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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근의 좌충우돌]이재용의 먹방 '평양 냉면 vs 부산 떡볶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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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근의 좌충우돌]이재용의 먹방 '평양 냉면 vs 부산 떡볶이’
  • 매일산업뉴스
  • 승인 2023.12.1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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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이종근 시사평론가

적폐로 낙인 찍어 괴롭히다가 평양 병풍 요구한 문재인
부산 동행시켰다고 반기업? 언제부터 민주당이 친기업?
윤석열 대통령이 6일 부산 중구 깡통시장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등 기업 총수들과 떡볶이 등 분식을 시식하고 있다.왼쪽부터 최재원 SK 수석부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 윤 대통령, 구광모 LG그룹 회장,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정기선 HD현대 부회장. ㄷ대통령실 제공.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6일 부산 중구 깡통시장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등 기업 총수들과 떡볶이 등 분식을 시식하고 있다. 왼쪽부터 최재원 SK 수석부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 윤 대통령, 구광모 LG그룹 회장,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정기선 HD현대 부회장. 대통령실 제공. ⓒ연합뉴스

지난 6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부산 전통시장의 분식집에서 떡볶이를 먹던 중 어묵 국물을 더 달라고 요청해서 맛있게 먹는가하면 주변의 시민들이 "이재용"을 연호하며 "잘생겼다"고 외치자 손가락을 입에 갖다 대며 익살스러운 표정을 지어 세간의 화제가 됐다. 그 자리에 함께한 구광모 LG그룹 회장,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등 부산엑스포 유치를 위해 힘쓴 기업 총수들도 시민들의 호응 속에 '먹방'을 찍었다.

이날의 행사는 윤석열 대통령이 2030 부산 세계박람회 유치가 불발된 후 처음으로 부산을 찾아 시민들의 성원에 사례하고 각종 지원책을 약속하는 자리였다. 당시 윤 대통령은 부산 전통시장의 분식집에 들러 동행한 부산 엑스포 민관유치위원회 소속 기업 총수들과 떡볶이, 빈대떡, 비빔당면을 먹었다. 더불어민주당은 윤 대통령이 부산 행사에 기업총수들을 대동한 것을 두고 민심 달래기에 재벌들을 강제 동원했다고 비난하고 나섰다. 전재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재벌 총수들을 뒤에 다 병풍처럼 세우고 떡볶이, 어묵 먹는 걸 보고 부산 민심은 분기탱천 중”이라며 “LG, 현대, 삼성 그분들 표정 보세요. 흔쾌한 표정이던가요?”라며 “대한민국이 무슨 아프리카의 저개발 국가도 아니고 독재국가도 아닌데, 굉장히 좀 실망스럽다는 말씀을 드리지 않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이종근 시사평론가
이종근 시사평론가

전재수의 표현대로 '대한민국이 독재국가도 아닌데' 대통령이 기업 총수들을 강제로 동원해 병풍으로 이용한 최악의 사례는 문재인 정부의 평양방문 경제인 동반이었다. 문재인은 2018년 9월 평양에서의 남북정상회담을 위한 방북단에 경제인들을 포함시키겠다며 기업 총수들에게 특별수행원으로 같이 갈 것을 종용했다. 문 정부는 고작 7일전에 이 계획을 기업들에 알리며 소집령을 발동했다. 각 기업들은 비상이 걸렸다. 분 단위로 움직이는 ‘오너’들의 일정을 짧은 시간 안에 바꾸는 것이 쉽지 않았고 일정을 조정한다 해도 일주일의 준비 기간은 촉박했다. 기업 총수들은 부랴부랴 ‘북한 공부’를 하거나 남북 경협 관련 기업들을 방문해 조언을 얻었다. 그러나 기업들에 있어 촉박한 일정보다 더 고민스러운 부분은 미국의 우려와 국제사회의 압력이었다.

미국은 핵에 대한 근본적인 북한의 정책 변화가 없는데도 북한이 이미 핵을 폐기하기 시작했다고 미국을 향해 떼를 쓰는 문재인의 노골적인 김정은 편들기에 예민한 상황이었는데 문재인이 기업들을 압박해 대북 경협을 하게 함으로써 국제사회가 공조 속에 연대해온 대북 제재 대오에 균열이 생기게 될까봐 우려하고 있었다. 미 국무부는 한국의 주요 대기업 총수들이 문재인의 평양행에 동행하는 데 대해 잇단 논평을 통해 대북 제재 이행 의무를 상기시키면서 남북경협 가능성이 제기될 때마다 지적해온 “특정 분야별 제재”를 언급, "남북 정상회담과 관련해 남북관계와 북한 비핵화가 별개로 진전될 수 없다"는 원칙을 거듭 천명했다.

외신들도 대기업 총수들의 평양행을 병풍 역할에 불과했다고 평가했다. 니혼게이자이는 2018년 9월 21일자 기사를 통해 "문 대통령이 재벌 개혁을 내걸고 대기업과 거리를 두고 있긴 하지만 남북 정상회담을 위해 그 역시 재벌의 힘을 필요로 했다"면서 문 대통령과 김정은은 구체적인 경협 성과를 원했겠지만 기업 총수들의 역할은 사실상 ‘병풍’에 불과했다고 평가했다.

미 중앙정보국(CIA) 북한 정보 분석관 출신인 정 박 브루킹스연구소 한국석좌는 2021년 1월 22일 브루킹스연구소가 발표한 ‘아시아의 민주주의’ 보고서에 포함된 ‘한국 민주주의에 드리워진 북한의 긴 그림자’란 글에서 문 대통령이 ‘전직 인권 변호사’라는 기대와 달리 “남북 화해라는 이루지 못할 짝사랑 같은 약속을 위해 자유주의적 국내 의제들은 무시하고 국내 민주주의를 훼손시키고 있다”면서 “경제적인 당근으로 김정은 정권을 유인하기 위해 한국의 4대 기업 총수들을 이끌고 평양을 방문했는데...한국 정부는 수백억 달러의 비용이 들 것으로 예상되는 남북철도 사업과 북한의 도로·항만 재건 등 인프라 사업을 제안한 것으로 보이고, 이 같은 한국의 행동은 워싱턴에 우려를 불러일으켜 미 정부는 한국 기업과 은행들에 반복해서 대북제재 이행의 필요성을 상기시켜야 했다”고 지적했다.

그렇게 문재인의 압박과 미국 정부의 우려 속에 평양에 갔던 대기업 총수들은 북한으로부터 '기막힌 냉면 대접'을 받아야했다. 평양에 간 방북단 일행이 9월 19일 옥류관에서 냉면을 먹고 있는데 리선권 북한 조평통위원장이 같은 자리에 앉아있던 이재용 당시 삼성전자 부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손경식 CJ그룹 회장 겸 한국경영자총협회장 등을 향해 "아니, 지금 냉면이 목구멍으로 넘어가느냐"고 면박을 준 것이다. 

리선권이 기업 총수들에게 한 모욕은 왜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처럼 '통크게' 대북 투자를 제안하지 않느냐는 불만의 표시였다. 북한의 냉면 생색내기와 돈 내놓으라는 윽박은 그렇다치고 이런 북한 정권의 패악질에 문재인은 항의는 커녕 침묵하며 외려 방조 조장했다. 문재인의 대북 투자 강요는 집요했다. 평양 회담 이후 1개월이 지나자 이번에는 문재인의 멘토, 문정인이 나서서 방북했던 기업인들을 불러 재차 대북한 투자압박을 가하려했다. 10월 23일 평양방문을 수행한 문정인 대통령 외교안보특보, 이해찬 민주당 대표, 이정미 정의당 대표 등이 모여서 고려호텔에서 함께 묵었다는 이유로 '고려회'를 결성했는데 이 자리에 초청받은 4대 그룹 총수는 모두 불참했다. 병풍 역할도 모자라 '욕받이 역할'까지 '수행'하라고 해놓고 AS까지 요구하는데 대한 대답이었다.

김대중 대통령이든 노무현 대통령이든 좌파정권들은 집권할 때마다 거액을 퍼주면서 남북정상회담을 추진했다. 그때마다 재계 총수들은 강제 동원됐다. 2000년 남북정상회담과 2007년 남북정상회담 때도 울며 겨자 먹기로 평양에 끌려갔다. 민주당은 대기업 총수들을 평소엔 개혁 대상, 청산 대상, 갈취의 대상으로 삼다가 때 되면 평양에 생색내기로 동원해놓고는 우파 정부가 행사를 함께하려하면 반기업적 행보라고 어깃장을 놓는다.

대기업 총수들에게는 평양에서의 냉면과 부산에서의 떡볶이, 어떤 것이 '찐 먹방'이었을까.

 

* 이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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