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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춘의 Re:Think]'규제의 역설' 규제 철폐해야 장애인 고용 늘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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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춘의 Re:Think]'규제의 역설' 규제 철폐해야 장애인 고용 늘어난다
  • 매일산업뉴스
  • 승인 2023.01.2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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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김용춘 전국경제인연합회 팀장/법학박사

좋은 취지의 표준사업장 막는 금융관련법과 공정거래법
자회사 떠안은 회사는 필요 이상으로 장애인 고용해 구조조정 압박만
노동당 장애인위원회 및 관련 단체 관계자들이 지난해 12월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장애인노동권 보장을 위한 장애인고용부담금 현실화 및 국가책임-권리중심중증장애인맞춤형공공일자리 쟁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노동당 서울시당 제공ⓒ연합뉴스
노동당 장애인위원회 및 관련 단체 관계자들이 지난해 12월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장애인노동권 보장을 위한 장애인고용부담금 현실화 및 국가책임-권리중심중증장애인맞춤형공공일자리 쟁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노동당 서울시당 제공] ⓒ연합뉴스

상시 100인 이상 근로자를 고용하는 기업은 총 근로자의 3.1% 이상을 장애인으로 고용해야 한다. 위반하는 기업은 장애인고용 부담금을 내야 한다. 비록 고용시장에 대한 규제이긴 하지만, 취업 약자인 장애인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니 제도의 취지는 충분히 수긍이 간다.

물론 기업들이 현실적으로 장애인 의무 고용률을 준수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기업의 의지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기업이 필요한 인재 중 장애인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화학회사는 화공과 출신 대졸 엔지니어가 필요한데, 지원자 전원을 합격시켜도 3.1%라는 기준선을 넘기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그래서 상당수의 기업들은 불가피하게 장애인 고용 부담금을 내고 있다. 2021년 삼성전자는 242억원, 경기도 교육청은 118억원, 연세대학교는 52억원, 국민은행은 47억원의 부담금을 냈다.

김용춘 전경련 팀장/법학박사
김용춘 전경련 팀장/법학박사

이러한 기업들의 고충을 덜어주고자 2008년 별도의 자회사를 만들어 장애인을 고용하는 경우, 이를 모회사에서 고용한 것으로 간주하는 자회사형 장애인 표준사업장 제도가 도입된 바 있다. 이에 따라 많은 기업들이 별도의 자회사를 설립하여 장애인 고용을 늘리고 있다. 자회사는 모회사의 사업과는 별개로 구내식당, 사무보조, 주차, 공장관리 등의 업무를 수행하기에 그만큼 장애인을 고용할 수 있는 업무 폭이 넓기 때문이다. 제도의 유연성을 활용한 좋은 제도다.

그러나 대한민국이 어떤 나라던가. 세계경제포럼(WEF)이 평가한 정부규제부담 순위 141개국 중 87위에 빛나는 규제공화국 아니던가. 참 좋은 취지의 표준사업장 제도건만, 다른 법에 있는 규제가 어이없이 이를 막아버렸다. 대표적인 주인공은 바로 금융관련법과 공정거래법이다.

금융회사는 법적으로 자회사형 장애인 표준사업장 제도를 활용할 수 없다. 금융관련법에서는 금융회사가 비금융회사를 소유, 지배하는 것을 금지하는 금산분리(金産分離) 정책을 견지하고 있다. 즉 은행 등 금융회사는 제조업, 서비스업 기업에 대해 15%이상 지분을 보유하는 하는 것이 금지되어 있다. 이는 산업자본의 부실이 금융권으로 전이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취지다. 장애인을 고용하기 위한 자회사는 일반적으로 금융회사가 아니다. 때문에 자회사형 장애인 표준사업장 설립은 금산분리 정책에 의해 원천적으로 금지되는 결과가 된다.

지주회사도 마찬가지다. 지주회사는 그에 속한 계열사들끼리 공동출자가 금지된다. 때문에 여러 회사가 힘을 모아 규모있는 자회사형 장애인 표준사업장을 만들고 싶어도 만들 수가 없다. 더 큰 문제는 이미 공동출자를 통해 자회사를 보유하고 있던 일반회사들이 지주회사로 전환할 때다. 한 개 회사를 제외하고 나머지 기업들은 모두 지분을 정리해야 하다보니 나머지 기업들은 졸지에 장애인 의무 고용률 위반기업으로 전락하게 된다. 또 혼자 자회사를 떠안은 회사는 필요 이상으로 많은 장애인을 고용한 셈이기에 오히려 구조조정 압박만 받게 된다. 지주회사 공동출자 금지 제도의 취지는 대기업의 경제력 집중을 막고자 함이나 불똥은 애먼 장애인들에게 튀었다.

이 외에도 여러 장벽들이 있다. 일정 규모 이상 자회사형 장애인 표준사업장에 계열사들이 거래계약을 맺을 경우 소위 일감 몰아주기 규제나 공시부담 등이 커진다고 한다. 그러니 기업들은 장애인에 대한 채용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규제가 장애인에 대한 장애가 된 셈이다.

이 같은 규제 부작용이 생기는 이유는 우리나라에 특이한 규제가 너무 많아서다. 결국 근본적인 해결책은 대대적인 규제개혁이다. 다행히 이번 정부에서 규제개혁에 적극적이니, 이번에는 87위라는 참담한 성적표를 증명하지 말고, 87위가 틀렸음을 정면으로 반박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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