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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로 톺아보는 세상만사] 1.5조원...1분기 가계 대출 사상 첫 감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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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로 톺아보는 세상만사] 1.5조원...1분기 가계 대출 사상 첫 감소
  • 김혜림 기자
  • 승인 2022.05.25 09: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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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거래둔화, 금리상승, 대출규제 등으로 상승세 꺾여...전체 가계 빚도 6000억원 줄어
이자율 높은 보험사 등 대출은 외려 늘고, 기준금리 인상으로 이자 부담은 더욱 커질듯
ⓒ한국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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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산업뉴스] 1조 5000억원. 일반 가정들이 올해 3월말 기준 지난해 12월보다 금융권에서 빌려 쓴 돈이 이만큼 줄어들었다고 합니다.

줄곧 늘기만 하던 가계대출 상승세가 꺾였습니다. 분기별 가계대출이 감소세를 보인 것은 통계 작성 이후 처음입니다. 이 통계는 2002년 4분기부터 내기 시작했으니 20년 만에 처음으로 줄어든 것입니다.

가계대출이 감소하면서 일반 가정의 빚 규모도 9년 만에 6000억원이 줄었습니다.

한국은행이 24일 발표한 ‘2022년 1분기 가계신용(잠정)’ 통계를 보면 올 3월 말 기준 예금은행과 비은행 예금 취급기관에서 빌린 가계대출 잔액은 1752조 7000억원이었습니다. 지난해 말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1754조 3000억원이었습니다.

지난해 1분기의 경우 전분기 대비 34조 7000억원이나 늘어났던 것에 비하면 엄청나게 줄어든 것이지요.

한은 관계자는 가계대출의 감소 요인으로 주택 매매 거래 둔화, 가계대출 관리 강화, 대출 금리 상승 등을 꼽았습니다. 한은이 발표한 3월 예금은행 가계대출 평균 금리는 연 3.98%입니다. 이는 2014년 5월(4.02%) 이후 가장 높은 수준입니다.

대출 종류별로는 신용대출의 감소폭이 가장 컸습니다. 신용대출을 포함한 ‘기타 대출’이 전분기보다 9조 6000억원 줄어들어 역대 최대 감소 폭을 기록했습니다.

김혜림 대기자
김혜림 대기자

주택담보대출은 8조 1000억원이 증가했습니다. 그래도 전분기(12조 7000억원)보다는 증가 폭이 줄었습니다. 주택담보 대출의 증가폭이 둔화된 것은 주택을 사고파는 일이 줄어들었기 때문입니다. 전국 주택 매매 거래량은 지난해 4분기 19만 6000호에서 올해 1분기에는 13만 8000호로 줄었습니다.

신용카드 사용은 늘었습니다. 일종의 외상인 판매신용은 106조 7000억원으로 전분기보다 8000억원 증가했습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되면서 신용카드 사용이 부쩍 늘은 결과입니다.

가계대출과 판매신용을 합친 일반 가정들의 빚(가계 신용)은 1859조 4000억원으로 전분기 말 대비 6000억원 줄었습니다 가계신용이 감소한 것은 2013년 1분기 이후 처음입니다. 당시에는 전분기 대비 9000억원이 줄어들었습니다.

경제규모가 커지고 부동산 가격 등이 오르면서 가계 빚의 규모가 계속 커지고 있긴 합니다. 가계대출은 1년 전보다는 86조원 늘어났고, 여기에 신용카드 사용 등을 모두 합한 빚은 94조 8000억원이 늘어났습니다. 하지만 전분기보다는 줄어들어 감소세로 돌아섰다는 데 의미가 있습니다.

앞으로 거리두기는 더욱 완화될 것이어서 ‘보복소비’가 크게 늘 것으로 보입니다. 따라서 판매신용의 증가폭은 더욱 커질 것입니다. 윤석열 정부가 대출규제 완화 정책을 추진하고 있어 가계대출도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따라서 오는 2분기에는 가계대출과 가계신용이 사상 최대의 증가폭을 보일지도 모릅니다.

또한 지난 1분기에도 전체적으로 감소하긴 했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마냥 좋아할 만한 것도 아닙니다. 금융권별 가계대출을 보면 예금은행이 4조 1000억원, 저축은행 등 비은행 예금취급기관이 2조 5000억원 각각 줄었습니다. 그러나 보험사 등 기타금융기관 대출은 외려 5조 5000억원이나 늘었습니다.

예금은행과 저축은행 등 상대적으로 이자율이 낮은 금융권의 문턱이 높아지면서  이자율이 높은 보험사 등에서 돈을 빌린 것으로 보입니다. 따라서 전체적인 가계대출은 줄었지만 그 내용은 더 고약해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

뿐만이 아닙니다. 대출이자가 계속 오를 것으로 예상돼 걱정입니다. 오는 26일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1.50%에서 1.75%로 0.25%포인트 올릴 것으로 예상됩니다. 기준금리는 올해 1월과 4월에 각각 0.25%포인트씩 올랐습니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리면 대출이자도 따라 올라가게 마련입니다. 빚이 줄어도 이자가 줄지 않는다면 가계부는 붉은색으로 물들 수밖에 없습니다.

한국은행은 물가를 잡기 위해 금리를 올린다고 합니다. 금리는 올들어 벌써 두 번이나 올랐는데도 물가는 고삐 풀린 망아지 꼴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유세기간 중 서민의 ‘먹고사는 문제’에 집중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우선 자고새면 오르는 물가잡기를 서둘러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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