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2024-04-28 21:45 (일)
[이종근의 좌충우돌]누가 또 다시 이준석 애드벌룬을 띄우려하나
상태바
[이종근의 좌충우돌]누가 또 다시 이준석 애드벌룬을 띄우려하나
  • 매일산업뉴스
  • 승인 2023.11.13 06: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글ㆍ이종근 시사평론가

2021년 이준석 돌풍을 부추기고 이준석 바람으로 미화한 전력
혐오발언으로 저주하고 조롱하고 툭하면 가출하는게 ‘청년정치’?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4일 부산 경성대학교에서 열린 북콘서트 도중 눈물흘리는 모습.  왼쪽 사진은 이날 북콘서트 후 사인회를 하며 웃고 있는 이 전 대표. ⓒ연합뉴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4일 부산 경성대학교에서 열린 북콘서트 도중 눈물흘리는 모습. 왼쪽 사진은 이날 북콘서트 후 사인회를 하며 웃고 있는 이 전 대표. ⓒ연합뉴스

2011년 26살의 나이로 정치에 입문한 이준석은 그로부터 10년 후인 2021년 전당대회를 통해 정통 보수정당의 당대표가 된다. 낙선만 3번한 이준석이 선거에서 겨룬 후보들은 보수진영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 이후 유력 여성 거물 정치인으로 전국적 인지도를 가진 4선의 나경원, 이명박 정부 특임장관을 역임하고 대구에서 5선을 한 주호영 등 이 정당을 상징하는 정치인들이었으며 그로 인해 선거 초기 0선인 이준석이 당대표가 될 것이라고 예측한 전문가는 전무하다시피 했다. 그러던 이준석이 선거 흐름을 반전시키고 당대표가 돼서 ‘거물급’ 정치인으로 예우받는 데는 여론조사와 보수언론의 힘이 컸다.

대반전의 서막은 2021년 5월 22일 실시한 한길리서치 여론조사였다. 5월 22일 이전까지의 여론조사에서는 주호영과 나경원이 선두 다툼을 벌이고 이준석은 상당한 격차를 보이며 선두 경쟁을 바라만 보는 형국이었다. 그래서 당대표 후보 등록 마감일이었던 22일의 한길리서치 조사 결과는 충격이었다. ‘갑작스럽게’ 이준석이 30.1%의 지지율로 치고 올라오며 17.4%의 나경원과 9.3%의 주호영을 ‘단숨에’ 제쳐버린 것이다. 모든 드라마에는 플롯들이 쌓여나가는 과정이 있어서 그로 인해 개연성을 부여하는데 이날의 결과는 그전까지의 여론조사 결과들을 순식간에 폐지로 만들었다. 이 기관의 직전 여론조사에서는 나경원이 15.9%, 이준석이 13.1%로 2.8%p 차이였는데 수일만에 자그마치 12.7%p 차이로 역전시킨 것이다.

이 결과가 나오자마자 그 다음날인 5월 24일 조선일보에는 ‘서른여섯 이준석이 보수야당 대표가 되면?’이라는 논설위원의 칼럼이 게재됐다. 이 칼럼은 한길리서치의 여론조사 결과를 인용하며 “이런 이준석의 등장은 새로운 바람입니다”라고 평가했다. 전당대회는 18일이나 남았는데 조선일보는 이미 후보들간 경쟁이 한창 치열하던 이때부터 이준석을 전면에 부각시킨 것이다. 이 칼럼은 이준석을 ‘돌풍’의 주역이라고 상정하고 돌풍의 이유를 언론 노출 빈도가 높은 이준석이 적극적으로 이슈를 만들어 2021년 4월 7일 치러진 재보궐 선거에서 2030세대의 지지를 받아 승리하는데 기여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이 칼럼은 노골적으로 이준석을 ‘응원’한다.

이종근 시사평론가
이종근 시사평론가

“국민의힘은 바뀔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준석이 여론조사일지언정 1등으로 나옵니다. 당 대표 선거에서 신구 세대 경쟁이 벌어지면서 역동적입니다. 실제로 서른여섯 보수당 당 대표가 등장한다? 젊은 층에게 ‘수꼴-꼰대’로 비판받던 우파 정당 역사로 보면 천지개벽, 상전벽해 같은 일입니다.”

조선일보는 이준석이 당대표가 된 이후 두 번의 사설을 이틀 간격으로 내보내며 적극적으로 반겼다. 전당대회 바로 다음날인 6월 12일 '‘30대 이준석 대표’ 등 野(야)에 청년 혁명, 낡은 정치 확 바꾸란 국민 명령'이라는 제하의 사설에서는 이준석의 대표 당선을 1960년대 김영삼 김대중 이 철승이 주도했던 ‘40대 기수론’에 비유하며 “AI와 빅데이터, 5G 등 4차 산업혁명으로 세상은 빛의 속도로 변하는데 정치권은 과거의 틀에 매여 싸우고, 국민의힘은 그런 구태의 표본처럼” 돼 있어 국민들, 특히 젊은 세대는 이 낡은 정치에 신물이 났는데 이준석이 대안이 됐다고 칭송했다. 그 이틀 뒤인 6월 14일자 '최소 선거비, 자전거 출근, 파격 인사, 기존 정치 허무는 ‘이준석 바람’' 제하의 사설에서는 이준석이 선거 비용으로 3000만원을 썼다는 것과 국회 첫 출근을 공유 자전거로 했다는 것을 언급하며 선거과정에서는 ‘돌풍’으로, 당선된 이후에는 ‘바람’으로 이준석을 미화했다.

조선일보는 그후 2022년 8월 6일 '‘이준석 정치’를 이런 식으로 매듭짓고 기억되기 바라나' 제하의 사설에서는 이준석 징계로 비대위 전환을 진행하고 있는 국민의힘 상황을 안타까워했고 사흘 뒤인 8월 9일에는 '대통령이 먼저 겸손하고 진중해져야 한다'는 사설을 통해 “이준석 대표를 밀어내려다 여권 내분이 일어난 것은 금리와 물가 급등으로 힘든 국민 입장에서 ‘새 정부가 하는 일이 이런 것밖에 없느냐’는 생각을 하게 했다”며 당의 분란이 대통령실과 윤핵관의 책임이라고 대통령을 겨냥하기도 했다.

이준석은 김어준과 홍준표와 이재명의 캐릭터를 모두 합친 인물이다. 19대 총선에서 노원병에 출마한 나꼼수 멤버 김용민의 과거 ‘라이스 강간’ 발언이 재조명되며 민주당이 총선에서 참패하자 김어준은 화면에 ‘삐뚤어질테다’라고 걸어둔 채 자신이 운영하던 딴지일보를 잠정 폐쇄했다. 어느 유튜브에서 “윤석열이 대통령이 되면 지구를 떠나겠다”라고 호언장담하던 이준석은 윤석열 검찰총장이 사퇴한 순간부터 김어준처럼 ‘삐뚤어지기’ 시작했다. 홍준표는 어떤 막말을 해도 어떤 행동을 해도 퇴출되지 않는 정치인이다. 돼지 발정제 발언부터 아내의 고향 사람들 앞에서 아내를 당당하게 ‘촌년’이라고 부르고 운영위원장 시절 활동비를 생활비로 전용한 것까지 그 어느 하나라도 다른 정치인이 했다가는 그 순간 매장 당했을 것이다. 홍준표와 같이 질긴 맷집을 가진 이준석의 증오의 막말은 A4용지로 10여쪽을 담아도 넘친다. 이준석은 이재명과 함께 손꼽히는 나르시시스트다. 모든 것을 자기 중심으로 생각하며 자기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타인을 경시하다 못해 일상생활에 문제를 야기하는 자기애적 성격장애는 선거 승리는 다 내 덕이고 지지율이 떨어지는 것은 다 네 탓으로 돌리는 것으로 나타난다.

여의도의 2대 미스터리는 안철수의 새정치와 이준석의 청년정치다. 남을 조롱하고 나만 잘난 정치인이 생물학적 나이가 젊다고 해서 청년정치인가. 젠더 갈등을 부추기고 20대 남성과 여성을 갈라치는 것이 청년정치인가. 3번이나 낙선했지만 노원병에 계속 출마하겠다고 입이 닳도록 말해놓고서 이제 대구 현역 의원들을 비난하며 TK 석권을 부르짖고 있다. 인요한 혁신위원장이 소통의 창구를 열어놓자 느닷없이 윤 대통령의 사과를 조건으로 달더니 자신의 호언처럼 국민의힘 지지율이 떨어지지 않자 이젠 김건희 특검에서 큰 게 나온다며 당 지지율이 떨어지라고 저주의 주술을 내뱉고 있다.

2021년 5월 당시 여론조사와 언론의 조합으로 이준석이 급부상한 것처럼 2년이 지난 지금 다시 신당이라는 이름으로 이준석 풍선을 띄우려는 움직임이 보인다. 여기저기서 노무현의 부산 출마나 안철수의 국민의당을 이준석과 비교하며 신당 성공 가능성을 기사화하고 있다. 앞서 언급한 ‘서른여섯 이준석이 보수야당 대표가 되면?’은 당시 논설위원이었던 이동훈이 ‘이동훈의 촉’이라는 꼭지명으로 게재한 칼럼이다. 이동훈은 이 칼럼을 쓰고 17일 후인 2021년 6월 10일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대변인으로 임명된다. 이동훈은 자신의 칼럼을 쓰고 얼마나 지난 후에야 자신의 촉이 잘못됐다고 후회했을까.

 

*이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