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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근의 좌충우돌]유시민의 ‘돌’과 배현진 테러범의 ‘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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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근의 좌충우돌]유시민의 ‘돌’과 배현진 테러범의 ‘돌’
  • 매일산업뉴스
  • 승인 2024.01.2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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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이종근 시사평론가

유사 지식인의 적대 감정 부추기기 선동이 정치테러 원인
다른 집단 구성원을 동등한 권리 가진 인격체로 대우해야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실에서 공개한 피습 현장 상황. 사진은 KNN뉴스 화면 캡처.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실에서 공개한 피습 현장 상황. 사진은 KNN뉴스 화면 캡처.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에 대한 습격 장면을 CCTV 동영상으로 접하자마자 유시민 작가가 떠올랐다. 문제의 동영상에서 모자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가해자는 손에 ‘돌’을 쥐고 있었고 그 돌이 부서질 때까지 수십 차례 피해자의 머리를 내리쳤다. 유시민은 2023년 9월 ‘노무현시민센터 개관 1주년 공개방송’에서 2030세대가 행동은 하지 않고 불평만 늘어놓는다며 ‘돌’을 들라고 말했다.

그는 “그대들의 요구를 정확하게 수렴해서 사회에 제출하고 정당한 요구를 합리적인 방법으로 제시하고, 그리고 기성세대가 안 들어주면 돌 들고 오라 이거다. 우리도 20대 때 다 돌 들고 화염병 들고 다녔다. 정부종합청사를 가든 민주당 당사를 가든 화염병 던지고 하라 이거다. 근데 아무것도 안하고 내가 뭘 하는데 잘 안되면 사회에 대한 불만을 하면서 그 문제를 심화시키는 쪽을 정치적으로 지지한다”고 민주당을 지지하지 않는 청년세대를 비난했다.

이종근 시사평론가
이종근 시사평론가

진짜 돌을 들라고 말한 건 아니라고? 이 말의 핵심은 합리적인 문재인 정부는 잘못한게 없는데 왜 불합리한 국민의힘을 지지하느냐라는 지적이라고? "내가 청년일 땐 돌 들고 화염병 들고 다녔다"라는 말에 담긴 함의는 세상이 합리적으로 돌아가지 않는다면 폭력을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그 정당한 요구를 합리적인 방법으로 제시한다는 부분에서의 ‘합리’가 대단히 자의적이라는데 있다. 그의 말은 내가 판단하는 합리, 내가 판단하는 불합리로 세상을 바라보며 선악을 구분하고는 그것이 객관적이고 이성적인 판단인양 포장하면서 대중을 향해 불만 있으면 돌과 화염병을 들라고 선동하는 것에 불과하다.

그로 하여금 ‘국회의원-장관-이사장-방송인-작가’라는 타이틀로 살게 해준 ‘항소이유서’에는 그의 이중성이 잘 나타나 있다. 1984년 서울대 민간인 감금 고문 폭행 사건에 가담한 혐의로 1985년 4월 1일 서울지방법원 남부지원에서 징역 1년 6월을 선고받자 이에 불복하고 제출한, 언론에 보도가 되면서 세간의 주목을 받은 문건이다.

이 사건은 1984년 9월 서울대학교 학생들이 축제기간에 학교 캠퍼스를 배회하던 임신현, 손형구, 전용범, 전기동 등 외부인 4명을 정보기관의 정보원으로 의심하고 조사하는 과정에서 자백을 강요하며 폭행한 사건으로 당시 고문을 당한 전기동은 "물이 담긴 세면대에 머리를 쳐 박거나, 바닥에 눕히고 주전자로 얼굴에 물을 붓는 등 물고문도 했다. 이 과정에서 치아가 부러지고 전치 8주 상처를 입었다“고 증언하면서 ”내가 전두환과 같은 전씨 성이라고 해서 더많이 때렸다“고 진술했다.

유시민은 항소이유서의 대부분을 주나라 유왕과 포사 등 고사 비유, 파시즘의 정의와 현대사에 대한 장광설, 독점 재벌과 군사정권을 비판하는 척하며 ”‘정의(正義)’란 소수군부세력의 강권통치를 의미하며, 그들이 옹호하는 ‘복지’란 독점재벌을 비롯한 있는 자의 쾌락“이라는 식의 현란한 문장으로 도배하고 나머지는 자신들의 폭력을 정당화하는데 할애했다. 합리적으로 주장한 자신들의 의견을 군사정권이 받아들이지 않았으므로 자신들의 폭력은 정당하다는게 항소이유서의 핵심내용이다. 그러면서 형량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자신의 혐의에 대해서는, 잘못을 시인하는 듯하면서도 법률적으로는 문제가 없다는 식으로 빠져나갔다. 

유시민은 2023년 9월 22일 ‘노무현시민센터 개관 1주년 공개방송’에서 2030세대가 행동은 하지 않고 불평만 늘어놓는다며 ‘돌’을 들라고 말했다. 사진은 사람사는세상노무현재단 유튜브화면 캡처.
유시민은 2023년 9월 22일 ‘노무현시민센터 개관 1주년 공개방송’에서 2030세대가 행동은 하지 않고 불평만 늘어놓는다며 ‘돌’을 들라고 말했다. 사진은 사람사는세상노무현재단 유튜브화면 캡처.

정치인에 대한 폭력 행위는 유시민과 같은 유사 지식인들이 방송이나 SNS를 통해 갈등을 단순화시켜 한쪽으로 몰아가는 선동에서 기인한다. 유사 지식인들은 이성(理性)을 가장한 선동을 통해 다른 집단을 타자화(他者化)하여 지성적인 토론과 교류를 통한 합리적 선택보다는 감정에 휩쓸리는 비이성적 선택을 선호하게 한다. 유시민은 총선을 앞둔 2020년 2월 23일 KBS1 ‘정치합시다’ 1부 ‘지식다방’에서는 "나같은 사람은 보수정당에서 세종대왕이 나와도 안찍는다"고 했고, 2019년 5월 12일 광주에서 열린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0주기 추모 문화제 토크콘서트’에서는 광주시민들에게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광주에 오면 모두 돌아앉으라고 말했다. 세종대왕이 나와도 안 찍어준다고 상대를 인정하지 않고 묻지마 반대하겠다는 자가 청년세대에게는 문재인 정부에 예의를 갖추고 합리적인 방법으로 문제 제기하라고?

사람이 사람을 찌르고 때리고 쏘는 것은 상대를 동등한 권리를 가진 인격체로 대우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사람을 수박이라 부르며 수박을 깨러 간다고 비명계 현역의원 지역구에 나가는 친명 정치인들, 실제로 길거리에서 진짜 수박을 짓밟으며 환호하는 개딸들, 죽창을 들라는 청와대 민정 수석...이런 행위들을 그저 비유와 은유와 양념으로 치부하라는 양산 대통령이나 거대 야당 대표가 있는한 반문명 반지성의 시대는 종식되지 않는다. 상대를 절멸해야 할 대상으로 만드는 첫 번째 단계가 사람을 수박으로 바꾸는 탈인간화의 시도다. 유시민은 개딸들에게 혹은 돌을 들 사람들에게 이렇게 선동한다.

"모든 사람에게 칭찬받는 사람은 정말 좋은 사람이 아니다. 좋은 사람에게는 칭찬을 받고 나쁜 사람에게는 미움을 사는 사람이 정말로 좋은 사람이다."('노유진의 정치카페'에서)

히틀러의 나치를 추종하고 선전하는 지식인과 자연과학자들은 유대인들을 전문직 종사자, 교육 많이 받은 사람, 성공한 사람이라 부르지 않고 파충류, 양서류, 기생충, 쥐, 전갈, 뱀이라고 부르기 시작하고 그런 모양을 그린 포스터들을 보급한다. 1930년대 나치 집권 이후에 인종학 (人種學) 수업 시간이 초·중·고등학교에 개설되는데 이렇게 되면 오염된 호수에 있는 물고기가 아무리 깨끗하게 살려고 하더라도 허리가 휘고 눈이 멀 수밖에 없는 것처럼 비정상적인 생각, 느낌, 혐오, 선입견이 정상인 것처럼 받아들여진다. 이렇게 폭력의 정당화에 세뇌된 독일 학생들은 무엇이 옳고 그른지, 뭐가 팩트이고 뭐가 루머인지 구분하지 못한 상태로 군대에 가서 거리낌 없이 돌과 칼과 총을 들고 홀로코스트를 수행했다.

유시민의 ‘돌’과 가해자의 ‘돌’이 다르다고 생각하나.

 

*이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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