이준석 등은 연일 총선 승리를 위해서라며 ‘수평적’이라는 주문을 외우고 있다. 홍준표는 2019년부터(정확히는 자신이 대표직에서 물러난 시점부터) ‘수평적’을 주문하기 시작했다. 평당원으로 내려앉은 홍준표가 당시 당 지도부를 향해 연일 비아냥거리며 조롱하자 당내 초·재선 혁신모임인 ‘통합·전진’ 소속 의원들이 “당 대표를 지내신 분의 계속되는 당내 분열 조장 행위를 더이상 묵과할 수 없다. 해당행위를 즉각 중단하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홍준표는 “언로를 차단하지 말라”면서 “모두 기득권을 내려놓고 진보좌파까지 포함해서 '수평적 관계'가 돼야 한다”고 반격했다. 그는 자신이 당대표였을 때 자신을 비판하는 의원들에게 ‘수평적’ 관계는커녕 그때마다 입에 담을 수 없는 독설을 날렸다. 김무성과 유승민은 각각 대표와 원내대표 선거 때부터 ‘수평적 당청관계’를 입에 달고 다녔다. 그 결과 국민의힘 계열 정당(이때부터 이쪽도 계속 당명이 바뀌었다)은 그 이후 치러진 대선-총선-지선-보궐 내리 4연패했다. 이 모두 아름다운 수평적 관계의 산물이다.

5년 단임제는 단판 승부다. 미국의 4년 중임제처럼 ‘한번 더’의 찬스가 없다. 한번 더가 없는 5년은 시작하자마자 끝이다. 과장을 보태면 인수위를 만들었는데 곧바로 퇴임식이다. 집권 여당이 국회의 다수 의석을 차지하지 않으면 5년 단임은 무의미하다. 상대 진영의 그 어떠한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는 죽고 살기의 비토정치가 판을 치는게 대한민국의 현실이기 때문이다. 그나마 대선을 치른후 총선이 같은해 연이어 열리는 경우 그 정부는 ‘로또’에 당첨되는 셈이다. 4와 5의 최소공배수는 20이다. 5년마다 치러지는 대선과 4년마다 치러지는 총선이 같은 해에 치러지는 경우는 그러므로 20년마다 돌아온다. 대망의 2032년에 3월 대선, 4월 총선이 연이어 열린다. 아마 개헌이나 법 개정을 통해 대선과 총선이 한번에 치러질 가능성도 있다. 그렇든 아니든 그 정부는 다수당으로 출범할 것이다. 그 때까지는 그 어떤 진영의 대통령도 아름답게 당과 수평관계를 유지하며, 밑도 끝도 없이 자신을 비난하는 당내 인사들과 아름답게 소통하며, 임기내 치러지는 총선에 다수당이 되든 소수당이 되든 아름답게 무관심할 수 없다.

 

*이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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