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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춘의 Re:Think] 연령 높다고 임금 삭감 안돼? 그럼 연령 높다고 연봉 높은 것도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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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춘의 Re:Think] 연령 높다고 임금 삭감 안돼? 그럼 연령 높다고 연봉 높은 것도 안돼!
  • 매일산업뉴스
  • 승인 2022.05.3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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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김용춘 전국경제인연합회 팀장/법학박사

대법원 판결, 청년 일자리 숨통 틔워줄 임금피크제 적극적 활용에 찬물
노사 합의 효력 불안정하게 해 노사간 분쟁과 갈등 초래할 가능성
ⓒ대법원 홈페이지 캡처

지난주 대법원의 임금피크제 판결이 화두였다. 2016년 정년이 60세로 연장되면서 많은 기업들이 임금피크제를 도입했다. 이 판결은 임금피크제의 유효성 기준을 최초로 밝혔다는 점에서 그 의의와 파장이 적지 않다.

대법원이 밝힌 그 기준은 ① 임금피크제 도입 목적의 타당성, ② 대상 근로자들이 입는 불이익의 정도, ③ 임금 삭감에 대한 업무 조정 등 조치의 도입 여부, ④ 임금피크제로 감액된 재원이 임금피크제 도입의 본래 목적을 위하여 사용되었지 여부 등 4가지다.

이 판결에 대해 많은 논란, 특히 고용주 측에서 볼멘소리가 나왔다. 기왕에 나온 확정판결이니 판결의 효력을 바꾸진 못하겠지만, 이번 판결이 밝힌 내용에 대해서는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

우선 대법원은 단지 연령이 높다는 이유만으로 임금을 삭감하는 방식의 임금피크제는 연령을 이유로 한 차별을 금지하고 있는 구 ‘고령자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에 위반되어 무효라고 판시했다. 지극히 당연한 명제로 이에 이의를 제기하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다.

하지만 이 명제가 당연하다면 그 반대도 성립해야 한다. 즉 단지 연령이 많다는 이유로, 오래 근무했다는 이유만으로 연봉을 더 받는 것이 당연시 되어서도 안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의 현실을 어떠한가. 임금 하방경직성으로 인해 한번 올라간 임금은 결코 하락하는 일이 없이 계속 올라가기만 한다.

김용춘 전경련 팀장/법학박사
김용춘 전경련 팀장/법학박사

물론 근무경험이 쌓일수록 숙련도가 올라가면서 생산성이 높아지는 경우에는 당연히 임금을 더 줘야 한다. 때로는 능력을 인정받아 고위직으로 승진될 수 도 있다. 하지만 나이와 생산성이 비례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는 것이 현장의 목소리이다. 그럼에도 이들의 임금은 신입사원의 3배에 달한다고 한다. 이번 기회에 기존의 경직적인 호봉제를 성과 또는 직무 연동형 임금체계로 개편할 필요가 있다.

대법원이 밝힌 기준이 불명확하다는 점도 문제이다. 물론 법률을 밥먹듯이 살펴보는 법조인들이야 척 보면 알지도 모른다. 하지만 매일매일 산업현장에서 씨름하는 근로자와 사용자 입장에서는 매우 당황스런 기준이다. 근로자와 사용자가 느끼는 불이익의 정도가 같을 수 있을까? 업무 조정 등의 조치가 적정하게 도입되었는지 노사가 공감할 수 있을까? 아마 노사 현장에서는 극한의 입장 대립만이 생길 것이 명약관화하다. 물론 이 사안을 일일이 소송을 통해 법원의 판단을 받아볼 수도 있겠으나, 판결이 하루 이틀에 나오는 것도 아니고 오랜 시간동안 노사간 많은 갈등과 소송대란 같은 사회적 낭비만 불러일으킬 수 있다. 이 판결을 기화로 고용노동부 등에서 보다 구체적인 가이드 라인을 마련하고 현장 컨설팅 등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

노사 자치 정신의 존중에 대해서도 언급할 필요가 있다. 임금피크제는 원칙적으로 노사합의를 통해 도입한다. 합의는 계약과 비슷한 것인데, 계약 관계의 대원칙은 ‘계약은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계약 과정에서 절차적인 문제, 즉 일방의 사기나 강요, 중대한 착오, 미성년자와의 계약 등의 경우에는 계약의 효력이 부인돼야겠지만, 이런 경우는 대부분 일방의 범죄나 과실이 있기 때문이다. 만일 당사자간 평화적인 계약의 효력을 보장해 주지 않는다면, 당사자간 평화적으로 계약을 체결할 유인은 떨어질 수 밖에 없다. 이러한 민사법의 대원칙에 비추어본다면, 이번 임금피크제 관련 판결은 노사가 평화적으로 합의한 내용의 효력을 불안정하게 만들 수 있는 것으로, 노사간 분쟁과 갈등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

임금피크제 도입 취지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임금피크제가 본격적으로 도입된 것은 2013년에서 2016년 사이다. 당시 일반 기업들의 정년이 57세 정도였는데, 박근혜 정부에서 급격한 고령화에 대응하고자 정년을 60세로 늘리면서 임금피크제 도입을 적극 권고한 바 있다. 왜냐하면 임금피크제는 고령자에게는 안정적인 일자리를, 청년에게는 더 많은 취업기회를 제공한다는 순기능이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 2015년 5월 7일자 기획재정부 보도자료 제목이 ‘공공기관 임금피크제로 2년간 6700명 청년 고용 전망’이었다.

하지만 이번 대법원 판결은 이러한 임금피크제의 적극적인 활용에 찬물을 끼얹었다. 올해부터 정부는 계속고용제도, 즉 사실상 정년연장을 위한 사회적 논의를 시작할 예정인데, 이처럼 임금피크제의 효력이 불안정해 진다면 어느 고용주가 근로자들의 정년을 연장하는 조건으로 임금피크제를 마음놓고 활용할 수 있겠는가. 앞으로 임금피크제의 순기능을 더 잘 살릴 수 있는 현명한 대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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