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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남현의 종횡무진]백원우-김용 날리고 문재인-이재명 당당한게 사법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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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남현의 종횡무진]백원우-김용 날리고 문재인-이재명 당당한게 사법정의?
  • 매일산업뉴스
  • 승인 2023.12.0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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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조남현 시사평론가

문재인 30년지기 송철호 임기 채워주는 사법부의 서비스 정신
선거법 재판 세월아 네월아 이재명 지켜주기 지연재판 더 가관
문재인 정부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으로 기소된 송철호 전 울산시장(오른쪽)과 더불어민주당 황운하 의원이 29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선고공판을 마친 뒤 법정을 나서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3부(김미경 허경무 김정곤 부장판사)는 이날 선고공판에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송 전 시장과 황 의원에게 징역 3년을 선고했다. ⓒ연합뉴스
문재인 정부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으로 기소된 송철호 전 울산시장(오른쪽)과 더불어민주당 황운하 의원이 29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선고공판을 마친 뒤 법정을 나서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3부(김미경 허경무 김정곤 부장판사)는 이날 선고공판에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송 전 시장과 황 의원에게 징역 3년을 선고했다. ⓒ연합뉴스

문재인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혐의로 송철호 전 울산시장과 황운하 더불어민주당 의원, 백원우 전 청와대 비서관 등이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또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측근’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유죄 판결을 받고 구속되었지만, 몸통에 해당하는 문재인 전 대통령과 이 대표는 당당한 모습이다. 우리네 보통 사람들 같았으면 국민에게 사과하며 송구스러워할 법한데 두 사람은 아무 일 없다는 듯한 태도다.

두 사건 모두, 의혹으로부터 1심 판결에 이르기까지를 보면 사법 정의라는 게 있기는 한 건지 의문스럽지 않을 수 없다. 재판부가 세월아 네월아 하며 시간 끌기를 하는 바람에 1심까지의 기간이 너무 길었다. 그 바람에 송 전 시장은 그사이 임기를 다 마치고 말 그대로 ‘전 시장’이 되었다. 황 의원도 최고 법원 판단을 받기까지 임기를 무난히(?) 마칠 것이다. 유죄 판결이 무색해지는 것이다. 그나마 이제 1심일 뿐이다. 유죄 확정은 또 얼마나 걸릴까.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라는 말도 있지만, 이래서야 사법 정의를 의심하지 않을 수 있겠나.

조남현 시사평론가
조남현 시사평론가

지연 재판의 문제는 이 대표 재판에서 더욱 심각한 양상을 띠고 있다. 다른 사건은 그렇다 치더라도 고(故)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을 몰랐다는 선거법 위반 사건은 복잡하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이미 모든 증거가 다 드러나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도 아직 1심 재판이 언제 끝날지 기약이 없다. 도대체 법원은 무슨 사정이 있길래 이렇게 질질 끄는지 알 수 없다. 혹 사법부가 정치화된 탓은 아닌지, 김명수 사법부의 영향이 계속되고 있는 건 아닌지 의구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의아한 것은 공적 권한을 사적으로 이용해 선거에 개입하여 민의를 왜곡한 사건 범죄자들(현재까지는)의 형량이 고작 징역 3년이라는 점이다. 그 어떤 범죄보다도 죄질이 나쁘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지나치게 관대하다 하지 않을 수 없다. 가능한 한 법정 최고형이 선고되어 마땅하지 않은가.

더욱이 이른바 ‘청와대 하명 수사’로 시작된 선거 개입 사건에서 하명당사자는 처벌받는데 명령을 내린 주체는 왜 멀쩡하냐는 것이다. 당시 조국 전 민정수석 및 임종석 전 비서실장과 문 전 대통령은 왜 기소되지 않았느냐는 말이다. 노골적으로 말해 문 전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송 전 시장의 당선을 소망한다고 언급한 것도 보기에 따라 암시를 준 것이라고 볼 수 있지만, 그보다도 세 사람이 청와대 개입 사실을 몰랐으리라고 보기는 어렵지 않은가.

물론 임 전 실장은 “백원우 민정비서관이 반부패비서관에게로 첩보를 넘겼고, 반부패비서관은 이 내용을 해당 경찰청 특수수사과로 이첩한 게 전부”라며 본인과 문 전 대통령의 관련성을 전면 부인하지만,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 말마따나 이 ‘거대한 선거 공작’이 고작 청와대 비서관 한 명에 의해 이루어졌다고 생각하기는 어렵다. 임 전 실장의 해명은 형식적인 절차가 그렇다는 것일 뿐 선거 공작 의도가 없다는 것을 입증하는 것은 아니다.

김용 전 부원장의 유죄 판결 및 법정구속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이 대표가 보인 반응도 과연 그다웠다. 이재명‘스럽다’고 해야 할까. 그는 아직 재판이 끝난 게 아니라는 취지로 딱 한 마디만 말했다. 그건 대법원 확정판결까지는 범죄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제1야당이자 원내 제1당 대표이며 김 전 부원장 사건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사람(김용 판결문에 이재명이라는 이름이 120번이나 언급됐다)으로서 취할 태도가 아니다. 진실은 그가 가장 잘 알 것이다. 따라서 아니면 아니라고 분명히 말해야 하고, 사실이면 그렇다고 말해야 옳다. 그러나 그는 지켜보자는 투로 말했다. 그는 늘 이런 식이었다. 이는 곧 도둑질했어도 들키지만 않으면 그만이라는 식이다.

만일 도둑질해도 들키지만 않으면 그만이라는 생각이 팽배한다면 그 사회는 카오스의 세계가 될 것이다. 검은 음모가 판을 칠 것이고, 세상은 불신으로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의 장으로 변할 것이다. 모름지기 정치인이라면 사회의 신뢰를 높이는 데 기여하지는 못하더라도 최소한 불신을 키워서는 안 된다. 특히 공당의 대표이자 유력 대선주자였고, 앞으로도 스스로 그걸 기대하는 사람이라면 더욱 그래야 하지 않는가. 그런데 이 대표는 신뢰 쌓기와는 거리가 멀다. 이 대표는 오히려 그의 주도 아래 민주당이 국정 발목잡기 등 정쟁으로 불신 및 정치혐오를 키우는 데 열중하고 있다.

이 대표가 불신을 키우는 데 몰두한다는 비난을 감수하면서까지 정쟁만을 일삼는 것은 필시 김용 유죄 판결 및 구속으로, 이제는 가물가물해진 대장동 게이트의 기억이 국민 가운데 되살아나는 것을 막음으로써 선거 승리를 통해 살길을 찾고자 하는 게 아닐까. 그런데 그게 막는다고 막을 수 있는 것일까. 그러기에는 죄질이 너무 나쁘고, 책임이 너무 엄중하다. 재판부가 “선출직 공무원으로서 공무집행하는 데 있어서 사회 신뢰를 훼손했다”고 판결 이유를 밝힌 것도 사안의 엄중함을 말해준다.

판결에 따르면 대장동 게이트는 구체적인 실재임이 분명하다. 재판부는 비정상적인 정치적 개입을 통해 성남 도시개발공사가 설립됐고, 이후 공사가 민간업자들의 이권 개입의 통로가 되었으며, 거이에 김용이 개입되었는 ‘사실’을 구체적으로 적시했다. 그리하여 지역주민과 공공에 돌아갔어야 할 개발이익 상당 부분이 민간업자들에게 귀속되는 결과가 발생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는 그간 이 대표가 대장동 사업을 단군 이래 최대 치적이라고 큰소리치며 자신만만해 왔던 게 얼마나 낯 두꺼운 일이었는지를 웅변한다.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왼쪽),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 ⓒ연합뉴스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왼쪽),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 ⓒ연합뉴스

유동규 전 성남 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은 “이재명이 수혜자이고 주위 사람은 다 도구”라고 했다. 그는 처음엔 이재명을 위해 죽음까지도 불사하겠다는 마음을 가졌다가 배신감에 등을 돌린 사람이다. 그래서 이재명 측은 그의 증언을 인정할 수 없다는 주장을 해왔는데, 재판부는 이 문제를 깔끔하게 정리해 주었다. 유 전 본부장이나 이번 판결이 아니더라도 대장동 사건은 누가 봐도 이 대표가 중심에 있고 다른 사람은 다 쭉정이였다는 추론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이런 가운데서도 민주당과 그 지지자들이 이 대표를 결사옹위하며 나라를 흔들고 있다. 개탄스러운 것은 그런 가운데서도 내년 총선에서 민주당의 승리 전망이 유력하게 점쳐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는 국민이 올바른 판단을 하지 못할 뿐 아니라 아예 판단 자체를 하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준다. 정치철학자 한나 아렌트(Hannah Arendt)는 홀로코스트의 실무 책임자였던 힘러(Himmler)의 재판과정을 지켜보며 ‘악의 평범성’에 경악했다. 거악이 아니라 평범한 인간이라도 악행을 저지를 수 있다는 점에서였다. 아렌트는 그 까닭을 생각하지 않는 데서 찾았다. 생각하지 않으니 이성이 마비되고 옳고 그름을 판단하지 못한 채 악을 행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생각하지 않는 지적 게으름은 죄악이라 할 수 있다. 우리 국민이 생각하지 않는 지적 게으름으로 죄를 짓지 않았으면 한다.

 

* 이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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