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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춘의 Re:Think]획일적인 근로시간 안녕! 노사 자율로 정하는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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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춘의 Re:Think]획일적인 근로시간 안녕! 노사 자율로 정하는 시대!
  • 매일산업뉴스
  • 승인 2022.05.1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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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김용춘 전국경제인연합회 팀장/법학박사

네이버 올 하반기부터 주3일제 또는 전면 재택근무 시행
국가가 몇 시간 근무해라, 몇 시간 쉬어라 간섭없어야
ⓒiSto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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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국내 최대 인터넷 기업 네이버가 올 하반기부터 획일적인 주5일제를 폐지하고 주3일제 또는 전면 재택근무를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선택은 근로자의 의사에 달려있다. 주4일제도 아니고 주3일제라니... 기사를 보는 순간 이게 정말 우리나라 뉴스가 맞는지 놀라서 다시한번 확인하기도 했다.

네이버는 왜 이런 주3일제를 들고 나온 것일까? 물론 동종 업계의 인재 유치 경쟁이 워낙 치열해서 이기도 하겠지만, 네이버가 공식적으로 밝힌 명분은 ‘언제’, ‘어디서’ 일하느냐를 따지지 않고 ‘일의 본연의 가치’에 보다 집중하겠다는 것이다. 이 말에 전적으로 공감한다.

우리는 지금껏 획일화의 시대에 살았다. 모두들 똑같은 시간에 출근해서 똑같은 공간에 앉아 똑같은 시간에 퇴근하는 것을 너무도 당연하게 여겼다. 심지어 밤 늦게까지 ‘사무실’에 앉아 있는 것을 미덕으로 삼는 경우도 많았다. 우리의 법 제도도 이를 전제로 설계되어 있다. 현행 근로기준법상 임금, 각종 수당이나 보상은 회사에 있는 ‘시간’에 비례해서 산정하는 방식이다.

김용춘 전경련 팀장/법학박사
김용춘 전경련 팀장/법학박사

하지만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살고 있는 오늘날에는 좀 이상하지 않은가. 어찌보면 일을 잘해서 빨리 끝내는 사람보다 느긋하게 오래 일하는 사람이 더 많은 보상을 받는 구조니 말이다. 과거 획일적·집단적 공장 노동 중심 시대에는 근무시간이 생산성에 비례했을지 몰라도, 지금처럼 지식근로가 중심인 시대에는 시간과 성과가 비례하지 않는 경우가 다반사다. 때로는 톡톡튀는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3시간만 일하는 것이 성과가 더 뛰어나기도 하고, 때로는 밤샘 집중근무하고 푹 쉬는 것이 매일매일 출근하는 것보다 더 효율적일 수 있다. 이제 모든 근로자에게 획일적인 하루 8시간, 주5일, 최대 주52시간 근무를 강제하는 근로기준법은 현실과 점점 괴리되어 가고 있다.

다행히 새로 출범한 정부가 근로시간 제도를 유연하게 바꾸겠다고 한다. 이참에 노사간 자율적 합의에 따라 자유롭게, 그리고 보다 효율적으로 근무시간을 활용할 수 있도록 대대적인 개혁이 이루어졌으면 한다.

예를 들어 독일식 근로시간계좌제를 도입해 보는 것은 어떨까. 독일은 노사합의에 따라 근로자들이 근로시간을 자율적으로 조절할 수 있다. 바쁠 때 초과근무한 시간, 다쓰지 못한 휴가 등을 근로시간 계좌에 저축해 놓았다가 근로자가 육아, 학업, 장기 해외여행 등을 위해 적립해 놓은 휴가를 자유롭게 사용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오랜 기간 근로시간을 저축했다가 나중에 조기퇴직용으로 쓰기도 한다. 기업 입장에서는 근로시간 규제에 얽매이지 않고 인력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근로자들은 직장을 다니면서도 세계일주나 대학원 공부, 육아 등과 장기간의 개인 시간을 쓸 수 있다는 점에서 서로 윈윈(win-win)이다. 물론 근로자가 원한다면 저축해 놓은 근로시간을 현금으로 받을 수도 있다. 그것도 이자까지 포함해서. 독일 대기업들의 80% 이상이 이 제도를 도입할 정도로 활용률이 높다고 한다.

유연한 근무시간에 대한 임직원들의 목소리는 점점 커지고 있다. 최근 애플의 유능한 인공지능 담당 이사인 이언 굿펠로우는 애플의 주3일 출근 방침에 반발해 사직서를 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네이버도 이러한 요구에 부응해 새로운 근로시간 제도를 도입했고, 다른 기업들로 확산될 가능성도 커 보인다.

이제는 법제도가 반응할 차례다. 언제 어디서 몇 시간을 일할지 노사가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도록 해주자. 물론 근로자의 의사에 반하여 장시간 근로를 강요하는 사업주는 단속해야겠지만, 그것이 아니라면 국가에서 하루 몇 시간만 근무해라, 몇 시간은 무조건 쉬어라, 일주일에 몇 시간까지만 일할 수 있다고 정해줄 이유는 없다. 바로 지금이 획일적인 근로시간 제도와 작별을 고해야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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