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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근의 좌충우돌]R&D 증액에 앞서 문재인 정부 과학기술 정책의 참사를 기억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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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근의 좌충우돌]R&D 증액에 앞서 문재인 정부 과학기술 정책의 참사를 기억하라
  • 매일산업뉴스
  • 승인 2023.11.2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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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이종근 시사평론가

사람 앞세우며 청년 과학도들의 꿈을 짓밟은 문 정부
오기와 내로남불과 운동권 논리로 점철하고 성과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6월 27일 동대문디자인플라자 컨퍼런스홀에서 양자과학기술 분야 주요 석학과 미래세대들이 참석한 가운데 ‘양자과학기술 현재와 미래의 대화’를 주재하면서, 양자과학기술이 가져올 미래와 우리가 나아갈 길을 논의하고 있다. @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6월 27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 컨퍼런스홀에서 양자과학기술 분야 주요 석학과 미래세대들이 참석한 가운데 ‘양자과학기술 현재와 미래의 대화’를 주재하면서, 양자과학기술이 가져올 미래와 우리가 나아갈 길을 논의하고 있다. @대통령실 홈페이지 캡처

1000조를 넘어선 국가 채무 관리를 위해 윤석열 정부가 국가재정 건전화의 일환으로 내년 예산을 긴축기조로 편성한 가운데 일부 연구개발(R&D) 예산이 삭감된데 대해 민주당은 예산을 되돌린다면서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이하 과방위) 예산 소위를 통해 일방적으로 8000억원을 증액하는등 여권에 대한 총공세를 펼치고 있다. 당 지도부를 비롯, 민주당 소속 의원들은 하나같이 지난 문재인 정부 과학기술 분야의 치적을 들먹이며 윤 정부가 지난 정부의 성과를 무너뜨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과연 그럴까.

문재인 정부에서도 R&D 예산 삭감과 관련한 논쟁은 많았다. 그중에서 가장 논란이 됐던 것이 우주개발 부문 R&D 예산 삭감이다. 국민의힘에서는 박근혜 정부에서 244% 증가한 우주개발 예산이 문재인 정부 들어 8%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주장했다. 2013년 3049억원이던 우주개발 예산은 꾸준히 증가해 2016년 7464억원까지 늘었지만 2017년 소폭 감소한 이후 5000억원 후반에서 6000억원 초반대에 머물렀다는 것이다. 당시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반박자료를 통해 문재인 정부(2018년~2021년)의 연평균 우주개발 예산은 6041억 원으로, 박근혜 정부(2013년~2017년)의 연평균 예산 5700억원보다 투자규모가 축소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또 우주개발 예산이 일부 감소한 이유는 한국형 발사체, 정지궤도위성(천리안 2A, 2B) 등 대형 우주개발사업의 종료 시점 도래 및 연차별 투자 소요 감소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종근 시사평론가
이종근 시사평론가

그러나 조선일보 2021년 6월 30일자 ''사공' 많은 누리호는 과연 달에 갈 수 있을까?' 제하 기사를 보면 당시 문재인 정부가 23조5000여억원 규모의 2022년도 국가연구개발 예산안을 짜면서 1조5000여억원 규모의 누리호 성능 고도화를 위한 R&D 예산을 전면 삭감했고 이에 따라 그동안 누리호 엔진 및 연료통, 페어링(화물탑재칸), 발사대 등 주요 부문 개발에 참여했던 R&D 인력과 장비들이 사실상 업무를 중단할 위기에 처해 있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당시 정부는 반복 발사를 위한 4기 추가 제작을 위한 예산안을 살려둬 기본적인 운영비·인건비 등은 보전할 수 있다는 입장을 표명했지만 기술 개발에서는 손을 놓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우주개발 분야 최대 실정은 비전문가인 문미옥 과학기술보좌관을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의 원장으로 전격 임명한 것도 모자라 문미옥의 탈원전 책임 문제가 대두되자 문재인 특유의 오기가 발동해 우주분야까지 문미옥에게 몰아준 것이다. 문재인은 그간 우주항공 분야의 핵심 인재들이 모여 연구 성과를 축적해온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을 제쳐놓고 탈원전으로 나라를 망친 문미옥을 원장으로 내리꽂은 STEPI를 국가 우주 정책 분야 싱크탱크 역할을 할 우주정책센터로 선정했다. 당시 두 기관의 유치 기관 신청서에 따르면, 항우연은 우주 정책, 우주 사업 정책, 우주 외교·안보 정책 등을 담당하는 14명의 인력 명단을 제출한 반면 STEPI는 자체 인원 7명 외에 항우연, 천문연 등에서 파견 전문 인력 4명으로 구성하겠다고 했다. ‘정책 및 사업 기획 등 실적’ 항목에서도 항우연은 5개를 적어냈지만, STEPI는 빈칸이었다.

잘못됐다는 비판을 받으면 오기를 부려 그 잘못을 더 크게 부정하려 드는게 문재인의 특징이다. 문미옥 만이 아니다. 박기영도 있다. 문재인 정부 과학 기술 정책 참사는 실패한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 참모들을 재기용함으로써 "참여정부는 실패하지 않았다"고 국민에게 강요하려 한 것에서 비롯된 것도 있다. 문재인은 박기영 노무현 청와대 과학기술 정책 보좌관을 문재인 정부의 과학기술혁신본부장으로 임명했다. 노무현 정부가 부동산 정책에 실패한 것을 부정하기 위해 당시 종부세 도입을 주도한 김수현 국민경제비서관을 문재인 청와대의 정책실장으로 등용해서 실패를 가리려한 것처럼 노무현 정부의 최대 실정 중 하나인 황우석 사태를 불러일으킨 책임자를 다시 소환한 것이다.

보수언론도 아닌 경향신문은 박기영 임명 당시 2017년 9월 2일자 ‘문재인 정부가 과학기술 분야에 유독 헛발질하는 이유’ 제하의 기사에서 문재인 정부의 '헛발질'은 ‘헛된 자신감’에서 비롯됐다고 지적한다. 과학계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박기영 임명을 강행한 것은 바로 2012년 민주통합당 시절부터 “참여정부 시절 과학기술 정책은 잘했다”고 피력해온 근자감에서 비롯됐다는 것이다. 한 국립대 교수는 같은 기사에서 참여정부 시절 과학 기술계의 성과는 황우석처럼 정치인·언론인들과 친하고 적극적으로 언론플레이를 하는 과학자에게 돌아갔다면서 “문제를 제기하는 연구자에게 대중의 분노가 쏟아졌고, 정부와 여당은 대중적 흐름에 편승해 과학자를 매장하고 황우석을 감싸기에 바빴다. 연구에만 매진하던 교수들에게는 황당한 상황이었고, 오히려 ‘민주주의는 과학계의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불신만 불러일으켰다”고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비롯한 당 관계자들이 15일 오후 대전시 유성구 신동 기초과학연구원(IBS) 중이온가속기연구소를 찾아 중이온가속기 라온(RAON) 시설을 살펴보고 있다.@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비롯한 당 관계자들이 15일 오후 대전시 유성구 신동 기초과학연구원(IBS) 중이온가속기연구소를 찾아 중이온가속기 라온(RAON) 시설을 살펴보고 있다.@연합뉴스

문재인 정부는 사람 중심의 사회를 위해 투명성과 공정성을 높이겠다며 지원자의 출신 지역, 학력, 연구 경력 등이 채용 과정에서 노출되지 않도록 한 블라인드 채용을 정부 연구기관에도 적용했다. 과학기술 분야에서의 블라인드 채용은 한마디로 개그 콘서트 코미디 소재감이었다. 연구 성과를 알지 못한 상태에서 어떻게 해당 특수 분야의 과학 인재를 채용할 수 있나. 실제로 2019년에는 국가보안 시설인 한국원자력연구원에서 블라인드 채용을 하다가 최종 면접단계에 중국 국적자가 올라오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운동권적 세계관으로 모든 세상을 일반화시킨 문재인 정부 내내 출연연마다 블라인드 채용, 일괄 정규직화로 인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었고 전공과 전혀 다른 인력이 선발되거나 인력 TO가 없어 연구자들의 부담이 가중되기도 했다.

서울대·카이스트·한양대 등 총 14개 대학의 원자력공학과 학생들은 문재인 정부 5년 내내 연구실에서 연구에 몰두해야할 시간에 거리로 나와 그동안 국내 과학자들이 피와 땀으로 축적해온 원자력 연구 성과를 증발시키고 국내 원자력 생태계를 파괴해 국가에 총 1000조원의 손실을 야기한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비판하며 ‘세계 최고 한국 원자력, 누가 그를 죽이는가’라고 씌어진 피켓을 들고 시민들에게 원자력 복원을 눈물로 호소해야했다. 당시 원자력 전공 학생들은 해외로 가야 하느냐 4~10년간 공부했던 걸 버리고 비원자력 분야로 진출해야 하느냐 둘 중의 하나를 선택하도록 강요받는 상황에서 탈원전이 단순히 자신들의 일자리 문제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환경과 미래가 달린 문제임을 인식하고 ‘원자력 지지 운동(Stand up for Nuclear)’을 힘겹게 펼쳤다.

2019년 문재인 정부 3주년을 맞아 문재인 정부의 공약을 중간 평가하는 ‘문재인미터’의 작업에 동참했던 김우재 중국 하얼빈공대 교수는 문재인 정부 과학기술 분야에 대한 평가를 통해 “당시 33개의 과학기술관련 공약을 중간평가하면서 문재인 정부의 국가비전 속에서 과학기술인은 사람이 아니라 국가의 부품으로 취급되고 있다고 판단했다”며 “인문학 정부에서 서민과 노동자, 여성과 청년, 소수자와 장애인은 사람으로 존중받고 정책으로 보호되지만, 과학기술인은 그렇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문재인 정부 시기 기관장 자리는 정권의 전리품으로 여겨지며 갑자기 수장이 자리에서 물러나고 기관의 역할이 모호해지고 있다는 지적도 끊이지 않았다. 문재인 정부의 사람중심 연구환경 정책기조에 연구현장에서 걸었던 기대는 여지없이 무너졌다"고 덧붙였다.

문재인 정부의 과학기술 정책은 오기와 내로남불과 자화자찬과 운동권 논리로 점철된 참사로 기록됐다. 영화 ‘메멘토 모리’의 주인공처럼 단기 기억상실증에 걸렸거나 얼굴이 철판같이 두껍지 않다면 수많은 실정들을 자행하는데 앞장 선 민주당이 야당이 됐다는 이유만으로 대전 내려가서 ‘젊은 연구자의 꿈’을 거론하며 현 정부의 과학기술 정책을 그리 쉽게 비판하지 못할 것이다.

 

*이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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