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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근의 좌충우돌]근택이는요, 의겸이는요, 남국이는요, 경이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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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근의 좌충우돌]근택이는요, 의겸이는요, 남국이는요, 경이는요
  • 매일산업뉴스
  • 승인 2024.01.1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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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이종근 시사평론가

PK가 민주당의 성지? 친문에게나 중요하지 사법리스크와 무관
호남 묻지마 싹쓸이에 수도권 지키면 찐명 친위대로 4년 방탄
지난 10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 병원에서 퇴원하며 발언하고 있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와 현근택 민주연구원 부원장 ⓒ연합뉴스, YTN 뉴스화면 캡처
지난 10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 병원에서 퇴원하며 발언하고 있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와 현근택 민주연구원 부원장 ⓒ연합뉴스, YTN 뉴스화면 캡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부산·경남을 포기했다. MZ세대 표현을 빌리면 ‘아웃 오브 안중’이다. 부산·경남은 민주당에 있어 5.18로 상징되는 광주 못지 않은 ‘성지(聖址, sanctuarium)’다. 이곳에는 민주당 정치인들이 때만 되면 찾아가야 하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봉하마을과 이성계의 ‘함흥본궁(咸興本宮)’처럼 상왕 대접 받고 싶은 문재인 전 대통령의 평산 책방이 있다. 또 3당 합당으로 인해 김대중 전 대통령의 동교동계가 호남으로 고립됐을 때 ‘꼬마민주당’ 등으로 명맥을 이어 후에 김대중 당이 호남당으로 인식되지 않게 ‘합당’해준 일부 영남 의원들을 지켜준 곳이다. 그렇기에 ‘낙동강 벨트’라는 전선을 만들어서 21대 총선에서 획득한 부산에서의 3석의 의미는 광주에서의 8석의 의미보다 민주당에 더 소중한 숫자다.

20대 국회의 5석에 비해 2석 줄어든 21대 국회 3석은 민주당에 있어 아쉬운 숫자지만 실망 속에서도 희망이 보이는 결과였다. 득표율로 보더라도 부산 지역 평균 득표율 44%는 지난 제20대에 비해 5.5%p나 증가한 것이다. 또 사하구 을과 해운대구 갑을 제외한 16개 지역구에서 민주당 후보들이 모두 40% 이상의 득표율을 올렸다. 특히 부산 내에서도 유독 보수 성향이 강한 동래구, 금정구, 수영구 등 보수 강세 3구에서도 민주당 후보들이 40% 이상 득표한 것은 특히 주목을 끌었다. 이 3개 지역구는 노무현 탄핵 역풍으로 치러진 제17대 국회의원 선거에서도 열린우리당 후보들이 득표율 40%를 못 넘겼을 정도로 난공불락의 요새였다. 그래서 부산 지역 민주당 정치인들은 희망을 갖고 지역구 골목을 샅샅이 누비며 4년을 다져왔다. 그런 부산에 이재명이 찬물을 끼얹었다.

이종근 시사평론가
이종근 시사평론가

이재명이 습격을 당한 직후부터 언론들은 그가 병상에서 어떤 내용으로 첫 메시지를 낼지 촉각을 곤두세웠다. 야당 정치인을 향한 테러는 1969년 김영삼 당시 신민당 원내총무에 대한 질산 투척을 비롯 2020년 4월 9일 광진을에 출마해서 유세를 하던 오세훈 후보를 겨냥한 흉기 테러 미수 등 최근까지 이어져 왔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뇌리에 깊이 박힌 것은 2006년 지방선거 당시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의 얼굴에 11cm의 상처를 낸 흉기 테러일 것이다. 다른 사건들은 잊혀졌지만 특히 이 사건이 선명하게 떠오르는 것은 박근혜가 병상에서의 첫 일성을 “대전은요”라고 해서 그로 인해 열세였던 대전시장 선거 판세를 뒤집었다는 일화 때문이다.

피습 사건 이후 정치 테러 피해자로서 이재명에 대한 관심은 높아질 수 밖에 없고 총선을 코 앞에 둔 상황이었기에 당내외의 시선이 당연히 더 집중됐다. 그런데도 이재명의 일성(一聲)은 “부산은요”가 아닌 “근택이는요”였다. 부산 표 날라가는 것보다 재판 기록 빼내준 심복이 걱정됐다. 헬기 특혜 수송과 병원 쇼핑, 지역 경시로 연일 이재명과 민주당에 대한 비판이 최고조에 달했기에 선거를 앞두고 부산·경남 민심을 달래기 위해서는 첫 메시지가 부산과 관련된 내용이 나올 것으로 예상했다. “근택이는요”는 정성호 의원의 휴대폰 문자가 의도치 않게 공개된 것이므로 이어지는 퇴원 연설에 혹시나 하는 희망을 걸었지만 이재명은 퇴원 연설에서조차 대단히 ‘형식적으로’ 그나마 정성호가 일러준 그대로 “부산대 의료진에 감사하다”는 한마디만 하고 나머지는 자신이 정적 제거 대상이었다는듯 피해자임을 부각하는 내용으로 중언부언했다.

퇴원 이후에도 민주당은 논란을 잠재우기는커녕 도리어 불을 질렀다. 문재인 청와대에서 행정관을 지낸 여선웅은 느닷없이 부산대 의료진이 이재명과 민주당의 의사에 반하는 의료행위들을 진행해서, 만약에 혹여라도 비극적인 상황이 일어나면 감당할 수 없기 때문에 서울로 이송했다고 이송의 당위성을 설명해 사건 초기 정청래 의원의 “(수술을) 잘하는 (의사가 있는) 곳으로 가야 한다”는 발언에 이어 부산 민심을 또 한번 들끓게 했다. 당내에서 아무도 이 발언을 한 여선웅을 야단치지 않았다.

다른 사람들은 차치하고 부산 현역 의원들인 박재호 전재수 최인호 등이 침묵하고 있는 것은 상식적이지 않다. 당연히 이재명 등 당 지도부에 심각함을 알리고 부산 민심을 위무하는 내용을 연설에 반영해달라고 요구도 하고 자신들이 앞장서서 부산 민심을 왜곡하지 말라고 여론전을 펼쳤어야 했다. 부산·경남 지역 의원들 중에 아무도 이재명 피습 직후 천준호 비서실장이 서울대에 직접 전화를 걸면서 헬기 이송을 실행하고 있을 때 그것이 가져올 파장을 설명하고 적극적으로 말리려고 나서지 않았다. 이미 이들은 이재명에게 실망했다. 1개월 전만 해도 부산에서 민주당에 대한 여론은 그리 나쁘지 않았다. 부산엑스포 유치 실패를 기회로 삼아 윤석열 정부 실정을 공략해 바람을 일으킬 수 있다는 분위기가 높아지고 있었다. 이런 분위기가 반전된 건 12월 13일 부산에서 열린 민주당 현장 최고위원 회의가 결정적 계기가 됐다.

부산에서 최고위를 열겠다고 했을 때 부산·경남 의원들은 부산 시민들의 숙원인 산업은행 이전과 관련해 기존의 이전 반대 입장에서 보다 전향적으로 바뀐 당 입장을 표명해줄 것으로 믿었다. 그러나 이재명은 산업은행법 개정과 관련, 거듭되는 기자들의 질문에 단 한마디 대꾸도 하지 않았고 또 현장에서의 시민 접촉도 피한 채 훌쩍 최고위가 열린 부산시당 대회의실을 떠났다. 그 때부터 친이재명을 일찌감치 표방해온 일부 원외 인사들마저 사적인 자리에서 이재명의 부산·경남 무대책을 성토한다는 후문이 들려왔다. 부산일보는 12월 11일자 ‘부산 민주 “친명 색채 부담스러워”’ 제하의 기사에서 민주당으로 출마를 준비 중인 한 예비후보와의 인터뷰를 통해 “부산 민주당 후보 중에 이 대표를 앞세운 선거 전략을 세우는 사람을 찾아볼 수 없는 게 현실 아니냐”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재명은 이미 오래전에 부산·경남을 염두에 두지 않았다. 당의 정통성, 당의 역사, 당이 배출한 전임 대통령...이런 것은 이재명에게 1도 중요하지 않다. 정성호와의 문자에서도 드러났듯 ①부산 민심보다 자기가 챙겨줘야 할 친명 정치인의 안위가 더 중요하고 ②친명계의 당 장악을 통해 총선 이후 자신의 사법적 운명을 정치적으로 풀어나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 부산·경남 민심이 자신의 감옥행을 막아주지 않는다. 21대 국회 부산·경남 현역들은 자신이 공천하지 않은 자들이다. 호남은 묻지마 지지를 해줄 것이고 그것을 기반으로 수도권만 지켜내면 22대 국회에선 자신을 방탄해줄 진짜 친위대가 구성된다. 친명 진명이 아닌 찐명으로 공천해야 하는 이유다. 그것이야말로 이재명이 “부산은요”가 아닌 “근택이는요”라고 걱정하는 이유다.

 

*이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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