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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미의 재계포커스]윤석열 대통령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평택캠퍼스 달려간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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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미의 재계포커스]윤석열 대통령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평택캠퍼스 달려간 이유는
  • 이강미 기자
  • 승인 2022.05.21 10: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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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초일류 기술 세계에 알리는 실용외교의 첫발 의미
군사안보에서 경제안보로 한미동맹 공고화 다짐
윤석열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이 20일
윤석열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이 20일 삼성전자 평택캠퍼스에서 만나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있다. ⓒ대통령실

[매일산업뉴스]윤석열 대통령의 실용외교가 한미정상회담을 위해 방한한 조 바이든 대통령과의 첫 외교무대에서 빛을 발했다.

윤 대통령은 취임한 지 열흘 만인 20일 반도체의 심장으로 불리는 삼성전자 평택캠퍼스에서 바이든 대통령과 첫 만남을 갖고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경제동맹을 약속했다. 이는 한·미 양국이 군사·정치적 동맹을 넘어 경제·안보 동맹관계로 한차원 격상시키는 역사적인 쾌거를 이뤄냈다는 평가받고 있다.

특히 윤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은 권위주의에서 탈피한 실용외교의 진수를 보여줬다. 양국 정상이 회담할 경우 군사시설을 시찰하거나 대통령 집무실에서 첫 만남을 갖는게 통상적이다. 하지만 두 정상은 첫 만남의 장소로 최첨단 산업현장인 삼성의 반도체 공장을 택했다.

미국 대통령이 국내 반도체 공장을 찾는 것은 물론, 한미 정상이 동시에 방문하는 것도 사상 처음이다. 게다가 새 정부가 들어선 지 열흘 만에 미국 대통령이 한국을 방문한 것도 처음이다. 윤석열 대통령도 취임 이후 처음 찾는 산업현장이다.

당초 바이든 대통령은 방한 이튿날인 21일 평택캠퍼스를 방문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일정을 하루 앞당겨 도착 즉시 리무진을 타고 평택캠퍼스로 향했다. 이에 윤 대통령도 시쳇말로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평택으로 달려갔다. 윤 대통령은 먼저 평택캠퍼스에 도착해 바이든 대통령을 반갑게 맞았다. 윤 대통령이 당선인 시절 “지금은 총이 아닌 반도체칩으로 전쟁하는 시대”라며 “국익을 국정과제의 최우선으로 삼겠다”고 공언했던 실용외교를 첫 외교무대에서 보여준 것이다.

평택캠퍼스는 축구장 400개 규모의 세계최대 반도체 생산시설이다. 2017년 가동을 시작한 P1(메모리)라인에서는 메모리를, 2020년 가동한 P2는 메모리와 파운드리 제품을 각각 생산한다. P3라인은 올 연말 완공될 예정이다. 이 작업이 마무리되는 대로 P4라인 공사가 본격화되고, P5·P6라인도 순차적으로 건설될 예정이다. 삼성은 오는 2030년까지 총 171조원을 첨단 파운드리 공정 연구개발과 생산라인 건설에 투입할 계획이다.

두 정상의 만남에 가교역할을 한 것은 삼성전자다. 특히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역할이 컸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바이든 대통령의 요청에 대규모 투자로 화답했다.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시에 이어 지난해 테일러시에 170억달러(약 20조원)를 투입해 첨단 파운드리(위탁생산) 반도체공장을 짓기로 확정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방문에서 다시한번 이 부회장에게 감사의 뜻을 전했다.

이 부회장은 이날 밝게 웃으며 자신감 넘치는 모습으로 두 정상을 영접하고 직접 안내했다. 사실 두 정상을 맞이하는 이 부회장의 심적부담은 컷을 것이다. 가석방 상태로, 합병 관련 재판까지 받고 있는 등 사법리스크로 자유롭지 못한 상태다. 두 정상이 찾은 평택을 찾은 이날도 원래는 재판이 예정돼 있었다. 하지만 두 정상의 영접을 위해 재판부에 미리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고, 이틀 전에는 직접 현장점검을 하며 VVIP를 맞이할 준비에 만전을 기했다고 한다.

이 부회장의 안내를 받으며 윤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이 관심있게 살펴본 곳은 현재 가동중인 P1(메모리)라인과 올 연말 완공을 앞두고 있는 P3라인이다. 특히 이 부회장은 조만간 양산하는 차세대 GAA(Gate-All-Around) 기반 세계 최초 3나노미터(㎚·1나노는 10억분의 1m) 공정이 적용된 반도체 시제품을 소개했다. 두 정상은 3나노미터에 사용되는 최첨단 반도체 웨이퍼에 함께 서명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0일 오후 평택캠퍼스에 마련된 공동연설장에서 가진 환영사에서 바이든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방문에 대한 감사인사를 밝히고 있다. ⓒKBS TV 캡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0일 오후 평택캠퍼스에 마련된 공동연설장에서 바이든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방문에 대한 감사인사를 밝히고 있다. ⓒKBS TV 캡처

바이든 대통령의 평택캠퍼스 시찰모습은 같은날 금요일 오전(미 동부기준) 출근하는 미국 국민들에게도 생생하게 전달됐다. 바이든 대통령이 일정을 하루 앞당기면서까지 평택반도체공장을 찾은 것은 자국민에게도 매우 중요한 것임을 시사한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해 취임 직후부터 불거진 시스템 반도체 공급차질로 곤혹을 치렀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세계는 빠르게 변화하며 재편되고 있다. 미·중 무역갈등 속 우크라이나 전쟁까지 터지면서 군사력은 물론 공급망확보 경쟁까지 더해져 경제·안보의 중요성은 날로 커지고 있다. 그 중 최첨단 기술이 집약된 반도체는 가장 핵심전략인 셈이다.

미국은 시스템반도체 설계능력은 세계 최강(퀄컴, 엔비디아, 인텔 등)이지만, 설계만 잘할 뿐 정작 생산은 하지 못하고 있다. 설계를 받아 그대로 생산해 주는 파운드리(위탁생산) 능력은 대만의 TSMC가 점유율 52%로 세계 1위이고, 삼성전자가 18.3%로 2위를 달리고 있다. 특히 부가가치가 높은 10나노미터 이하 초미세공정이 가능한 곳은 전 세계에서 TSMC와 삼성전자뿐이다.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 초기부터 반도체공급망 재편에 사활을 걸고 있는 이유이다. 미국 상원과 하원은 자국내 반도체 생산력 증대를 위해 520억 달러의 연방자금을 지원하는 법안을 각각 상정했다. 미국 상원은 지난해 6월 ‘미국 혁신경쟁법’을, 하원은 올해 2월 ‘미국 경쟁법’을 각각 의결했는데, 법안의 내용이 달라 양원은 현재 최종 조율을 위한 심사를 진행 중이다. 관련 법안이 통과되면 미국에 진출해 있는 국내 기업들에게도 유리하다. 각종 세제지원 등을 받을 수 있다. 

윤석열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이 20일 삼성전자 평택캠퍼스에서 세계 최초 양산을 앞두고 있는 3나노미터 제품에 사용되는 웨이퍼에 사인하고 있다. ⓒ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이 20일 삼성전자 평택캠퍼스에서 세계 최초 양산을 앞두고 있는 3나노미터 제품에 사용되는 웨이퍼에 사인하고 있다. ⓒ대통령실

윤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은 시찰을 마친 뒤 삼성의 초일류 반도체기술을 중심으로 한 양국간 동맹을 공고히 하자며 미래를 약속했다.  특히 반도체공급망 확대와 경쟁력 강화를 통한 포괄적 경제·안보 동맹관계로 발전시켜 나갈 것을 다짐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평택캠퍼스 연설에서 국내 기업들의 미국 진출 지원과 미국 기업들의 한국 시장 투자를 요청했다. 윤 대통령은 “반도체는 우리의 미래를 책임질 국가 안보 자산”이라며 “과감한 인센티브와 필요한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약속했다. 그러면서 "미국의 첨단 소재·장비·설계 기업들의 한국 투자에도 큰 관심을 가져달라"고 말했다.

이에 바이든 대통령도 “평택캠퍼스 방문은 ‘한미 양국 경제협력의 상징”이라며 “반도체를 중심으로 공급망 재편을 위해 한국 등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들이 함께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치신인’ 윤 대통령이 ‘정치구단’ 바이든 대통령과의 성공적인 실용외교로 첫 발을 떼면서 삼성의 초일류 기술을 전 세계에 알렸다. "기업활동에 장애가 되는 것이 있다면 제거하는 것이 정부가 할 일”이라고 강조했던 윤 대통령의 향후 정치행보가 더욱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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