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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춘의 Re:Think]약자 만능주의의 함정, 이번엔 노란봉투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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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춘의 Re:Think]약자 만능주의의 함정, 이번엔 노란봉투법
  • 매일산업뉴스
  • 승인 2022.08.1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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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김용춘 전국경제인연합회 팀장/법학박사

불법행위 책임 묻는건 법치국가의 기본
약자 보호미명 하에 선량한 약자에 피해 전가
금속노조가 지난 7월 19일 대우조선 하청노동자 하업 윤석열 정부 담화문 규탁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전국금속노조
전국 금속노조가 지난 7월 19일 대우조선 하청노동자 파업 윤석열 정부 담화문 규탄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전국금속노조

51일간 이어지던 대우조선해양 협력업체 불법파업이 겨우 봉합됐다. 그러나 여전히 갈등의 불씨는 남아있다. 8천억원에 달하는 손해배상 문제에 대해서는 노사 양측간 합의가 없었기 때문이다. 원청인 대우조선해양 측에서는 법과 원칙에 따라 손해배상을 청구할 방침이라고 한다. 만일 정당한 쟁의행위였다면 노동조합법 제3조에 따라 당연히 면책되겠지만, 불법행위였다면 응당 그에 상응한 책임을 지게 될 것이다. 어찌보면 법치주의 국가에서 당연한 상식이다.

그러나 노조, 그 중에도 민주노총은 역시 우리 사회의 절대 강자인가 보다. 사실상 입법권을 장악한 거대 야당이 앞다투어 원청의 손해배상 청구를 반대하고 있는 것을 보면 말이다. 노사관계는 당사자가 풀어야지 사법 만능주의로 흐르면 안 된다거나, 약자인 저임금 근로자가 생존권을 지키고자 한 행위이므로 이를 불법으로 보아선 안 된다고 주장한다. 심지어 ‘노란봉투법’이라는 법을 만들어 손해배상청구를 못하게 하겠다고까지 한다.

김용춘 전경련 팀장/법학박사
김용춘 전경련 팀장/법학박사

노조를 무조건 보호하고 싶은 마음은 알겠지만 주장 내용은 참으로 황당하기 짝이 없다. 노조라는 이유만으로 불법행위를 했는데도 불법이 아니라고 하거나. 책임을 물으면 안 된다는 것이 가당키나 한 말인가. 더욱이 사법 만능주의로 흐르면 안 된다고 강변하지만 사실 노조가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남발하는 경우가 훨씬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회사는 노조를 상대로 소송을 자제해야 한다는 주장은 도무지 어떻게 이해해야할 지 모르겠다.

노조가 약자인지도 잘 모르겠지만 설사 그렇다 하더라도, 약자의 행위라는 이유만으로 불법행위에 면죄부를 주여야 하는 이유는 더더욱 모르겠다. 만일 노란봉투법이 통과된다면 안 그래도 무소불위인 노조의 불법행위는 더욱더 기승을 부릴 것이고, 이로 인한 피해는 선량한 다른 근로자들은 물론, 관련 지역 자영업자, 영세 거래처, 일반 주주 등이 고스란히 떠안아야 한다. 그들 중에 불법행위를 자행한 노조들보다 더 약자가 없다는 보장이 어디 있는가. 그리고 법은 불법행위를 한 자와 죄없는 사람 중 누구를 보호해야 하는가. 노란봉투법은 피해를 아무 죄없는 시민들에게 떠넘기는 노조방탄법일 뿐이다.

우리 사회에서 약자라는 프레임을 이용한 막무가내식 주장 사례는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수개월째 지속되고 있는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의 출근길 지하철 시위. 정말 직접 안 당해본 사람은 모른다. 주장의 당위를 떠나 왜 아무 죄없는 시민들에게 피해를 주는지, 왜 무고한 시민들이 붐비는 아침 지하철에 갇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해야 하는지 정말 이해할 수가 없다. 더욱이 지하철에는 다른 장애인이나, 거동이 더 불편한 노약자들, 급한 사정이 있는 시민들도 있을텐데 말이다. 주장이 타당하더라도 수단이 적절하지 못하면 그 행위는 결코 민주 사회에서 수용될 수 없다.

이외에도 약자 보호를 위한 정책이 실제로는 또 다른 약자에게 피해를 주는 사례는 얼마든지 있다. 동네 서점을 보호하기 위해 도서정가제를 시행했지만 가난한 서민이나 학생들은 오히려 더 비싼 돈을 주고 책을 사야 한다. 중소기업을 보호한답시고 대기업 진출을 막았지만, 오히려 대기업 채용이 줄어서 구직자들의 채용 기회만 줄이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기사도 있다. 사실 대기업은 부자일지 몰라도 근로자는 서민일 수 있고, 중소기업은 가난할지 몰라도 사장은 부자인 경우가 많은데도 말이다.

물론 약자 보호는 당연히 필요하다. 이는 정부의 가장 큰 임무 중 하나다. 이를 부인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하지만 그 수단과 방법도 합리적이어야 한다. 약자의 주장 또는 행위라는 이유만으로 면죄부를 주거나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는 약자 만능주의로 흘러서는 안 된다. 약자를 보호한다는 따뜻한 미명 하에 또 다른 선량한 약자에게 피해를 전가하는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이다. 이는 정의와 공정의 이념에도 맞지 않다. 우리가 지향해야 할 것은 약자의 탈을 쓰고 목소리 큰 사람이 아니라, 묵묵히 땀 흘리며 성실히 일하는 서민들이 제대로 대접받는 사회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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