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2024-04-29 08:40 (월)
[지구를 위한 첫걸음]업사이클 패션브랜드 세상에선 "내가 제일 잘나가"
상태바
[지구를 위한 첫걸음]업사이클 패션브랜드 세상에선 "내가 제일 잘나가"
  • 김혜림 기자
  • 승인 2022.05.31 06: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생활속 실천>행동하는 사람들(36) 카네이테이

산업부 ‘K패션 오디션’ 본상 수상 ... 군용 텐트로는 패션소품, 폐페트병으로 의류

 

ⓒ매일산업뉴스 김혜리 기자
정관영 카네테이 대표가 지난 25일 서울 성동구 서울새활용플라자에서 미 군용 텐트로 만든  지갑을 들어보이고 있다. ⓒ매일산업뉴스 김혜림 기자

[매일산업뉴스] KT, LG전자, 동서식품, 코오롱FnC, 카카오, 크래프톤(게임회사) 등 대기업이 협업 대상으로 점찍은 업사이클 브랜드가 있다. 바로 ‘카네이테이’다. 지난해 산업부가 국내 유망 브랜드를 육성하기 위해 진행하는 ‘K패션 오디션’ 본상도 수상했다.

지난 1~11일 서울 여의도동 ‘더 현대’에서 팝업스토어를 성황리에 마친 뒤 백화점들로부터 ‘러브콜’을 받고 있는 카네이테이는 업사이클 동네에선 "내가 제일 잘 나가!"라며 어깨에 힘줄만한 브랜드다.

서울 성동구 서울새활용플라자 1층에서 지난 25일 카네이테이 정관영 대표를 만났다.

“미 군용 텐트를 재활용한 소재가 특징인 우리 브랜드는 있는 그대로의 아름다움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카네이테이
ⓒ카네이테이

정 대표는 "군인들이 실제로 쓰던 것이어서 손질을 해도 숫자, 스크래치 등이 남아 있게 마련이지만 이를 인위적으로 지우지 않는다"고 말했다.

군용 텐트로는 주로 백팩, 지갑, 아이폰케이스 등 가방과 패션소품을 만든다. 폐페트병을 재활용한 친환경소재로 만든 의류도 소비자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정 대표는 “재활용에 중점을 둔 것은 아니었다”면서 “독특한 소재를 찾다가 미 군용 텐트를 만나게 됐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하지만 카네이테이를 론칭하기까지의 여정(?)을 보면 단순히 독특함에만 끌린 것은 아닌 듯하다.

정 대표는 2014년 세계적으로 유명한 ‘콜롬보‘ 악어백을 국내에 처음 소개한 ‘21 드페이’의 세컨 브랜드 ‘드페이’의 디자이너로 활동했다.

그는 “럭셔리한 악어가죽으로 계속 새로운 디자인을 만들어내는 일을 하면서 소박하고 자연스러우면서도 지속가능한 가방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그래서 찾아낸 것이 미 군용 텐트였다.

경기 포천 작업장에 쌓여 있는 미 군용 텐트들. ⓒ카네이테이
경기 포천 작업장에 쌓여 있는 미 군용 텐트들. ⓒ카네이테이

카네이테이의 출발은 화려했다. 2015년 1월 서울 청담동 SSG마트 ‘마이분’에서 연예인들이 대거 참석한 가운데 업사이클링 콘셉트의 밀리터리 컬렉션 가방과 액세서리의 탄생을 알렸다. 제품은 패션피플들의 단골숍으로 자리 잡은 ‘분더샵엔 컴퍼니’에서 독점판매를 했다. 신진 디자이너로선 행운이었지만 정 대표는 더 넓은 세상으로 나아가기 위해 재계약을 하지 않았다. 그는 면세점을 택했다.

2016년 오픈한 서울 동대문 두타면세점에 입점했지만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대한 중국의 보복으로 중국방문객이 급감하면서 1년 만에 엄청난 빚과 재고만 떠안고 철 했다.

정 대표는 “빚을 갚기 위해 2018년 온라인몰을 오픈하고 판매를 시작했는데 의외로 반응이 좋았다”면서 “무엇보다 미 군용 텐트라는 소재를 포기할 수 없었다”고 했다.

카네이테이는 부자재를 기성품으로 바꾸는 등의 시도를 통해 품질은 유지하면서 원가는 절감해 가격도 합리적으로 낮췄다. 

카네이테이가 지금까지 재활용한 미 군용 텐트는 100여톤에 이른다. 정 대표는 “버려지는 양에 비하면 먼지만한 양일 것”이라면서 “그래도 새 가죽 지갑을 살 사람이 카네이테이의 지갑을 구입하다면 그만큼 쓰레기가 줄어드는 것 아니겠느냐”고 했다.

정 대표는 지금도 경기도 포천 작업장에서 직원들과 함께 미 군용 텐트를 직접 세척하고 가공하는 일을 하고 있다.

카네이테이는 생산과정에서도 제로웨이스트를 철저히 실천하고 있다. 정 대표는 “미 군용 텐트를 구하는 것 차제가 어렵기 때문에 보물처럼 느껴져서 매우 아낄 수밖에 없다”고 했다. 또 원단 고유의 느낌을 살리기 위해 환경오염을 일으키는 염색은 전혀 하지 않고 있다.

정 대표는 “미니멀리즘을 추구하는 것이 환경을 위한 최상의 방법이지만 제품을 구매해야 한다면 업사이클 제품을 선택해보라”고 권했다. 처음엔 이질감이 있을 수도 있지만 쓰다보면 소박한 매력을 즐길 수 있다고 했다.

정 대표는 또 “인류 멸망의 시간이 코 앞으로 다가왔는데도 정부는 그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것 같다"면서 "폐자원 재활용 활성화를 위해 불필요한 규제를 없애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규제가 풀려 국군 텐트로도 카네이테이 제품을 만들고 싶다”고 했다. 현재 국군 텐트는 쓰임이 다하면 무조건 전량 폐기처분된다.

“재활용을 강조하기보다는 제품으로 승부하고 싶다”는 정 대표는 올해 말쯤 플래그십스토어를 오픈하고 소비자들에게 업사이클의 매력을 적극 알릴 계획이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