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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남현의 종횡무진]윤석열의 길, 한동훈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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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남현의 종횡무진]윤석열의 길, 한동훈의 길
  • 매일산업뉴스
  • 승인 2023.12.2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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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조남현 시사평론가

민주당이 ‘한나땡’ 외치는 건 두려움의 반증
윤석열 자처하며 윤석열 뛰어넘기가 관건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지난 1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지난 1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이 한동훈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체제로 총선을 치르게 되었다. 총선과 관련, 국민의힘 안팎에서 설왕설래가 거듭되었지만, 결국 한동훈 비대위 체제로 귀결된 것이다. 국민의힘으로서는 불가피한 선택이었을 것이다. 다른 대안도 검토하고 모색해 보았겠지만 뾰족한 수를 찾지 못했을 것으로 보인다.

물론 아직도 한동훈 비대위에 대한 회의론이 사라진 건 아니다. 한동훈이 정치 이력이 없다거나 정치적으로 검증받은 바 없다는 것, 그런 사람이 선거를 진두지휘할 수 있겠느냐는 등의 우려가 그런 것이다. 정치의 세계는 한동훈의 ‘검사의 길’과는 달라서 검사 한동훈으로서는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이제 회의론은 아무런 의미도 갖지 못한다. 이미 주사위는 던져졌고, 한동훈 비대위 체제는 루비콘강을 건넜다.

한동훈 비대위원장의 등장은 묘하게도 윤석열 대통령이 걸어온 길과 겹쳐 보이기도 하고 달라 보이기도 한다. 그래서 윤석열의 길과 한동훈의 길은 어떻게 같고, 어떻게 다른지 살펴보는 것도 중요한 관전 포인트가 될 듯하다.

다 알고 있듯이 윤석열은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는 한마디에 그의 이미지가 각인되어 있다. 원칙에 충실하며 소신을 굽히지 않는 강골 검사 윤석열은 국민에 강렬한 인상을 새긴 끝에 드디어는 대통령의 자리에까지 올랐다. 한동훈도 “맹종한 적 없다”는 메시지를 던지고 있는 조선 제일 검사의 이미지가 국민의 뇌리에 각인되어 있다. 거기다가 그는 군법무관 시절 중위의 계급으로 중령 계급의 고위급을 구속하는 강단을 보인 전력도 갖고 있다고 전해진다.

조남현 시사평론가
조남현 시사평론가

여기까지만 보면 한동훈은 윤석열의 길을 그대로 밟는 것처럼 생각된다. 그래서 윤석열의 길과 한동훈의 길이 같을 거라고 생각하기 십상이다. 그리고 한동훈이 윤석열의 길을 간다면 필패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것이다. 민주당에서도 ‘한동훈은 윤석열의 아바타’라는 프레임 씌우기에 열중이다. 민주당 장경태 최고위원은 18일 SBS라디오에서 “한 장관이 꼭 비대위원장이 됐으면 좋겠다. 국민의힘이 꼭 모셔오기 바란다”며 이른바 ‘한나땡(한동훈이 나오면 땡큐)’을 강조했으며, 정청래 최고위원도 “한동훈 비대위가 기대된다”고 했고, 우상호 의원은 김어준 씨 유튜브에 출연해 “이거야말로 미친 짓이다. 그래서 저희는 감사하다”고 했다.

민주당의 ‘한나땡’은 일견 그럴듯해 보인다. 한 위원장이 검사 시절 윤 대통령의 직계였다는 점, 윤 정부 첫 법무부 장관에 발탁된 이래 사실상 2인자로 인식되어왔다는 점, 그리고 무엇보다도 국민이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는 점에서 보면 민주당이 바라는 대로 ‘한나땡’이 될 수도 있다.

문제는 과연 민주당의 바람이 원하는 그대로 될까 하는 것이다. 한동훈의 길이 윤석열의 길이 아닌 전혀 다른 길이라면 민주당의 기대는 무산되고 만다. 어쩌면 민주당도 그걸 우려하고 있을지 모른다. 민주당이 ‘한나땡’을 외치는 것도 사실은 그런 우려의 반증일 수 있다.

그런데 한동훈은 윤석열과 같은듯하면서도 결이 다르다. 외모에서 풍기는 것부터가 그렇다. 윤석열이 무인 이미지라면 한동훈은 백면서생의 선비 이미지다. 윤석열이 수수한 애주가 스타일이라면 한동훈은 반듯하고 빈틈없는 스타일이다. 한동훈은 술도 마시지 않는다. 기자들과의 즉석 인터뷰에서도 군더더기 하나 없이 자로 잰 듯이 논리정연하게 발언한다.

더 중요한 건 한동훈이 윤석열의 아바타이냐는 점이다. 만일 아바타라면 민주당은 다가오는 총선에 관한 한 고민할 게 없다. 한동훈 아바타 프레임이라면 이재명 대표의 재판 리스크도 문제 될 게 없을 것이다. 그러나 한동훈은 윤석열의 아바타 역할은 하지 않을 게 분명하다. 그렇게 생각이 모자란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그는 윤 대통령과 어떻게든 차별화할 것이다. 바보가 아니라면 그런 생각을 하지 않을 리 없다. 그러면서도 윤 대통령과 파열음을 내지 않는 모습을 고민할 것이다.

모르긴 해도 한동훈은 스스로 윤석열 아바타가 아니라 “내가 바로 윤석열”이라며 정면승부를 펼칠 가능성이 높다. 윤석열을 자처하면서 윤석열을 뛰어넘는 것, 그게 한동훈의 길이다. 그건 국민의힘이 여당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중요한 건 한동훈이 그 길을 찾아내느냐다. 찾아낸다면 총선에서 국민의힘 승리를 이끌면서 그 자신이 차기의 가장 유력한 대권주자로 발돋움할 수 있겠지만, 찾아내지 못한다면 국민의힘과 그 자신은 물론 윤석열 정부의 몰락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이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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