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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근의 좌충우돌]이재명의 임종석-문학진 배제 ‘신의 악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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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근의 좌충우돌]이재명의 임종석-문학진 배제 ‘신의 악수’
  • 매일산업뉴스
  • 승인 2024.02.2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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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이종근 시사평론가

추미애가 윤 정부 탄생시켰듯 임종석을 친문 수장으로 올려놔
설득 아닌 통보로 문학진 자극해 불법 여조 실체 폭로하게 해
왼쪽부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문학진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 ⓒ연합뉴스, 페이스북
왼쪽부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문학진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임종석 전 문재인 대통령 비서실장 ⓒ연합뉴스, 페이스북

‘이재명은 합니다.’

20대 대선이 한창일 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 측이 펼친 캠페인이다. 이 캠페인이 요즘 다시 부상하고 있다. 근 1년여 만에 민주당 지지율이 추락해 국민의힘보다 낮아졌다. 그것도 선거 40여일을 앞두고 데드크로스가 발생했다. 일부 여론조사에서는 오차범위 바깥으로 격차가 벌어졌다. 사막을 건너는 낙타의 다리가 꺾였다면 마지막 한 짐 때문이 아니라 차곡차곡 쌓아올린 짐의 무게 때문이다. 지지율은 단숨에 꺾이지 않는다. 동시에 대통령의 지지율이 박스권에서 탈출했다. 특별한 악재가 갑자기 발생하지 않는 한 거대 양당 지지자들이 팽팽히 결집한 상태에서 당 지지율이 갑자기 급락한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그 어려운 것을 이재명은 해냈다.

선거 국면은 칼날 위를 걷는 상황이다. 조금만 힘을 잘못 안배해 발을 내디디면 칼은 그대로 깊숙이 살 속을 파고 든다. 썩은 피가 고여 있는 부분을 과감히 도려내고 새로운 피를 빨리 채우는게 선거의 기본이다. 이재명은 혁신 경쟁을 외면했다. 기득권 내려놓기를 외면했다. 그 대신 자신에게 반기를 든 비명계를 집요하게 색출해서 내치기 시작했다. 비워낸 그 자리에 전혀 알려지지 않은, 그러나 자신에게는 충성을 맹세한, 더민주혁신회의 출신을 비롯한 찐명계를 내리 꽂기 시작했다. 그것도 유례를 찾기 힘들 강도로 거칠게 밀어붙였다.

이종근 시사평론가
이종근 시사평론가

'정치 초짜' 이재명은 공천 과정에서 이번 선거를 망치는 2가지 큰 실책을 저질렀다. 첫 번째가 임종석 전 문재인 대통령 비서실장의 체급을 키워준 점이다. 정치낭인이었던 임종석을 졸지에 비명의 구심점이자 친문을 상징하는 반열에 올려놓았다. 임종석은 전대협 의장 출신이라는 화려한 경력에 비해 큰 비중을 차지하는 의원은 되지 못하였는데, 이후 2004년 17대 총선에 당선도 되고, 열린우리당 대변인도 했다지만, 당내에서 큰 두각을 나타내거나 거물급 의원으로는 성장하지 못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정치 외곽에서 떠도는 그를 부시장으로 임명해 한때 박원순 계로 불렸다가 문재인의 탕평책으로 초대 비서실장에 올라 스스로 2인자 행세를 했지만 그렇다고 친문들이 임종석을 자신들의 리더로 인정한 적은 한번도 없었다. 비서실장을 그만 둔 이후 임종석은 수차례 선거판을 기웃대다 제도권 정치 진입에 거듭 실패하면서 정계 은퇴를 암시하고 뒷전에 물러나 있던 인물에 불과하다.

이재명은 임종석의 중·성동갑 공천을 빨리 결정했어야 했다. 내치려면 임종석이 끽소리도 못할 상황을 만들어서 승복하게 하든가 아니면 그 어느 후보보다 이르게 단수공천을 결정해서 줘버렸어야 했는데 계속 질질 끌면서 임종석의 공천이 이번 선거에서 마치 가장 큰 이슈라도 되는양 온 세상의 관심을 집중하게 만들었다. 이재명이 임종석에게 중·성동갑을 주지 않는 것은 8월에 있을 당권 경쟁의 상대로 봐서가 아니라 자신의 당권 행보에 정면으로 반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임종석은 2022년 7월 5일, 민주당 전당대회 출마를 준비 중인 이재명을 향해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패배해 당을 위태롭게 만들고 반성은 커녕 되레 당을 장악하려는 부끄러운 짓을 한다", "염치 없고 기본과 상식을 벗어난 행동에 창피하고 화가 난다", "'이재명의 민주당'은 광주의 질문에 대한 답이 될 수 없다"고 들이받았다. 이재명은 ‘뒤끝 작렬’ 정치인이다.

두 번째 실책은 문학진 전 의원의 공천 배제 과정에서 보여준 무모함이다. 문학진은 이재명이 만만하게 볼 상대가 아니다. 조선일보와 한겨레신문을 거치는 동안 정치부 기자로 이름을 날렸고, 특히 1988년 12월에 '얼굴 없는 고문기술자' 이근안 전 경감의 존재를 알리는 데 큰 기여를 했다. 2번의 국회의원 경력이지만 그 사이 사이에 겪을 수 있는 모든 굴곡을 다 헤쳐 나온 ‘거물’이다. 그런 그에게 전화를 걸어 “형님이 꼴찌다”라고 말하면 “알겠습니다. 후배님” 할 줄 알았나. 문학진은 바로 ‘취재’에 들어간다. 안규백 전략공천관리위원장에게 전화를 걸어 자신이 꼴찌를 기록했다는 여론조사를 의뢰한 적이 없다는 답변을 끌어냈으며 여기에 ‘경기도팀’의 존재를 암시하는 워딩까지 받아낸다. 그리고 철저한 방증 취재 끝에 '자신이 확인한 것만' 6건의 타지역 불법 여론조사가 실시됐고 당에서 주도한 것까지 밝혀냈다. 이를 바탕으로 2명의 전직 총리와 3명의 전직 국회의장 등 당 원로들의 ‘우려’를 공식 반응으로 이끌어냈다. 문학진의 불법 여론조사 ‘특종’은 이재명의 비선인 ‘정진상팀' '경기도팀’의 존재를 드러나게 했고 더불어 모래알인 비명계의 결집을 유도했다.

문학진은 2017년 제19대 대통령 선거에서 이재명 대통령 경선후보캠프에 합류하여 대선후보 경선룰 협상을 진행했고 2022년 제20대 대통령 선거에서는 이재명 후보의 정무특보단 단장으로 활동했다. 그와 이재명의 인연은 2012년 성남시장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재명은 경기도지사가 되자 2019년 문학진을 평택항만공사 사장으로 임명한다. 문학진은 경기도 산하기관장이 되면서 성남시장 시절부터 알게 된 정진상팀의 실체를 확실하게 파악할 수 있었다. 이재명은 문학진을 그저 자신이 산하기관장 자리를 준 ‘부하’ 정도로 인식했을 것이다. 그렇지 않고는 이름도 알려지지 않은 한때 문학진의 보좌관이었던 안태준에게 문학진이 20%p 차로 뒤지고 있다는 허무맹랑한 말로 문학진을 설득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 임종석은 실체 이상으로 키워줬고 문학진은 실체 이하로 대접했다. 공천은 사람에 대한 판단이다. 임종석과 문학진에 대한 판단 잘못이라는 이재명의 실책은 이번 선거의 가장 뼈아픈 분기점이 될 것이다.

리더라면 절대 하지 말아야할 4가지가 있다. 무의(毋意), 무필(毋必), 무고(毋固), 무아(毋我)다. 여기서 의(意)는 사의(私意)로 무슨 일이든 확실하지 않은데도 지레짐작으로 단정을 내리며 근거 없는 억측을 하는 것이고, 필(必)은 기필(期必)로 자기 주장을 기필코 관철시키려는 자세로 자기 언행에 있어 반드시 틀림없다고 단정 내리는 것이며, 고(固)는 집체(執滯)로 융통성 없는 고집, 유연한 관점이 아닌 경직된 틀로 자기의 의견만 옳다고 고집하는 것이고. 아(我)는 사기(私己)로 자신을 내세우는 이기적인 것으로 양심이 아니라 욕심에 따라 모든 것을 행함을 말한다. 이 4가지를 하지 않는 경지 곧 무의는 자기밖에 모르는 유아적 사고에서 벗어나는 것이고. 무아는 그것이 켜켜이 쌓여 기득권자가 됐음에도 사심(私心)의 노예가 되지 않는 것이다. 성남시장 시절부터 경기도지사에 이르기까지 공적 권력을 사적 욕심을 채우는데 사용하며 자기와 이권을 함께한 측근들의 이익에 충실히 살아왔고 그 충실함을 당대표가 된 지금 공당의 공천에까지 적용하려는 이재명에게 공자의 자절사(논어 자한편 4장 子絶四, 4가지를 근절하라)를 들려주는 것이 무슨 의미일까 마는.

*이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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