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2024-04-28 00:55 (일)
[지구를 위한 첫걸음]농업 부산물로 화장품 만들어 쓰레기 제로 시대 연다고?
상태바
[지구를 위한 첫걸음]농업 부산물로 화장품 만들어 쓰레기 제로 시대 연다고?
  • 김혜림 기자
  • 승인 2023.01.31 06: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생활속 실천>행동하는 사람들(64) 디캔트
와인 찌꺼기로 마스크팩, 아마존 '지구 지속가능 제품' 인정
디캔트 김상욱 대표가 지난 20일 서울 강남구 사무실에서 와인 퍼미스를 업사이클링한 원료로 만든 빈느와 제품을 보여주고 있다. ⓒ매일산업뉴스 김혜림기자 

[매일산업뉴스] "우리는 농산물 분야의 '테라사이클'을 꿈꾼다.”

테라사이클은 지구상에서 '쓰레기'라는 개념 자체를 없애자는 글로벌 재활용 기업이다. 농산물의 부산물을 재활용함으로써 그 개념 자체를 없애겠다고 나선 기업이 있다. 바로 업사이클링 클린 뷰티를 표방하고 있는 디캔트다.

와인 퍼미스  ⓒ디캔트

농산물의 부산물로 화장품을 만드는 일이 가능할까 싶은데, 그 작업을 통해 부산물의 씨를 말리겠다니? 이루어질 수 있는 꿈일까?

서울 강남구 사무실에서 지난 20일 만난 김상욱 대표는 “디캔트가 만드는 화장품 ‘빈느와’의 주성분이 와인을 만들 때 나오는 부산물”이라고 밝혔다.

김 대표는 독일 유학 중 와이너리(포도주농장)에서 1차 발효 후 나오는 포도 껍질과 씨앗, 가는 줄기 등의 퍼미스가 골칫거리임을 지켜봤다. 

전세계에서 한해에 소비되는 와인의 양은 연간 3000만t에 이르며, 이를 제조할 때 퍼미스가 1000만t 이상 생긴다. 이 퍼미스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화탄소 양은 자동차 260만대가 내뿜는 양과 맞먹을 정도다.

와인 퍼미스(왼쪽)를 화장품 원료로 업그레이드 하기 위해 연구하고 있는 김상욱 대표.ⓒ디캔트

식품공학도였던 김 대표는 와인 퍼미스에 항산화성분이 풍부하다는 점에 착안해 화장품 원료로의 업사이클링에 도전했다. 김 대표는 경북 경산에 둥지를 틀고 실험을 이어갔다. 연구를 거듭한 끝에  맞춤한 균주를 찾아낸 김 대표는 퍼미스를 다시 발효시켜 항산화성분을 무려 800%나 업그레이드하는 데 성공했다. '그린 디캔팅 테크놀로지(이하 GDT)'로 이름붙인 이 기술은 국내에서 4개의 특허를 받았고, 미국과 유럽에서 특허 출원 중이다. GDT 과정을 거쳐 탄생한 와인 추출물은 2021년 화장품 원료로는 처음으로 녹색기술인증도 받았다. 

디캔트의 와인 추출물로 만든 첫제품은 ‘뽑아쓰는 마스크팩’이었다. ‘와인’ ‘비건’ 키워드를 앞세워 유럽 시장을 먼저 두드렸다. 2020년 핀란드로 건너간 마스크팩의 초도물량은 생각보다 빠르게 완판됐다. 그 성공에 힘입어 그해 6월에 국내 펀딩 플랫폼 ‘와디즈’에도 도전했다. ‘프랑스 왕비 마리왕투와네트의 욕조를 채웠던 것이 바로 와인이었다’는 스토리텔링을 내세운  마스크팩은 목표액의 무려 1112%를 달성했다.

미국 아마존 홈페이지에 있는 빈느와 제품. 제품 바로 위에 '‘Climate Pledge Friendly' 배지가 있다. ⓒ디캔트

2021년 7월 법인 전환한 디캔트는 2022년 7월 ‘빈느와’를 론칭했다. 현재 핀란드 등 유럽 10여개국과 미국 아마존, 월마트에서 판매되고 있다. 특히 아마존에선 '미래 세대를 위해 지구를 보호하는 지속 가능한 제품'임을 인정받아 ‘Climate Pledge Friendly(기후 서약 프렌드리)' 배지를 받기도 했다. 국내에서도 입소문이 나면서 점차 찾는 이들이 늘고 있다.

제품은 세범 밸런스 블렌딩 토너, 솜사탕 토너, 멀티 시어 글로우 스틱, 멀티밤, 밸런스 스크럽 샤워바 등 7가지 제품이 나오고 있다. ‘제품 구색을 갖춰 달라’는 해외 바이어들과 국내 소비자들의 요구로 올해 안에 20가지 제품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김 대표는 “지난해 매출은 2억4000만원 정도였고 업사이클링한 와인 퍼미스는 2톤 남짓이었지만 올해 매출 목표는 20억원으로  와인 퍼미스를 20톤쯤 사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국내 20여곳의 와이너리에서 나오는 와인 퍼미스를 농협을 통해 무상으로 제공받고 있다. 프랑스 미국 등 해외에서 들여오는 와인 퍼미스도 운반료만 들어가고 있다. 고품질의 빈느와를  중저가 가격대에 판매할 수 있는 이유다.

김 대표는 “캘리포니아에선 와인 퍼미스 1톤을 치우는 데 40만원 정도의 비용이 든다”면서 “미국 현지에 공장을 짓는다면 비용을 받고 원료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디캔트는 와인 퍼미스를 시작으로 다양한 농산물 부산물의 화장품 원료화에 도전하고 있다. 홍삼을 만들고 난 찌꺼기, 맥주박, 막걸리지게미 등등이 후보 목록에 올라 있다. 최근 상품가치가 없는 사과를 GDT 공법으로 2차 발효해 원료로 사용한 시제품을 내놨다.

김 대표는 “빈느와를 통해 농산물 부산물이 화장품 원료로 가치가 크다는 것을 알린 뒤 GDT를 적용해 개발한 원료를 화장품 기업에 납품하는 B2B로 사업을 확장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렇게 되면 업사이클링하는 부산물의 양도 엄청나게 늘어날 것이란다. 

김 대표는 “식량도 부족한데 먹을 수 있는 과실 등으로 화장품을 만드는 것은 낭비”라면서 “버려질 경우 지구를 병들게 할 부산물을 활용해 화장품을  만든다면 기후위기 극복에도  한몫할 수 있어 일석삼조 이상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소비자들에겐 열린 마음을 가져달라는 부탁을 했다. 업사이클링 원료들이 먹고 바르는 데 적용된 것이 최근이어서 아직은 거부감이  남아 있는 상태다.  김 대표는 ”업사이클링 상품에 대해 마음을 열고 다가와 먹어보고 발라보면 좋겠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